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등잔 밑이 어둡다'라는 말이 있지요.
내면을 들여다 보지 못하고 겉으로 보이는 모습으로 평가하게 되고,
그로 인해 사람도,
문화도 가까이 있으면서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깝고도 먼 나라는 바로 이 곳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요?
오늘 지구별
여행자와 함께 여행할 곳은
천 년을 흐르는 전통의 향기가
있는 일본 입니다.
여행자는 오랜 시간 고민했습니다. 지역에 따라 각기 발전되어온 다양한 문화, 현대 문명의 흐름을 주도하는 첨단 문명. 일본이 가진 매력은 너무 천차만별이고, 여행자가가 둘러본 곳은 그 가운데 몇 군데밖에 안되기 때문에 어딜 소개해야 할지 정하기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우리나라와는 정치, 경제, 역사적으로 많은 부분이 얽혀있어 다소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너무나도 매력적인 여행지이기에 여러분들과 함께 여행하기로 정했답니다.
도쿄는 세계적인 도시인만큼 연결 항공편이 많아, 스톱오버의 기회가 많은 곳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일본에 대한 첫 기억으로 도쿄의 모습을 눈에 담아가게 되는 곳이죠. 잘 정돈된 도로망, 거미줄 같은 전철과 지하철, 고급 쇼핑몰과 고층빌딩이 즐비하게 들어선 도쿄는 첨단 도시를 보는 듯 합니다.
늘 가던 곳을 가고, 단골 카페도 하나쯤 생길 무렵, 도시에서의 여행은 낯선 이국으로의 도피도 기분전환도 아닌게 되기도 합니다. 바쁘게 어디론가 향하는 사람들, 누군가와 만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사이에서 갈 곳도 없고 할 일도 없이 혼자임을 느끼는 순간 도시의 일상은 지루하고 숨막힐 듯 답답하게 되니까요.
그럴 땐, 이미 익숙해져 버린 곳에서 또 다시 여행을 떠나면 됩니다. 도쿄 근교에는 전철을 타고 당일 여행으로 가볼 만한 곳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코네, 니코, 요코하마, 사이타마, 미타카 모두 새로운 일본을 발견할 수 있는 곳들이지요. 그 중에서도 우리는 카마쿠라로 향합니다!
도쿄로부터 50km. 전철을 타고 엉덩이가 아프고 꾸벅꾸벅 졸음이 찾아올 무렵, 카마쿠라에 도착합니다. 작은 전철역, 고층빌딩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한적함, 낡은 2층 목조 주택들, 좁은 골목길. 한 시간 벗어났을 뿐인데, 시간을 벗어난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카마쿠라(鎌倉)는 1185년부터 약 150년간 카마쿠라 막부의 소재지로 정치, 문화의 중심지였습니다. 사실상의 수도였으며 당시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였다고 합니다. 거의 천 년에 다다르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당시의 유적지 뿐만 아니라 일상 거주 문화까지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어, 전통문화의 정취에 흠뻑 취할 수 있는 곳이지요.
발길이 이끌리는 곳으로 걷다보면 수 많은 신사를 만날 수 있습니다. 카마쿠라는 13세기 불교 니치렌종의 거점이기도 했지요. 부처님의 모습은 똑같지만 우리와는 다른 전통 건축양식과 정원이 잘 조화되어 이국적인 느낌을 줍니다.
뒷 마당에는 일본 특유의 아기자기한 정원이 꾸며져 있는데요, 일본의 정원은 마치 잘 정리해 놓은 작은 세상 같습니다. 나무의 크기나 위치, 돌의 형태까지 신경써서 잘 맞추어 놓았는데, 이런 젠양식은 서양에서도 크게 유행하기도 했지요. 이를 대표하는 것 중 하나가 본사이(분재)입니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산책하다가 결혼식 가족사진 촬영하는 모습을 만났습니다. 기모노 예복과 빨간 우산, 인력거까지 더해져 묘한 느낌이 나네요. 동네 신사에서 결혼식을 하는 모습이 어쩐지 신기하기도 하고, 가족끼리 소박하게 하는 결혼식이 신기하기도, 한편으론 부럽기도 합니다.
어디론가 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으로 찾아가 보았더니!
