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이야기■
1974년 송병수
정말 지독한 산골이죠. 사방 몇 십리가 험한 산들로 첩첩이 둘러 싸여 있으니까요. 이런 곳에 20여 호의 민가가 있다면 놀라시겠죠.
이곳은 집집마다 아이들이 네댓씩 득실거리죠. 이른 겨울에 눈이 오기 시작하면서부터 이듬해 눈이 녹을 무렵까지 그 기나긴 겨울 동안을 밤낮으로 올짝달싹할 수 없이 집안에만 처박혀 있어야만 하니, 낙이라곤 또 뭐가 있겠습니까. 하하, 그저 해마다 연년생으로 아이새끼들만 늘어나기 마련이죠.
이 마을도 행정구역상으로 명칭이 있습니다만 이 마을을 아는 사람들은 모두들 솔개미골이라고 부르죠. 마을 뒤에 우뚝 솟은 산봉우리가 솔개미봉이니까 그렇게 불러온 거죠. 리(里)사무소가 있는 곳이 몇 개 산 넘어 50리 골짜기를 내려가야 하니까 숫제 행정력이 미치지도 않는 곳이 이 마을이죠. 실상 면서기 한 번 다녀간 일이 없는 곳이니까요. 다만 이 마을의 명색 지도자로 돼 있는 내가 한 두 달만에 한 번씩 면사무소나 보건소에 들러 아스피란 따위 싸구려 약품이나 받아오는 게 고작이죠.
눈이 쌓이는 한 겨울 동안 이 마을은 바깥 새상과는 완전히 두절되고 말죠. 바깥에서 사람이 올 일도 없겠지만 오려고 해도 올 수가 없죠. 어느 핸가 이 곳에서 겨우내 밀주(密酒)를 한다는 소문이 바깥에까지 나돌아 군(郡) 세무서원이 단속을 나섰다다가 동사 직전에 간신히 구출된 일이 있었죠. 여기에 난데 없이 한 사나이가 나타났으니 도데체 당신은 하늘에서 떨어졌습니까, 아니면 땅에서 솟아났습니까. 하하, 나야 뭐 당신이 등산객이라는 것을 잘 압니다. 동료들이 눈사태를 만나, 조난을 당하고, 당신 혼자만이 눈 속을 헤메다 천우신조로 이 마을을 찾아왔다는 말을 나는 십분 믿을 수가 있죠. 하지만 마을 사람들이야 어디 그 말을 믿겠습니까. 이 겨울에 등산이라니 쉽사리 납득할 수가 어렵지요. 더구나 목표가 저 솔개미봉이었다니요. 이 산골에서 뼈가 굳은 마을 사람들도 그곳은 감히 오를 생각을 못하죠. 겨울철에 저 솔개미봉을 넘는 사람치고 살아서 돌아온 사람은 이제까지 한 사람도 없으니까요. 어쩌다 마음 먹고 저 산을 넘었다 하면 영락없이 그 이듬해 늦은 봄에 해골만 남은 시체로 발견되기 마련이죠. 겨우내 눈 속에 묻혀 있던 시체가 드러나기가 무섭게 솔개미떼가 달려드니까요.
당신이 마을 어귀에 와서 사람 살리라는 신음을 남기고 쓰러져 있을 때, 마을은 한바탕 들끓었죠. 마을에 또 무슨 재앙이 닥칠지 몰라서 말입니다. 다행히 내가 나서서 당신의 장비라든가 차림새를 보아 등산 조난자가 틀림없기에 실신한 당신을 우리집으로 떠메 왔으니까 망정이지, 하마터면 그대로 눈속에 묻히거나, 동네 사람들에게 밟혀 죽을 뻔했죠.
왜냐구요? 왜 찾아온 사람을, 더구나 조난을 당해 죽어가는 사람을 구해 주지는 못할망정 일부러 밟아 죽이려느냐구요? 물론 이해가 안가시겠지요. 하지만 내 말을 들어보세요. 참으로 기막힌 사연이 있습니다요.
