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을 앞둔 커플이 있습니다.
남자는 이제 그녀와 같이 뭘 해도 지루하기만 하고 아무 감정이 일지 않습니다. 예전엔 그렇게
예쁘던 그녀의 얼굴인데 이젠 너무도 못생겨 보입니다.
그녀의 사소한 버릇도 눈덩이처럼 커 보일 뿐더러 웃음소리도 왠지 경박스럽게 들립니다.
남자는 지나가는 여자들에게 더 눈길이 갑니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좋아지지가 않네요. 다시 사랑을 끌어 내기 위해 뻥을 조금 보태어 과장된 사
랑 표현을 하고 더 자주 스킨십을 해봐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아무래도 이별이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남자는 이제 지쳤습니다. 그만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여자가 먼저 얘기해 주길 기다리죠. 먼저 이별을 말하기엔.. 정말 미안하니까요.
기계적으로 밥 때 맞춰 하는 연락들, 잘 자라는 무미건조한 말들. 하루씩 걸러뜁니다.
조금 허전하기도 하지만 괜찮네요. 이런 우리의 관계를 여자도 이해하기를 바라봅니다.
그리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지금 내 상태를, 우리 사이를 그녀도 잘 알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여자는 아직 남자를 사랑합니다. 사이가 좀 삐걱해지긴 했어도 여전히 사랑하고 있습니다.
여자는 자신에게 소홀해진 듯한 남자를 되돌리기 위해 무던히 애쓰지만 그럴수록 남자는 더 멀어
져만 갑니다. 그가 왠지..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하네요.
솔직히 인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게 다정하게 사랑을 주던 사람인데 변했을 리가 없다며 억지
를 씁니다. 그리고 더 노력하기로 마음먹습니다.
하지만 만나면 혼자서만 조잘대는 자신을 발견하죠.
이번엔 연애 초기처럼 밀당이란 걸 다시 해볼까 싶어 이번엔 연락을 좀 끊어 봅니다.
그러나 핸드폰은 먼저 울리는 법이 없습니다. 남자는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sns엔 그의 소
식이 태연스럽게도 올라옵니다. 여자는 이성적으로 생각하기가 점점 힘이 듭니다. 서럽기도 하고
분하기도 하고..전전긍긍 하다 남자에게 먼저 전화를 겁니다. 다짜고짜 대체 왜 그러냐며 신경질을
부리고 떼를 씁니다. 성질을 부리고 나서야 아차 싶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한숨의 깊이가 전해지네요.
남자는 일단 여자를 잘 달래서 전화를 끊습니다. 이제 이별이 더욱 가까이 왔다는 걸 느낍니다.
그렇게 무의미한 시간이 흐릅니다. 변한 건 별로 없네요. 여자는 다시 잘해보려 합니다.
남자는 점점 미안해집니다. 미안함이 커질수록 그녀가 부담되고 껄끄럽습니다.
결국 여자가 먼저 이별을 말합니다. 너무 많이 돌아온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미 오래 전에 헤어져야 했을 사이일지도 모르겠네요.
남자는 여자가 먼저 이별을 말하게 한 것을 다행으로 여깁니다. 죄책감도 조금 덜었구요.
남자가 이미 마음을 정리하고 기다리는 동안 여자는 혼자서 산길을 헤매다 왔습니다.
차가워져 가는 남자의 등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지나온 시간을 곱씹고 자기 잘못을 곱씹고 객기를
부리기도 하다 이내 받아 들입니다. 둘의 사이가 끝났다는 것을요.
남자는 미안해서 말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차라리 먼저 말해주는 게 더 큰 배려입니다.
싫어지면 싫어진 사람이 먼저 끝을 말하는 게 지나온 시간에 대한 예의입니다.
마음이 변하는 게 나쁜 것이 아니라 솔직하지 못한 게 나쁜 겁니다.
싫으면 싫다고 말로 해주세요. 어쭙잖게 행동으로 보여주지 말고.
'나는 헤어지기 싫은데 니가 헤어지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이니까 헤어져줄게'
이런 생각하기가 어디 쉬운 줄 아나요? 그러니까 먼저 말하라고요. 헤어지자고.
남자의 확실한 마음을 알고 나면 이별을 그렇게 멍청하게 맞진 않을 겁니다. 그런 식으로
라면 이별 전에 둘 다 너무 힘들잖아요.
그게 일종의 배려라고 착각하지 마세요.
여자가 먼저 이별을 말하게끔 만드는 거 그게 더 큰 상처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