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수석은 ‘저항세력’ 박근혜 대통령은 ‘불법으로 떼를 쓰는 세력’

“이제 공기업 개혁을 시작한다. 당연히 저항세력들 입장에서는 불통이다. 목표 지점이 있는데 암초가 있다고 다시 물건을 싣고 되돌아가야 하느냐. 그런 저항에 대해 굽히지 않는 게 불통이라고 한다면 불통 소리를 들어야 된다. (기꺼이) 5년 내내 불통 소리 들을 것이다. 뭔가 다르게 하고, 원칙대로 하는 것에 대해 그걸 못하게 하고 손가락질하고 욕하면서 불통이라고 하나. 그것은 자랑스러운 불통이다. 어쩔 수 없다.”
“그동안 불법으로 떼를 쓰면 적당히 받아들이고는 했는데 이런 비정상적인 관행에 대해 원칙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소통이 안돼서 그런다고 하는 것은 잘못이다. 철도노조 파업 같은 것을 보면 정부가 민영화가 아니라고 누차 얘기해도 들으려 하지 않고 불법파업을 이어갔는데 이런 상황에서 직접 만나는 방식의 소통이 가능할 것인가. 진정한 소통을 위한 전제조건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이 공정하게 적용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이것저것 다 받아들이는 사회가 소통이 잘 되는 사회라면 우리 사회는 더 왜곡돼 가지 않겠나. 누구든 못 만날 이유가 없고 또 앞으로 소통에 더욱 힘쓰겠지만 불법이나 이런 행동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해 나가겠다.”
첫 번째 단락은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의 지난 12월 18일 기자회견 발언이고, 두 번째 단락은 박근혜 대통령의 오늘 기자회견 발언입니다. 약간 표현만 달리했을 뿐 그 맥락은 똑같습니다. 이정현 수석은 ‘저항세력’이라는 용어를 썼고, 박근혜 대통령은 ‘불법으로 떼를 쓰는 세력’이라는 표현을 썼지요. ‘저항세력’은 물론, ‘불법으로 떼를 쓰는 세력’이라는 것도 자신만이 선(善)이고 개혁이라는 사고방식을 갖지 않고서는 쓸 수가 없는 표현입니다. 그런 논리라면 검찰개혁에 반대하는 검찰, 국정원 개혁에 반대하는 국정원 간부, 수사권을 놓고 다투고 있는 검찰과 경찰은 무엇이라고 규정해야 할까요? 절대적 선(善)이란 없고 모두가 나름대로의 명분과 일리가 있다는 전제 하에서 비로소 소통이 가능해지고 ‘정치’라는 메커니즘이 작동되지요. 바로 이 부분에 있어서 박근혜 대통령과 이정현 수석은 똑같은 오류를 범하고 있지요.
그러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 댓글사건에 대해서는 현재 사법당국의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언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코레일 파업사태에 대해서도 저런 식으로 낙인찍는 발언을 하는 것은 곤란하지요. 왜냐하면 이것 또한 사법당국의 조사가 현재 진행 중이기 때문입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법이 공정하게 적용돼야 진정한 소통이 가능하다는 표현도 부적절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소통은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존중하고, 비록 자신과 다르더라도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는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논리라면 남북 당국은 절대로 대화가 불가능합니다. 왜냐하면 대한민국 법률체제 하에서 북한은 주적이며, 그들과 관련 있는 어떠한 기관이나 단체도 모두 이적단체에 해당되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현재 신당 창당을 준비 중인 안철수 의원 측과 정치개혁 혹은 개헌문제를 놓고 대화하고 협의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이것 역시 마찬가지로 현행 법 상 안철수 신당은 아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런 식으로 따지다보면 과연 박근혜 대통령이 소통해야 할 사람이 얼마나 남을까요? 아니, 헌법상 명백한 불법단체인 북한과도 대화를 할 수 있는 세상에서 대통령이 대화를 하지 못할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소통은 법을 뛰어넘지요.
“불법이나 이런 행동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해나가겠다“는 발언도 마음에 걸리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불법’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언급했으니, ‘이런 행동’은 불법이 아닌 다른 행동이라는 이야기인데, 전후 맥락으로 살펴보면 ‘정부의 입장을 수용하지 않고 떼를 쓰는 행동’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 분들이야말로 정부가 정말로 소통과 설득에 힘써야 할 대상이 아닐까요? 투철한 준법정신을 갖고 정부의 입장에 대해 무조건 수용을 하는 사람들과는 이미 소통의 필요성이 없지요. 그 반대 입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야말로 정부가 정말 소통을 해야지요. 그런데 도리어 그런 사람들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해나가겠다고 한다면 과연 소통이라는 것이 필요한 것일까? 아니 가능하기나 한 것일까?
오늘 박근혜 대통령이 소통과 관련하여 발언한 것만 놓고 보면 과연 이 분이 국정운영과 정책조정의 정점에 있는 정치인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검찰총장이나 대법원장이 위와 같은 발언을 했다면, 직업의식이 투철하다거나, 업무에 대한 책임감이 강하기 때문이라며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국민들이 갖고 있는 수많은 생각과 방향성을 수렴하고, 조정하고, 그것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소통하고 설득해야 하는 국정운영 책임자로서 상당한 문제점이 있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정현 수석이 발언했을 때 제가 썼던 글은 이 수석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여기저기서 얻어맞고 질타를 당한 이 수석이 정말 억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그의 발언은 그의 생각이 아닌 대통령의 생각을 전달한 것에 불과한 것이었기 때문이지요. 이 자리를 빌어 이 수석에게 사과의 말씀을 올리고 싶습니다.
“제가 경솔했습니다. 그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생각일 거라는 판단을 못하고 공연히 이 수석만 비판했습니다. 앞으로는 각별히 주의하겠습니다.”
☞ 이진우 창조경제연구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