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빠가 그렇게 최악의 가장인가요?
ㅇㅇ
|2013.12.20 16:57
조회 2,268 |추천 3
어릴땐 몰랐는데. 나이들수록 정말 돈이 최고인거있죠.
학교다니던 시절엔 이쁜애들, 말 잘하고 잘 노는 애들더러 잘 나간다고 하죠.
사회 나오니까 그런 거 다 필요없고, 직장 잘 잡거나 혹은 부모님 잘 만난 애들이 젤 잘나가더라고요.
분명 어릴 때의 난 잘 나갔는데, 사회 나오니까 쥐뿔도.. 자신감이 쭉쭉 하락하네요
반대로 학교다닐땐 솔직히 외모도 영 아니라 남자애들에게 괄시받고, 성격도 좀 고집스러워서 친구도 별로 없이 그냥저냥 학교 다니던 친구는
사회 나오니 잘 나가네요. 몰랐는데 부모님이 꽤 재력이 있으셔서. ㅎㅎ
그걸 알게된 이유가, 만나서 하는 얘기가 대부분 자기 부모님 직업 얘기. 돈 얘기.
예전과 다르게 목소리에 엄청 힘이 들어가있고 자신감 넘치는 그 모습을 보니, 문득 반대가 된 것 같아 서글퍼지는거 있죠.
나는 한살한살 나이먹을수록 우리부모님 노후는 어떡하나, 내 결혼자금은 어떡하나, 막 그런 생각들로 커다란 돌덩이를 등에 엎고 있는것 같거든요.
전에 너무화가나서 아빠에 대해 쓴글의 댓글에,어느 분이 정말 최악의 가장. 이라는 댓글을 달아주셨더라구요
근데 그 말을 듣고 참 오묘했어요
보통 최악의 가장, 하면 성질 더럽고 폭력을 행사한다거나 하는 아버지를 생각하는데
우리 아빤. 나이 60을 바라보는 지금, 아니 예나 지금이나 너무 온순하고 착하게 잘 웃는 사람이거든요.
엄마 고함 소리에 가장 먼저 달려가서 엄마 비위를 살살 맞추는게 우리 아빤데..
그래서, 미워할 수도 없네요. 정말 짜증내고. 욕하고. 차라리 증오라도 하고 살아가고싶은데, 그럴수도 없게 만드네요
아빠는 젊은 시절 가스회사에서 일하다가 IMF로 퇴직하게 되셨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부모님한테 돈 한 푼 못 받고도, 나름대로 2천 정도 하는 전세집 하나 잡아서 평범하게 아들 하나 딸하나 잘 키우셨죠
다 커서야 듣게된 얘기지만, 그때 받았던 퇴직금을 노름으로 날리셨다네요
엄마가 안준다해도 강제로 가져갔다네요
왜 엄마는 우리에게 그런 얘기들을 안했을까요. 그걸 알았다면, 노름은 미친짓이라고 발 못 뺀다고 단단히 고쳐라고 말리기라도 했을텐데, 전 아빠가 도박중독자라는 걸 20살이 넘고서야 제대로 알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하다가 아빠가 사업을 한다고 다른 지역으로 갔습니다. 어떤 작은 가게였습니다.지금생각해도 미쳤습니다. 사업은 아무나 한답니까. 우리 아빠 전혀 그런쪽으로 능통해 보이지도 않는데. 당연히 쫄딱 망했습니다.
망하고 다시 원래살던 지역으로와서, 우리는 다섯식구가 단칸방에서 몇년을 살았습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ㅎㅎ
다시 살라고 하면 못살것 같습니다.
그땐 어려서, 뭘 몰라서 그냥 여기가 우리집인갑다 하고 살았네요 (어려봤자 초등학교 6학년 때였죠)
아빤 그후 택시를 했고, 지금도 쭉 택시를 하고 있습니다
돈이 없어 개인택시는 못 합니다.
돈도, 공장에서 엄마가 벌어오는 돈 150보다도 못 벌어온다고 합니다.
아니 오히려, 사납금?을 내야해서 돈을 되려 가져가는 경우도 있었구요.
사고를 냈다는둥 하면서 합의금 문다고 돈 가져가고.
그럴때마다 집에는 큰 소리가 끊이질 않았어요
엄마 탓도 아닌데, 난 엄마의 그 고함치는 소리가 너무 싫었고,
엄마는 항상 조금만 건드려도 곧 터질 폭발물처럼 예민해서, 저희가 물컵만 쏟아도 쌍욕을 퍼붓는 그런 집안 분위기속에 살았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쯤, 엄마가 드디어 빚을 다 갚았다고 하셨지요
그래서 아, 이제 우리도 돈 좀 모으고 평범하게 살겠구나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요, ㅎㅎ
제가 이렇게 글까지 쓰게 된 건, 얼마전 저희 집을 찾아온 사채업자들 때문입니다
처음 봤어요 그런 사람들.
얼마전부터 묘하게 자꾸 집에 전화가 안 걸려지는겁니다. 보면 선이 꼭 빠져있고.
저희는 선반이랑 걸려서 빠지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아빠가 몰래 빼놨던 거였어요
알고보니 빚이 있었던 거 .ㅎㅎ 그것도 도박으로.
그동안 사납금이다 합의금이다 가져갔던것도, 이자 갚는다고 족족 다 들고간거엿어요.
그것도 사채를 썼으니, 이자가 얼마나 많은지
그걸 갚다갚다 더이상 갚을 구멍이 없어서 저렇게 사람들이 찾아오기까지 한거에요
저희더러 아빠 어디계시냐고 물어서 나가셨다하니 집에 오면 전화좀 받으라 하라고 전하고 가더군요..