두둥~!! 거대한 신사가 등장합니다. 사람이 엄청 많네요. 오늘은 일본의 골든위크(Golden week)이자 길일입니다. 딱히 여행을 하는 것도 아니고 참배를 하는 것도 아닌데, 아이부터 노인까지 많은 사람들이 신사에 다녀갑니다. 젊은 연인들도 두 손을 꼭 잡고 다녀가지요. 불교문화가 일본인의 일상 생활에 얼마나 밀접하게 관계되어있는지 알 수 있는 모습입니다.
큰 길, 그 한가운데서 결혼식을 올리는 또 다른 커플을 발견합니다! 정말 수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네요. 어쩐지 신기합니다. 일본의 결혼식 문화는 우리와는 조금 달라서, 직계가족만 참석하는 경우도 있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소규모로 하객 명단을 만들어 초청합니다. 지정좌석으로, 초청장이 없으면 참석할 수가 없지요. 지참금을 내는 문화는 비슷한데, 그 액수가 장난이 아닙니다. 우리의 5~10배는 되니까요.
무슨 말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진행자가 무언가를 줄줄 낭독하고 여자보조는 뭘 자꾸 이리저리 나르며, 남자보조는 음식과 술을 덜어내어 신랑 신부가 먹도록 합니다. 뭘까요? 궁금하네요.
결혼식 구경을 마치고 신사의 본당으로 올라갑니다. 일본의 신사는 우리와 다르게 매우 화려한 모습입니다. 권세가 높을수록 더욱 화려한데, 금박 장식과 단청을 많이 사용합니다. 일본 불교문화가 얼마나 번성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사람들은 삼삼오오 법당으로 들어가 기도를 합니다. 주로 신사에 가면 일본식 기도를 많이 보는데, 동전을 던진 뒤 크게 박수를 두 번치고 합장하여 고개를 숙이며 기도하지요. 그런데 이 곳에서는 방석을 깔고 앉아 오랜 시간 기도를 하는 모습입니다. 설법이라도 하는 걸까요?
신사를 나와 다시 발걸음을 옮깁니다. 아까 전철 타고 오는 길에 산 너머로 무지 큰 불상이 있는걸 봤는데, 도무지 어디있는지 모르겠네요. 찾아보기로 합니다. 산길을 올라가다 막다른 길을 만나서 다시 내려오고, 이 골목 저 골목 헤맨 끝에,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로 합니다.
여행자가 일본어를 하나도 모르던 시절, 그렇기에 여행은 더욱 다이나믹 했지요. 그 나라를 가면 기본적인 인삿말 정도는 현지어로 하는게 그 나라 문화와 사람에 대한 존중이라고 평소 생각하는 여행자지만, 말이 안통하면 일단 영어로 시도해 볼 수밖에 없지요. 그런데 일본은 정말 많은 사람들이 영어와 친숙하지 않고, 영어를 사용하면 이상하게 쳐다보는 분위기가 느껴지는 재미있는 곳입니다.
˝Excuse me, Do you know where the huge Buddhist statue
is?˝
˝......#&%$#$˝
˝쓰미마셍... 어.....음... 오오끼
카미사마?? 도꼬??˝ (커다란 신, 어디?)
˝시라나이˝ (몰라)
아.. 왜 반말이야
근데...
누가 봐도 고등학생처럼 생긴 사람들에게 물어봤는데, 외국인이라서 그런 건지 아님 유치원만도 못한 어휘
구사력이 덜 떨어지게 보였는지 계속 반말을 하네요. 훗.. 녀석들...
이번엔 농기구를 들고 산에서 내려오는 아저씨한테 물어봅니다.
그랬더니
˝에...?? 아! 다이부쯔!!??˝ (대불!)
아.. 다이부쯔라고
하나보네..
아저씨는 이리저리 설명을 해주는데, 어차피 다 알아들을 순 없고 이리저리 설명해주는 손짓을 눈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그 손짓이 알려준 방향대로 골목길을 향했지요. 근처에 가니 제법 많은 사람들이 있어서 손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우와~ 크긴 크네요. 설악산에 있는 것도, 홍콩 란타우에 있는 것도 큰데 어디가 더 큰지 궁금해집니다. 돈을 내면 청동 불상 안에 들어가 볼 수 있습니다. 이 곳은 일본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 때 오바마 대통령이 다녀간 뒤로 더욱 유명해졌다고 하네요.