바로 지난해 겨울이니까 꼭 이맘때였죠. 이 마을에 난데 없이 한 나그네가 나타났는데 어디로 해서 어떻게 왔는지 알 수가 없었죠. 저 솔개미봉을 넘어왔을 리도 없구, 그렇다고 50리 골짜기를 혼자 걸어 왔다는 것도 믿어지지가 않을 밖에요. 자기 말로는 그저 떠돌아다니는 나그네요, 저 솔개미봉을 넘어가는 길에 마침 마을이 있기에 쉬어갈 겸 들렀노라고 아주 쉽게 말은 합니다만 어디 그게 당키나 한 소립니까.
어쨌거나 바깥에서 찾아온 귀한 손님이기에 융숭한 대접을 했죠. 뭐 융숭한 대접이라고 했자 그저 옥수수나 감자보다 하얀 이밥이 많이 섞였다면 이곳에서는 대단한 대접이죠.
이 마을의 손님은 으례 저의 집에서 묵게 마련이죠. 이 마을에서는 그래도 사는 형편이 가장 나은 편이고, 명색이 마을 지도자이니 그럴 수밖에요. 누추하나마 방도 여분이 있고 해서 그 나그네를 묵게 했죠.
나그네의 나이는 한 40을 좀 넘었을까요, 어떻게 보면 50 가까이도 돼 보이고 해서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사나이였죠. 몸집도 그리 크지 않은 데다가 좀 깡마른 편인데 눈초리 하나만은 매섭게 번쩍이더군요. 도데체 뭘하는 사람인지 알 수가 없었고, 이 산골 마을에는 뭣하러 왔는지 의심스러웠습니다.
그치는 허름한 가방을 하나 소중히 지니고 있었는데 자기 말로는 그 속에 적지 않은 돈뭉치와 아주 값비싼 산삼뿌리가 있노라고 은근히 자랑을 합니다만 어디 믿어져야죠. 그런데 그 돈뭉치를 직접 보았다는 사람도 있는데다가 그치가 한다는 짓이 밥상을 물릴 때마다 빠닥빠닥한 5백원짜리 한 장씩을 내놓지 않겠습니가. 결코 거저 신세나 지는 초라한 행객은 아니라면서 말입니다. 사실 이 산골에서 그까짓 감자 투성이 밥 한 그릇에 5백원씩이 어딥니까요.
마을 사람들은 돈 많은 나그네가 묵고 있는 방에 밤낮으로 몰려들었죠. 그치가 번드르하게 얘기를 잘 들려주니까 마을 사람들은 할 일 없는 판에 소일 거리를 만난 셈이었죠. 뭐 그치 얘기라야 한때 금광에 손을 대서 크게 돈을 벌어봤다는 둥, 요즘 몇년 동안은 산수(山水) 좋은 곳을 찾아 떠도는 신세지만 심심치 않게 산삼을 캐서 남부럽잖게 돈을 쓸 수 있다는 둥, 믿을 수도 없고 안 믿을 수도 없는 자기 자랑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래도 이 산골사람들에게는 신기하고 대견하게 들렸죠. 일이 그쯤으로 끝났다면 뭐 얘기거리도 안되겠는데….
그런데 어느 날 그치는 동뭉치와 산삼뿌리가 들었다는 그 가방 속을 뒤적뒤적 하더니 화투목을 꺼냅디다. 그때 방안에 있던 사람들은 그 가방 속에 과연 두둑히 돈뭉치가 들어 있는 것을 얼핏얼핏 보았죠.
그치는 혼자서 오광(五光)을 뗍디다. 그저 혼자서 떠돌아다니다 보니 심심할 때 그짓을 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라나요. 아무튼 견물생심이라고 화투짝과 돈뭉치를 본 마을 사람들은 은근히 동하기 시작했죠. 이 마을에서 화투짝을 없앤 것이 바로 지난해부터였죠. 이 마을에도 불어닥친 새마을 정신 덕분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집집마다 돈을 모우는데 재미를 붙일만큼 수입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집집마다 약초재배를 해서 재미는 좀 보았죠.