처음에는 빚 500이라 하더니, 알고 봤더니 빚이 2천만원 이상.
게다가 저희집, 1년 전 한 임대아파트에 들어와 살수있게됐어요
드디어 사람다운 집에서. 살게된 거에요.
임대지만.. 너무기뻤고, 드디어 똥통 화장실 안가도 된다, 보일러도 잘 들어온다, 너무 행복했어요
근데 알고봤더니, 은행 대출도 했더군요. 그것도 저희가 집 들어와 산지 딱 한달 되던 날에 이 집을 담보로요.
전 정말................. 도무지 아빠가 사람새끼로 보이지않았어요
대체 대가리에 뭐가들었는지도 모르겠고...... 어디 좀 모자라나 싶고.... 병신인가싶고..
가족들이 모두 알아서 막 추궁하자, 막 흥분하면서 자기가 다 알아서 하겠다며..
결국 개인회생 신청하더군요.....
엄마는 그간 아빠가 도박으로 얼마나 엄마를 힘들게했는지 우리에게 다 얘기해주엇고,
저는 엄마 마저 원망스럽더군요. 저걸 왜 그냥 놔뒀을까. 할머니댁에 알리던가 해서 망신을 주던가, 뭔가 강단의 조취가 있었어야 하는데 그런게 없었습니다
왜 할머니쪽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았냐 하니, 그때는 아빠 체면을 생각해서 그럴수 없었다합니다..
또 혹 자존심 강한 아빠를 건드렸다가, 일도 안 하고 백수마냥 집에서 눌러앉아 놀까봐
계속 살살 구슬려서 계속 일을 하게끔 만들려고 했답니다
그런데 이제 이렇게터졌으니, 할머니 댁에 다 알렸습니다
아빠는 그 자리에 있지도 못하고 혼자 안방에 들어가 쭈구리고앉아 폰만 만지고 있더군요
그 모습이.... 얼마나 한심하고.... 정말 엿같은 기분을 느끼게하는지.... 누군가알아줄까요
나는 존경할 사람이 없습니다. 존경하고싶은 사람도 없구요
부모? 전혀 존경하지않고 전혀 기대고싶지도 않습니다
인간같지도 않고 내가 저 사람의 자식이라는것도 솔직히 믿기지 않습니다
내가 저런 사람에게 진심을 다해 효도하고픈 맘도 안 들고, 노후? 나랑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나살기도 힘든데요.
이렇게 생각하는 제가 나쁜 딸인가요?
철부지. 그냥 우리 아빤 철부지입니다. 나보다도 더 멍청하고 세상물정 모르는. 자기의 욕구 하나 자제 못하는.
그 사건 이후, 한번더 이런일이있을경우 이혼한다는 각서를쓰고 사건은 종료됐습니다
이제 안하면 뭐합니까? 나이 60 다 쳐먹고. 이제 어쩔려고?
엄마는 그런 아빠라도, 옆에 있어야........ 하는것같아요. 이해합니다.
저런 사람을 남편이라고 믿고 살아온 엄마라는 한 여자가 불쌍해 보이기도 하구요.
그러나 그것 역시도, 엄마도 비슷한 사람이라 아빠같은 사람을 만났다 생각합니다.
나는 아무리 힘들어도, 자식한테 그렇게 함부로 대하며 살진 않을거니까요. 아니 애초에 저런 남자를 만나지도 않았겠지만.
철없는 아빠는 이제 그 사건 지난지 얼마나 됐다고 ㅋ 엄마더러 산악용 자전거를 사달라고. 하네요.
그걸 사주는 엄마도 이해 안되고. 엄청난 죄를지어놓고, 뭐 사달라 말하는 그 염치가 대단합니다.
전 아빠가 너무 밉고, 엄마도 너무 밉습니다
그래도 이런 가정에 살아서 그런지,
남자의 착실함, 인성, 이런것을 매우 까다롭게 보게 됐고,
그래서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났다고 생각합니다.
남자친구도 집안이 어려운 편이지만, 공부도 열심히 해 학벌도 좋고 좋은 기업에 들어가 일하는 중입니다.
그런데, 문득 너무..........슬퍼져요 요즘.
남자친구가 저를 만나기전 남자친구를좋아하던 여자들에 대해 알게됐거든요
그 여자아이들은 저보다도 훨씬 뛰어난 학벌에, 유학파이고, 대기업에 들어간 여자들입니다
집도 평균 이상은 사는것 같구요.
남자친구는 저와 심각하게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눠요. 당연히 할것이다 라고 생각하고있구요.
그런데 전 문득.... 요즘 이런 내 모습이 너무나 비참합니다...
남 탓을 절대 하지 말자는것이 제 신조인데, 그냥 그렇습니다
제일 처음 언급했던 그 친구보다도 열심히 살고 남들에게 잘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하는데
부모 잘 만난 그 친구는 항상 떵떵거리며 내 부모님은 무슨무슨 일을 하신다며 당당히 말하는데
저는 남자친구에게.. 제 부모님에 대해 말하는것이.. 부끄럽다고 표현하기보다는
그냥.. 죄스럽습니다..
남자친구에게 집안에 사채업자가 온 이야기도.. 그냥 고스란히 했구요
나는 무슨 죄를 지어서 이런 집에 태어났을까
철없던 어린시절에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고민을, 머리가 크고 나니까 더 생각하게 됩니다..
신은 정말 공평하지 않은건가 . 나에게는 그냥 평범한 가정, 평범한 부모도 과분한 걸까
자꾸.. 제 처지에 대해.. 비관만 하게 됩니다
힘든 환경을 이겨내고 잘 극복해내신 분들, 저에게 어떤이야기라도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