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불여우

밤바다 |2013.11.23 01:28
조회 4,076 |추천 6




일주일 전부터 동생이 돌아오지 않는다. 판자촌에서 이제 겨우 임대아파트. 그래도 이전보다 훨씬 깨끗하고 편한 환경이었다. 우리는 여기까지 오려고 하루도빠짐없이 발버둥쳤다. 그런데 이사온지 겨우 일주일만에 동생은 사라졌다.



이곳은 뭘까, 나는 내 질문에 대답해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저 이불속에 머리를 파묻는 수밖에 없었다. 돌아오지않는다.. 앞으로도 오지않을것이다. 나는 그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동생은 죽었으니까.



"언니야.."



동생은 죽었다. 죽었다.



"언니..언니야..언니.."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살다보면 그런일이 있을수도 있죠."



혜영은 짙은 주황색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중얼거렸다. 짧은 치마는 신경쓰지도않는지 그녀는 다리를 꼬고 탁자를 발로 툭툭 건드리며, 시종일관 건방진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마주앉은 상대방이 그런 혜영을 혐오스럽게 바라보며 대답했다.



"없어. 없어야 정상인거야. 망할년. 불여시같은년."



귓속에 들어오는 욕설들은 모두 반대편 귀로 흘려보내고, 혜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합의금. 계좌로 내일까지 보내세요. 오빠."



그녀의 눈꼬리가 올라가며, 정말로 오빠라고불린 남성의 성질을 끝까지 건드렸을 때였다. 분위기좋던 카페 내에, 어울리지않는 소음이 끼어들었다.



"언니!"



"아악!"



순간, 모든 시선이 혜영에게로 몰려들었다. 가게 점원이 카운터에서부터 서서히 그녀에게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혜영은 몸을 떨며, 커다랗게 확장된 눈을 이리저리 굴려댔다. 모르는 여자애. 단순히 자신의 테이블에앉은 일행을 불렀을 뿐인 한 여자아이가, "언니"라고 언급한 순간 기절초풍하며 소리를 지른 혜영을 보며 당황한 듯 입을 뻐끔거렸다. 당황한 것은 앉아있던 남자도 마찬가지인듯, 그는 점원에게 됐다는 손짓을 하고 서둘러 혜영을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뭐하는건데?"



"오빠. 오늘 우리집에서 자고갈래?"



"하, 너 미쳤냐?"



"응. 나 미쳤나봐. 아냐, 내가 괜한소리했어. 이만갈게."







한동안 안그러더니, 왜또 이러지. 혜영은 마음속으로 주기도문을 외우며,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다. 정신과치료를 받은지 삼년,. 그사이에 집도 근처의 제대로된 전세 빌라로 옮겼다. 문제는 트라우마, 그뿐이었다.







'그래. 이건 정신적 문제야.'



그녀는 열쇠를 돌리며,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다녀왔어.."



이번 합의금으로 서울에 집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불여우 소리듣는것도 이제 익숙해졌다. 혜영은 나름대로 잘 살아가고 있었다.







"틱..틱.."







무슨소리?



하지만 그녀는 예민해져 있었다. 어떻게보면 별것 아닌 작은 소음이, 그녀를 공포로 몰아넣기에 충분히 크고 기분나빴다. 손톱을 튕기는 소리. 동생이 하던 습관이었다. 혜영은 아무일 없다는 듯 귀를막고, 부엌으로 향했다.



"하..정신차리자."



그녀는 하얀색 약을 입속으로 집어넣어 재빨리 그것을 삼켰다. 정신차리자, 그렇게 다짐할수록 심신이 약해지는것만 같았다.











"어..어느..머..언...이..죽어.."











목이 타들어가는듯한, 괴상한 소리가 귓속을 울렸다. 혜영은 빌었다. 맙소사,제발.제발..











"어...어..언..니"











탁, 그녀는 컵을 신경질적으로 내려놓았다.



" 이제제발 그만좀하라고! 내가뭘잘못했다고 이래? 대체 나한테 왜이래!"



혜영은 목에 핏대를 세운채 작은방을 제외한 온 집안을 돌아다녔다. 그녀는 붉게 상기된얼굴로 소리질렀다. 하지만 남아있는건, 쓸쓸하고 적막한, 돌아오는 정적뿐이다.







다음날, 혜영은 계좌로입금된 돈을 확인했다. 이번달 식비 지출 오십만원. 어쩐지 삼년전이랑 다를게없다. 돈이나갈곳이 너무많다.







서울로 집을 옮기기 전에 마지막으로 전에살던 임대아파트에 들렸다. 환한 대낮에, 돌아다니는 사람도 많았으므로 그녀에게 별로 무서운 일은 아니였다. 단지,. 그녀는 원인모를 공포의 중심이 이 아파트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없애버릴 수도없는 노릇이었고,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제라도..."



혜영은 중얼거렸다.



경찰은 뭘하고있을까. 나는 뭘하고 있는걸까.



그녀는 108동 805호, 그곳으로 향했다.







혜영은 모든마음정리를 끝낼 생각이었다.











"난이제 다른곳으로 떠날거야. 직장도옮길거고. 이제 너한테서 ..벗어나려고."



그녀는 현관문에 기대어 중얼거렸다.







쾅!



쾅!







순간 안쪽에서 들려오는 굉음에, 혜영은 깜짝 놀라 한발짝 뒤로 물러섰다. 그녀는 도망치듯이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문이 닫힙니다.







문이 열립니다.







문이 닫힙니다.











"다녀왔어."







혜영은 피곤한 듯, 침대위에 몸을 던졌다. 이제 마음먹었으니, 정말로 정리할 때가 된것 같다.



"끅...어...언.."



"안돼...피곤해."



그녀는 어느새 감기는 눈을 막을 수 없었다.











혜영은 동생을 만났다. 동생의 얼굴이 상처투성이다. 머리에서는 검붉은 피가, 입에서 피와 거품이 섞여 흘러내렸다. 난도질된 뺨은 썩어 문드러지며, 뼈가 보이기시작했다.



"그..그....어...아..아파..어...언니야..언니야.."



동생의 팔과 다리는 온통 고름과염증으로 뒤덮여있다. 마치 나무껍질마냥 그것들은 한겹한겹 벗겨져 내린다.



"언니야..언니.."



손톱은 떨어져나가 바닥으로 흘러내리고, 마침내 코와 귀까지 기이한소리를 내며 녹아버렸다. 동생은 끔찍한 쇳소리를 내며, 하염없이 혜영을 불렀다.



"하..하....아..끅..어..아...안ㄴ..언니..."



"이제..그만..제발.."



마침내 양쪽 안구가 뽑혀져나간다. 동생은 더이상 입을열지않았다. 혜영은 고개를 흔든다. 미친것처럼. 양쪽손으로 머리를 감싸쥐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녀는 제정신이 아닌듯, 가만히앉아 주기도문을외우기시작했다. 초점없는 눈동자가 그저 흔들리기만을 반복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혜영은 피투성이가된 몸으로 작은방에서 나왔다. 문틈 사이로, 의자에 묶여있는 어떤 인간의 형체가 스친다. 그녀는 한결 상쾌하다는 얼굴로 욕실로 향했다.







"언니.."







그리고 어디선가 또다시. 동생의목소리가 들린다.
추천수6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