다른 곡식은 나지도 않고 날 데도 없지만, 옥수수나 감자는 아무 데나 대충 일구어서 씨를 뿌리기만 하면 꽤는 잘되는 셈이죠. 그저 옥수수 몇 가마, 감자 몇 구덩이를 묻어 두었다가 겨우내 그것을 퍼 먹기 마련이죠. 평생을 지내 보야야 어디 쌀 한톨 구경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도 손님에게는 쌀을 좀 섞어 대접을 합니다마는 그게 어디 이곳에서 나는 건가요. 외지에서 사다 놓고 손님이 왔을 때만 내놓는 거죠. 요즘에는 집집마다 몇 말씩 쌀을 비축해 두고 있는 형편인데, 그게 다 약초재배를 한 덕분이죠.
도(道)의 새마을 독려관이 일러준 말도 있고 해서 소위 소득사업이랍시고 약초재배를 내가 먼저 시작했죠. 오래 전부터 농가 부업에 관한 책자나 글줄을 틈틈히 읽어둔 푼수가 있어 감히 그런 결단을 내리게 됐죠. 감자나 옥수수를 심어야 할 곳에 눈 딱 감고 약초를 심었으니, 그것이 실패하는 날에는 꼼짝없이 굶어 죽는 판이었죠. 마을 사람들은 나를 미친 사람이라고 손가락질도 하고, 간곡히 만류도 했지만 나로서도 어차피 이판 사판에 결판을 낼 심사였죠.
그런데 하늘이 도왔는지 약초재배는 고산(高山) 조건에 알맞아서 큰 성공을 거두었죠. 재배한 약초를 싸들고 바깥의 약종상을 찾아갔더니 더 없어서 못 팔 만큼 대단한 인기였죠. 값도 후하게 받아, 옥수수나 감자를 심는 따위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엄청난 수익을 올렸죠. 그 돈으로 생활용품과 한 해 먹을 양식을 넉넉히 사들여, 끼니를 못 끓이는 마을 사람들을 도와주기까지 하면서 지냈죠.
이듬해부터는 마을 사람들이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약초재비를 서둘렀죠. 나는 기왕의 재배 경험에서 얻은 지식을 살려 마을 사람들의 약초재배를 지도하기에 발 벗고 나섰죠. 만약에 이 약초재배가 실패하는 날이며 온 동네가 떼죽음을 당하는 판이라 은근히 겁이 나기도 했습니다. 대행히도 약초재배는 순조로왔습니다. 다른 고장에서도 재배하는 곳이 많이 늘어 값은 지난해보다 좀 떨어진 편이었지만, 수출품이라 해서 물건이 달리는 형편이었죠. 집집마다 재배량에 따라 두둑한 배당금이 돌아갔죠. 바깥 마을에서는 이 솔개미골에 갑자기 떼부자가 생겼다고 소문이 파다했죠. 그러자니까 생전 코빼기도 얼씬하지 않던 면서기가 찾아오질 않나, 영농지도를 한답시고 무슨 조합 지도원이 찾아오질 않나, 새삼스럽게 취약지구를 점검한답시고 지서순경이 찾아 오는 통에 이래저래 손님대접하기에 부산한 건 나였죠.
