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각해보니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것은 아주 작은 우연들이 모여서 만들어지는것 같아요.
그런데 정작 우리는 그때는 그것을 알지 못하다가 나중에 지나고 나서 알게 되죠. 그리고 나서
엄청 후회하고......왜 그럴까요 우리들은.....
그렇게 기다리던 그녀를 만난곳은 다름아닌 학교 앞에 있는 만화책방이었습니다. 지금은 많이 사
라졌지만 그때 당시만 해도 비디오와 만화같은걸 빌려주는 곳이 많았어요. 우리 학교 앞에도 있었
구요. 저에게 동아리를 소개 시켜준 친구녀석과 집을 가고 있는데 우연히 비디오가게 안에서 무엇
인가 골똘히 고르는 그녀를 우연히 보고서, 친구녀석을 꼬드게 앞세워 같이 들어갔죠.
친구녀석은 그녀와 안면식이 있기도 했고 꽤 친하게 지냈던 모양이더라구요.
들어가자마자 친구녀석은 "누나!" 라고 우렁찬목소리로 그녀를 불렀고 그녀는 그 친구녀석을 보고
방긋웃으며 손을 흔들었습니다.
저도 인사하고 싶었지만 그냥 옆에 쭈뼛쭈뼛 서 있었죠. 제친구와 그녀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
는 사이에 저는 만화책 고르는척 하면서 그녀와 친구를 자세히 관찰했습니다. 그때가 정말 제대로
그녀를 봤었죠. 대충 이야기가 끝났는지 친구녀석은 센스 있게 제쪽으로 다가와서 저를 가르키며
"누나 이놈이 제친구예요 이번에 새로 들어온놈...."이라며 소개해줬고
그녀는 웃으면서 "안녕 반가워"라고 인사해줬습니다. 그리곤 친구녀석은 갑자기 핸드폰을 보며
"아 나 버스타야되는데 빨리 가봐야겠네. 누나 그럼 나중에 봐요~"하고 제 엉덩이를 툭치고 가게를
빠져나갔죠.
한동안 멍했습니다. 갑자기 제앞에 서있는 그녀가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도 안되고 마치 세상에
저하고 그녀하고 두명밖에 없는듯한 생각마저 들정도 였으니까요.
무슨말을 해야할까 고민을 하다 꺼낸말이.......
"선배님 머 빌리러 오셨어요........?"
아오 겨우겨우 생각해낸다는게 뭐 빌리러 왔냐는 질문.....진짜 제가 어리긴 어렸나봅니다.
그녀도 제 질문에 당황했는지 그냥 뭐좀 빌리러 왔다 하면될걸......
"엉...원령공주라고 애니메이션 알아?"
헐....제가 본 만화라곤 일요일 아침 10시에 하는 디즈니 만화동산빼고는 본적이 거의 없었는데
유일하게 고등학교 수능끝나고 방학전에 본 애니메이션이 원령공주였습니다.
"아....네...좀알아요 여자애가 타잔처럼 하얀개 타고 나오고 멧돼지 사냥하는거 맞죠?"
나중에 알았지만 여자애는 원령공주라고 늑대가 키운 여자애라나 뭐 근데 타잔 비슷하잖아요?
그리고 전 진짜 개인줄알았는데 알고보니 늑대였고....멧돼지를 사냥하는건 아니고 멧돼지가
신인데 뭐 폭주하고 뭐 그런 내용이었다고 하더라구요....
제 말이 웃겼는지 그녀는 제 말에 베시시 웃어 주더군요. 진짜 기분이 좋았습니다. 뭐가 됐던
제 말에 웃어주는 그녀가 어찌가 이뻐보이던지 세상을 다 얻은듯 행복하더군요
원령공주이야기를 시작으로 저와 그녀는 가게에서 1시간동안 서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
습니다. 사는곳은 어디로 이름은 뭐고 고향은 어디고 뭐 그런것이죠
그녀의 이름은 '하연' 고향은 남원이었습니다. 과는 일본어과였구요
원령공주는 일본판을 찾으러 온것이었더군요 일본어 공부하려고.....그때당시만해도 컴퓨터로 막
이것저것 찾아서 볼 그런 시대는 아니였으니 말이죠
어쨋든 그 일을 계기로 그녀와 저는 서로의 존재를 확인했죠....뭐 사실 그녀가 제 존재를 확인했다
해야지 맞는말이지만요.
그러나서 몇일 후 동아리 친목 모임을 한다고 재학중인 동아리 인원 전부 모여서 고기도 구어먹고
술도 마시고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금요일 저녁부터 시작된 술판은 밤을 새워 진행됐고 대부분의
인원들은 집에 돌아갔지만 저와 그녀를 포함한 몇몇 선배들은 끝까지 남았죠.
사실 저는 처음부터 그녀를 보기위해 일찍부터 참가했었지만 그녀는 수업을 받고 오느라 늦게 합
류했었어요. 저는 처음에 그녀가 오지 않는줄 알고 실망했지만 그녀가 온다는 소식에 선배들이
주는 술을 다 마시면서 오기로 깡으로 그녀가 오기까지 버티고 있었습니다. 혹시라도 짖궂은 선배
들에게 술을 강요당해서 취하면 안되니까 흑기사를 해줄요량으로요
여성분들 술자리에서 남자가 많이 취한거 같은데 버티면서 흑기사 해준다고 하면 99%입니다.ㅋ
마침내 그녀가 왔고 아니나 다를까 선배들은 후래자(늦게왔다이거죸) 라면서 엄청나게 술을 먹이
려고 하더군요. 근데 의외로 그녀는 술이 엄청 셌습니다. 청순가련형이었는데 엄청 잘마시더군요
저역시 추한모습 보일세라 미친듯이 따라주는술 다 받아먹었습니다. 그러다 스리슬쩍 그녀 옆자리
로 가서 앉았고, 가끔 재미있는 이야기 나올때마다 저에게 기대며 웃는 그녀때문에 가슴이 터져
버릴것 같았습니다. 진짜 제쪽을 볼때마다 슬쩍슬쩍 나는 향수냄새때문에 정신이 혼미해지더군요
그렇게 밤은 깊어가고 선배들도 하나둘씩 자리를 떠났고, 딱 6명이 남게 되었습니다.
그중 동아리회장님께서 자신의 자취방에서 또 한번 마시자면서 남아있는 사람들과 함께 자취방
으로 갔습니다. 거의 새벽 4시가 다됐을까 슬슬 선배들도 술기운에 취해서 하나둘씩 잠들었고
결국 마지막엔 그녀와 저 단 둘만 술자리에 남게 되었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않지만 술에 좀 취한 그녀가 피곤하다면서 잠깐 눕는다고 하며 제 허벅지 머리를
대고 누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온몸에 전기가 찡 하면서 어쩔줄을 몰랐죠.
잠깐 눕는다던 그녀는 제 허벅지를 베자마자 바로 잠에 빠져들었고, 그모습을 지켜보던 저도
서서히 잠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일어나보니.........
오늘은 여기까지만 쓸렵니다 어느덧 새벽 2시네요 이거 읽느라 잠못자는 분들은 없겠지만
심심하실때 한번씩 읽어보시고 옛 사랑에 대한 추억에 잠깐 빠지셨음 해요 ㅎㅎ
내일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