조금 걷다보면 해변이 나오는데, 모래가 검은색입니다.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검은 암석들이 만들어낸 모래인거죠. 해변은 온갖 쓰레기가 많이 널려있어 지저분했고, 바닷물도 투명하지 않았습니다. 뭔가 낭만적인 상상과는 거리가 멀었지요. 이곳에는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꽤 많은데, 파도가 높지 않은 날인데도 열심이네요.
우와~ 철 길이 주택 사이를 가로 질러 지나가네요. 차 한 대도 겨우 지나갈 것 같은데. 어쩐지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우리나라라면 집 값 하락, 소음공해 등으로 저런 철 길은 절대 생기지 않았을텐데요. 이 철 길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카마쿠라는 만화
슬램덩크의 배경이 된 곳으로 주인공이 다니는 능남고는 카마쿠라 고교를 바탕으로 그려졌지요. 특히, 애니메이션 엔딩 부분에서
주인공 백호와 소연이 마주치는 철 길이 바로 이 곳에 있습니다. 바닷가와 나란히 달리는 철 길의 건널목, 그 위로 붉게 비치는
노을 장면을 기억하시나요?
이곳에서 다시 전철을 타고 두 정거장 가면 에노시마가 나옵니다.
에노시마(江の島)는 카마쿠라에서 약 8km 떨어진 섬입니다. 지금은 다리가 연결되어 섬의 느낌이 들지 않지만 빼어난 전망과 특유의 이미지로 인해
유명한 데이트 장소이며, 각종 영화나 드라마, 노래 가사의 배경이 된
곳입니다.
크기는 작지만, 여행의 즐거움을 누리기엔 충분합니다. 언덕 오르는 좁은 길을 따라 줄줄이 늘어선 아담한 가게들은 간식, 기념품, 전통 음식등 다양한 것들을 팔고 있지요. 천천히 계단을 올라가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네요.
산 정상에는 신사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진지한 모습으로 기도하는 일본 사람들을 만날 수 있지요. 투구를 덧씌운 듯한 일본 전통 건축의 지붕이 이 곳의 분위기와 참 잘 어울리네요.
여행자도 그 심오한 의미를 알지는 못하지만, 일본은 통합된 하나의 불교라기 보단 토착신을 모시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인지, 부처님상이 없는 곳에 기도를 하는 모습도 많이 보이네요.
에노시마의 상징, 전망대입니다. 이 곳은 등대이면서 전망대인데요, 우리가 아는 등대의 상징적인 모습은 없지만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장소입니다. 경관이 아주 빼어나서 인기 데이트 코스이기도 하지요. 사랑에 빠지면 다 그런걸까요? 연인들은 어딜 그렇게 자꾸 올라가려고 하는지, 서울타워나 도쿄타워나 어디 높은데 가기만 하면 연인들로 가득합니다.
낮은 곳으로 내려오니, 바위에 서서 낚시하는 사람들이 있네요.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 된 듯 합니다. 시간의 미학을 즐길 줄 아는 자들의 여유, 여행자도 배우고 싶습니다.
한 나절 실컷 구경하다보니, 해가 저물기 시작하네요. 전깃줄도, 거미줄도 모두 붉게 물들이며 하루의 작별 인사를 합니다. 후지산이 보이네요, 거리는 멀지만 산이 워낙 높다보니 가까이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천 년을 거스른 하루동안의 시간 여행, 어떠셨나요?
도쿄는 그 자체로 매력적이지만, 도시에서 벗어나면 또 다른 일본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답니다. 비슷한 가운데 다른 모습을 발견하는 것은 여행의 큰 즐거움이죠.
젓가락을 가로로 놓고 밥그릇을 들어 있는 그대로 떠 먹는 일본, 젓가락을 세로로 놓고 밥그릇을 내려놓은채 비벼 먹는 한국. 같지만 달라도 너무 다르죠. 무심코 지나친 일상을 자세히 관찰해보세요. 겉과 다른 숨겨진 재미를 찾아가는 즐거운 하루되시길 바랍니다.
2주 후 화요일에는
신이 축복한 뜨거운
도시, 브라질 리우
에서 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