드디어 일이 벌어졌습니다. 노름판이 벌어진 겁니다. 뭐 심심풀이 삼아 담배내기 정도라니, 말이야 좋죠. 누가 먼저 제의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애당초 화투장을 보인 게 탈이었죠. 처음에 그 사나이는 노름이란 크거나 작거나 간에 할게 못된다고 아주 그럴 듯하게 사양합디다. 자기는 그저 오광이나 뗄 줄 알지 돈내기는 잘 할 줄 모른다고 합디다. 아닌게 아니라 그치 하는 품이 서툴어 뵙디다. 도리짓고땡인가 뭔가를 하는데 번번이 돈을 잃더군요. 이 마을에 노름이라면 난다긴다 하는 사람이 있죠. 김철구라고 노름꾼으로 바깥에까지 소문이 나 있는 사람이죠. 때없이 바깥의 노름판을 돌아다니며 한 밑천 잡아다가 식구들을 먹여 살렸으니 그게 바로 직업인 셈이었죠. 그런 사람이 약초재배로 재미를 보고 나서는 아예 손을 끊었는데 어쩌다가 또 화투장을 잡게 된 거죠. 그러니 그 솜씨야 어디 가겠습니까. 첫날부터 몇 천원쯤 실히 땄죠. 다른 사람들도 조금씩은 땄죠. 잃은 사람은 오직 그 사나이 뿐이었죠. 좀 안됐다 싶으면서도 사람의 욕심이란 알다가도 모를 일입디다. 그처럼 많이 갖고 있는 돈 좀 땄기로서니 뭐 어떠며, 그 정도의 솜씨라면 잘 구슬려서 좀더 따낼 수도 있다는 생각듵을 갖게 됐죠.
아닌게 아니라 다음날도 그 사나이는 돈을 잃었죠. 판돈이 좀 커졌고, 낮에만 하던 판이 저녁까지 갔죠. 물론 판돈을 올리자고 먼저 제의한 것은 철구를 비롯한 마을사람들이었죠. 상대가 워낙 만만하게 뵀던 모양입니다. 그 사나이는 마지못한 듯 그저 하자는대로 하면서 돈을 잃더군요.
노름판은 다음 날도 여전히 계속됐죠. 물론 판돈도 엄청나게 커지구요. 그러다가는 그 사나이의 두둑한 돈가방이 몇날 안 가서 바닥이 날 지경이었죠. 아마도 그 돈을 다 따내자는 심보였던 모양입니다. 명색이 마을의 지도자요, 또한 집 주인이기도 한 나는 입장이 매우 난처했죠. 애당초부터 못하게 말려야 했을텐데 이미 때가 늦었죠. 말려봤자 소용이 없읍디다. 철구라는 사람의 포악한 성깔을 너무도 잘 아니까 지나치게 참견을 할 수도 없는 형편이었죠. 나는 그저 손님이 그동안 돈을 웬만큼 봉창을 하는 정도에서 그치를 바랐죠.
다행히도 세째 날인가 네째 날부터는 손님이 따기 시작합디다. 내가 보기에는 그동안 찔끔찔끔 잃은 돈을 봉창이나 할 정도였는데, 마을 사람들은 오히려 생돈이 축이 난 양 몸달아 합디다. 하긴 입안에까지 물어던 고깃덩이를 씹어 삼키기도 전에 다시 게워 논 셈이니 얼마나 아쉽겠습니까.
아쉬운대로 이제까지 남의 돈으로 잘 놀았다는 셈치고 말았으면 속 편하고 큰일도 안 벌어졌을 텐데 그게 아니었죠. 한 번 맛이 들리고 나니까 쉽사리 손을 털 수 없는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었죠.
판은 점점 커졌죠. 모두들 2, 3만원씩 챙겨들고 와서 한바탕 크게 대들었죠. 아마도 그 가방 속에 들어 있는 돈뭉치를 한꺼번에 바닥낼 심보였을 겝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그렇게도 잃기만 하던 손님이 마구 따는거죠. 돈가방이 바닥나기는커녕, 돈 가방이 한번도 열리지 않은 채 그 사람 호주머니로 판돈이 굴러들어가는 것입니다요. 참으로 묘합디다. 처음에 시시한 판은 좀 잃는가 했더니 한창 열이 올라 판돈이 많아지면 꼭 그사람이 먹게되는 거죠. 이를테면 적은 판은 잃어주고 큰 판은 먹어버리니 돈이 어디로 몰리겠습니까. 밤새도록 판이 벌어졌다가 이튿날 아침이 되니 모두들 2만원을 잃었느니 3만원을 잃었느니 합디다. 물론 조금 잃고서도 엄살을 부리는 사람이 있기는 합디다만 아무튼 돈을 딴 것은 오직 그 사나이뿐이었죠. 난다긴다 하는 노름꾼인 철구도 잃었으니까 다른 사람들이야 오죽했겠습니까.
