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고등학교 1학년으로 돌아가 시끌벅적했던
여자반 시절.
그당시체육복은 현빈 트레이닝복같이 목까지 올라오는
촌스런 디자인에 지퍼가 목부터 가슴께까지밖에 없었음
그러므로 체육복을 갈아입으려면 지퍼를열고
머리를넣어야함
안그러면 정수리윗부분만 냄비뚜껑마냥 체육복 모가지에 끼임
체육 바로전 쉬는시간 이미체육복을 다갈아입은 터라
친구와 수다를 떨고있었음
편의상 내이름을 이런로 칭하겠음 (실제별명임)
낙엽만굴러가도 웃던시절이라 까르르대고있었는데
어디선가 아주 간절하고...애처로운 소리가들림
" 니...이런야.... 이런야..... 나큰일...났어.... "
??
" 이런야..... 이런야아아.... "
뒤돌아보니 체육복 지퍼를안내린채 머리를 쳐넣었는지
정수리만 드러낸 친구가보임
" 뭐여 지퍼내려 "
" 아니이...! 꼈다고 나지금..! "
" 응???? "
얼굴쪽 체육복을 아찔하게 붙잡으며 발을 동동구르는
친구가 장난치는줄로만 알았음
그냥 웃으면서 신경을끄려했는데
점점 울음소리와 신음소리가 격렬해지는거임
" 으어어어... 아프다고!!!! 아 어떡해!!!! "
반친구들이 몰려듬 뭐야뭐야? 뭔일이여!?
소리가 더격렬해짐
반에서 가장착했던친구가 상황을 못보고 급하게 양호실로 뛰쳐감
헐왜그래!? 얘큰일낫나봐 어떻게된거야?
삽시간에 소란스러워짐
가장 친했던 친구가 나이기에 체육복을 잡고 애를 진정시키려했음
그러데 체육복을 살짝 건드리자마자 죽어가는거임....
" 으아야어가갸갸갸각 아 찝혓다고!!! "
무언가 심각한상황인듯하고 다른반친구들도 모여듬
점점 친구의 오열이 커지기시작함
그때 상황을 미처못본 착한친구의 호출을 받고
양호선생님께서 들것까지들고 달려오심
물론 들것수준의 큰일이 아니었기에 나는 들것셔틀이되어
같이양호실로내려감
원치않게 체육복으로 얼굴을.. 마스크맨처럼 뒤집은채
신상보호를 철저히하며 장님마냥 부축받으며 내려감
어느살이찝힌건지 어쩌다그래된건지 (양호선생님 여자분이라 침착하셨음)
자세히 묻자 그제서야 울먹거리던 친구가 이야기를꺼냄
체육복을 머리에집어넣었다
그런데 끼었다
그래서지퍼를 내렸다
그런데 아팠다...!
인체의 신비란 참으로 신기한것이
이 아이는 돌출이아니었음에도
눈꺼풀이찝힘
가장여린살이라서 친구는 펑펑울음
그와중에도 얼굴이안보임...
마치 마지막삶의 희망인마냥
눈쪽 체육복을 움켜쥐고 고통을최소화하는 친구의
보이지않는 얼굴에서 안타까움이느껴짐
가장여린살이니만큼 친구는 양호선생님이
체육복을 뒤집어 눈을보려할때마다 세상떠나갈듯 울음
" 아!! 아..! 선생님...아파여...! "
살짝 체육복을뒤집어 찝힌부분이라도 보려했으나
친구의 태평양같은 넓디넓은 이마는 그마저도 거부하고있었음
" 그럼체육복을 자를수밖에없겠다... 괜찮아? "
" 네흐어엉... 빨리힣ㅎ 잘르핳ㅎ ㅠㅠ주세여헣ㅎㅎ "
그리하여 체육복 절단식이 시작됨
처음엔 눈주위를 자르려했으나 가위질에 당겨지는 체육복이
아프다며 소리를질러대는 친구덕에
가슴팍부터 찬찬히잘라나감
중간중간
" 으허엉 선생니힘 그러케헤 쎄게하시면 아파여헣.. "
하는 친구의 울음이나
" 으허어어엉 엄마는...흐어엉 내가이러느흫 것도 모르고 잇겟지흐헣 "
하는 한탄이나
" 으허어엉 이런년아 웃지히흫 말라고홓 ㅠㅠ 으엉 '
하는 구박과함께
친구의 울음소리 박자에맞춰 체육복은 천천히 잘려나가기 시작함
한20분정도 잘라나갔을까
드디어 대서양같은 이마님도 눈꺼풀의 면회를 허락하실정도로
윗부분이많이잘려나감
그틈을타 양호선생님께서 재빨리 바세린을 바르심
약 1분후
" 으어어엉 으허허허어어어어 ㅠㅠ 으어어어엉 으앙앙앙... ? "
친구의울음이 갑자기 뚝- 끊김
그리곤 양호실 거울로 내부축을 받으며 걸어가더니
살살 지퍼를 뽑아냄
천쪼가리 한뼘정도 달려있던 가녀린 지퍼는
그제서야 내친구의 눈꺼풀을 놓아줌
지퍼자국생긴 친구의 눈꺼풀은 5년이지난 지금도 아주 살짝 흉터로남아있음..
체육복 절단식과함께 50분을 보내버린 우리는
급하게달려온 체육샘과 양호샘께서 입을모아
" 교직생활 20년만에 처음이다 "
하시는 이야기를 들으며 다시 까르르까르르 점심먹으러감
여담이지만 이친구는 그후로도 스펙타클한 경험을 많이겪음
치느님을 섭취하다 뼈가 걸려 새벽2시에 응급실에달려가
엑스레이찍고 쇼를했으나 1시간후 돌아온답변은
" 소화되었습니다 "
그저 잔잔한 고등학교 추억담이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