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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수채화...(6)

희야령 |2014.01.23 10:55
조회 898 |추천 4

창 밖으론 구름이 양탄자처럼 넓게 펼쳐져 있다.

그리고 기내에는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무엇인가를 들여다 보고 있거나, 옆 사람과 담소를 나누거나 혹은 나 처럼 창 밖을 쳐다 보고, 더러는 잠에 빠져 있는 사람도 있다.

준혁은 그런 사람들을 쳐다보다 바로 옆에서 깊은 잠에 빠진듯한 친구를 쳐다 보았다, 친구의 얼굴은 평안해 보였다. 그 평안해 보이는 친구의 얼굴 넘어로 요 몇 일 벌어졌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하나 둘 불을 밝히며 떠 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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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든 자신의 앞에 펼쳐진 광경은, '허걱'하고 욕찌기가 나올 정도로 어지러웠다. 차라리 다시 눈을 감고 기절 해 버리고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무엇인지 정확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희뿌연 안개와 같은 사람의 형체가 서 있었고, 그 앞에는 그 존재와 대적이라도 하는듯 간호사 한명이 이그러진 얼굴을 하고 서 있었다. 그리고 저 만치 떨어진 곳에 친구가 안간힘을 다해 땀을 비오듯 흘리며 주저앉아 고통에 찬 낯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친구의 주변으로 뭔가 모를 희미한 빛이 감쌓여 있었다.

좀 더 자세히 바라보자, 지금 간호사와 대적하고 있는것은 희뿌연 안개와 같은 존재가 아니라 바로 친구였다. 간호사의 손에는 작은 목각인형이 들려져 있었고, 그 인형에게서 기분 나쁠정도의 검붉은 빛이 친구에게 향해져 있었고, 친구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니 친구를 감 싸고 있는 녹색의 오오라 같은 은은한 빛이 마치 친구를 애워싸고 있는듯했다.

간호사 앞에 서 있는 희뿌연 형체가 일렁이기 시작하더니 친구의 몸을 애워싸고 있는 은은한 녹색의 빛과 하나가 되더니 이내 조금 더 연한 빛을 뿜어 내기 시작했다. 빛은 옅어졌는데 그 기운은 한층 더 해진것 같았다, 그러자 간호사의 손에 들려져 있던 목각 인형이 산산조각이 나면서 깨어져 사방으로 흩어졌고, 간호사는 그 자리게 주저앉듯 쓸어져 한 옆으로 넘어져 버렸다, 그러자 간호사가 있던 자리에 검붉은 형체의 구형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쪽에서 안간힘을 다 하고 있던 친구의 입에서 무슨 말이 새어 나오는것 같았다. 그것은 무슨 노랫말 같기도 했지만, 안에는 강한 바람이 불고 있었고,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 때문에 정확하게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순간...친구의 몸에서 뭔가가 날아왔다.날아 왔다기보다는 친구가 있는 힘을 다 해 나에게 무엇인가를 던진것 같았다..그것이 내게 날아 오는 중간에 불 타 오르기 시작하더니, 내 앞에 다가와서는 훅 하고 꺼졌다. 그러더니 눈 앞에 모든것이 선명하게 보이고, 또 들리기 시작했다...

어디서부터 불어 오는 바람인지 모르나 검붉은 안개를 가득 머금은 바람이 사방에서 불어 오고 있었고, 간호사가 쓸어지자 그 자리에 튀어나온 검붉은 구형은 마치 작은 악마의 형상처럼 머리에 뿔리 달려 있고, 꼬리가 있어으며 온 몸이 불에라도 타고 있는지 이글거리는 불꽃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친구를 감싸고 있던 빛은, 친구와 작은 악마 사이에 작은 빛으로 엉켜 있었다. 그 빛은 계속 친구에게로 몰아쳐 오는 검붉은 바람을 막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빛과 친구의 사이에 아까 희뿌옇게 보이던 형체가 서 있었는데 그건 어떤 여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 여인은 무엇인가 후회를 하는 얼굴을 하고 있으며, 계속 도리질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낙지막하게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가..미안....정말 미안하다. 난 이러면 되는지 알았어, 난 이러면 너와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는지 알았어...정말 미안하다..정말 미안하다...."

"이제 와서 늦었다. 후회한들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음융하게 작은악마는 소리치듯 말을 했고, 그 앞에 땀을 삐질거리며 흘리고 있는 친구가 그 말을 받아쳤다.

"그럴까? 과연, 너라는 존재 잘 알고 있다. 무한의 생명을 가졌으며, 큰 힘을 가졌지만, 절대 인간을 이길 수 없는 그래서 인간의 마음을 이용해 인간을 나약하게, 그리고 자괴감에 빠트려 쓸어지게 만드는, 본인의 힘 따위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런 존재..."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작은 악마는 친구를 향해 거센 바람을 내몰라 냈고, 그 바람은 온전히 친구를 향해 날아 들었다.하지만 밝고 작은 구체로 빛나고 있는 아기의 영혼이 그걸 다 받아내고 있었다..

"안돼....더 이상은 안돼...아가..그만...이제 모든것이 끝났어, 더 이상 아프지 마렴,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마렴, 그냥 널 위해, 지금 너와 함께 있는 네 엄마와 함께 가야 할 곳으로 가거라..더 이상 아파하지 않아도 된다..더 이상 아무것도 안해도 된단다..."

그때엾다, 말로 들리는것이 아니라 어떤 떨림, 울림과 같은 미동이 마음으로 전달이 되었다.

'알아요, 이제 모든것을 알았어요, 하지만 아저씨, 아저씨가 아픈게 싫어요, 지금것 단 한번도 무엇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어요, 그냥 엄마가 편하게 된다는거, 엄마를 만날 수 있다는거 그거 하나만 생각 했어요, 그래서 시키는대로 모든걸 했어요, 하지만 이제 알아요, 알았어요, 그래서...그래서 지금은 아저씨가 아프지 않게 하고 싶어요.....'

그 말이 끝나자 친구는 온 힘을 다 하고 있는것 같은데도 불구하고, 지어짜듯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고 있었다, 아기의 영혼이 작은악마가 내어쏘는 바람을 막아주고는 있지만, 모든걸 다 막지는 못하는듯 친구에게 그 기운이 미치는듯했다. 그리고 친구는 자리에서 일어나 굳은 얼굴로 작은 악마를 보며 한마디 내 뱉었다.

"너라는 존재, 신에게 버림 받았으며, 선택 받지 못해, 온갖 거짖과,위선, 그리고 자기위안으로 가득 채워진 그런 너 따위의 존재에게 인간의 영혼을 허락 하지 않겠어...내 목숨이 끊어진다 해도 모든건 신의 뜻대로 이루어 질것이다."

그 말과 함께 친구는 자신의 품에서 작은 칼을 꺼내서 손목 위에서부터 그어내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내 손목에는 붉은 피가 흘러 내리기 시작했고, 그 위로 친구는 작은 병에서 무슨 물 같은 액체를 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을 작은악마에게 뿌리기 시작했다.

"세상 시작부터 있었으며, 세상 끝까지 있을 존재, 그러나 그 어떤 존재보다 가련하고 불쌍한 존재 신의 이름으로 명하니 당장 왔던 곳으로 되돌아 가라."

그렇게 주문같은 것을 외우며 쉴새 없이 손목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흩뿌리듯 작은악마에게 던졌다. 그렇게 친구는 기력을 다 했는지 쓸어지는듯 보였고, 친구가 마지막 피를 흩뿌리며 바닥으로 쓸어 질때 작은 구체의 아기의 영혼이 엄마의 품으로 날아드는것이 보였다, 그리고 아기의 영혼과 결합된 엄마의 영혼은 그대로 친구를 한번 돌아 보고는 마치 인사라도 하는듯 꾸벅 하더니 작은악마에게로 돌진 했다. 그리고 밝은 섬광과 함께 작은악마,아기의 영혼, 그리고 엄마의 영혼은 빛무리 되어 사방으로 흩어져 버렸다, 그리고 방 안을 가득 매우고 있던 바람은 온데간데 없이 사방으로 흩어졌으며, 내 앞에서 작은 종이 한장이 불에 타다 만 상태가 되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저편에는 친구가 반시체가 되어 바닥에 쓸어져 있었다....

난 친구를 들쳐안아 침대에 눕히고, 응급처치를 해서 겨우 지혈을 했지만, 친구의 정신은 쉽게 돌아 오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를 꼬박 세웠다, 정신이 든 친구에게 자초지정을 물었지만 많은 말은 하지 않았다.

다만 친구에게서 들은 이야기는 마지막 두 모자가, 자신을 위해 희생을 했다는것이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가면 잘 알고 지내는 박수에게 그들을 위한 위령굿을 해 달라고 할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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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이후로 생기를 찾은 친구를 한국까지 되려다 주기로 하고 같이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 돕는것을 마다하지 않던 친구였다. 이번 일로 내 자신 스스로가 믿지 못할 일이 생긴다 했도, 그것이 과학으로 설명 할 수 없는 일이라 해도 없는 일이 아니라는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지금 이런 친구가 무엇인가 도움을 요청 한다면, 그 멀리 타지까지 내 자신을 도와주기 위해 찾아 준 친구처럼 무엇이든 도와주리라고 다짐했다. 지금 옆에서 편히 잠들어 있는 친구의 얼굴을 보며...

비행기 창 저 넘어로 한국땅이 내려다 보였다. 어느새 하늘은 가을빛을 띠고 있었다. 그리고 창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바다와 산 그리고 촘촘히 박혀있는 집들은 마치 가을의 수채화 풍경을 하고 있었다...........(끝)

추천수4
반대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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