다시 돈을 가져오느니 어쩌느니 하고 한참 부산들을 떠는 판인데 그치가 손을 털고 물러 앉더군요. 어쩌다보니 운수가 좋아서 마을 사람들의 돈을 좀 땄는데 더 이상 돈을 따기도 도리가 아닌데다가 노름판이 너무 커지면 반드시 뒤끝이 좋지 안다나요. 말이야 지극히 타당하죠. 하지만 돈을 잃은 사람들이 그냥 물러날 리가 있겠습니까. 모두들 다시 몇 만원씩 챙겨들고 와서 더 벌이자고 성화였죠. 그래도 그치는 막무가내입디다. 더 이상은 못하겠다면서 숫제 한 구석에 벌렁 누워 버립디다. 그러니 그놈을 죽입니까 살립니까. 그저 팔자좋게 쿨쿨 자는 꼴을 멀거니 바라보며 깨어나기를 기다릴 수밖에요.
그치는 하루 종일 쿨쿨 자더니 저녁때서야 부시시 일어나서 차려주는 밥을 거뜬히 비웁디다. 그리고 나서 호기있게 만원을 내놓지 뭡니까. 이제까지 주인양반께 진 신세를 갚는 거라나요. 내가 뭐 그 돈을 받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습니다만, 여러 사람들이 멀쩡히 지켜보는 통에 안 받겠다고 할 수도 없는 형편이었죠. 그러니 그런 꼴을 지켜본 사람들이 얼마나 심사가 뒤틀렸겠습니까. 남의 돈을 가지고 생색은 저 혼자서만내니 말입니다. 하하. 마침내 또 승강이가 벌어졌죠. 또 한 판 하자느니, 더는 못하겠다는니 하고 말입니다. 물론 하자고 조른 건 마을 사람들이었고, 못하겠다고 버틴건 그치였죠. 그치의 고집도 어지간합디다. 그렇게 조르는데도 막무가내였으니까요. 마침내 일이 벌어졌죠. 철구의 그 난폭한 성깔이 터지고 만 거죠.
“야, 이 자식아, 네놈이 어디서 굴러먹다가 기어 들어온 새낀지는 모르지만, 내 돈을 먹고 성하게 돌아갈 줄 알아?”
철구와 다른 사람들도 소매를 걷어붙이고 대들었죠. 그러나 그치는 눈썹 하나 까딱 안합디다.
“허허, 형씨 진정하슈. 도데체 형씨가 잃은 돈이 몇푼이나 되기에 그러우. 어디 말해 보슈. 내 그것을 돌려드릴 용의도 있수다.”
그치 한다는 소리가 이랬죠. 철구에 비하면 체구도 보잘 것 없는 사람이 담대하기는 여간 아닙디다.
“뭐, 어째? 이 새끼야, 누가 그 돈을 거저 달랬어. 한판 더 하잔 말이야.”
잔뜩 핏대가 선 철구의 얼굴이 험상궂게 일그러졌죠. 불끈 쥔 주먹이 부르르 떱디다.
“허허, 더는 못하겠대두…”
배포 한 번 유합디다.
마침내 철구의 그 우락부락한 주먹이 그치의 턱배기를 내질렀죠. 당할 사람 없기로 소문난 주먹을 잔뜩 화가 난 채 내질렀으니 어떻게 됐겠습니까. 그치의 턱배기가 박살이 나야 했을 텐데 그게 아니었죠. 그 주먹에 맞은 것은 그 턱배기가 아니라 애꿏은 벽이었죠. 그치 날쌔게도 몸을 피합디다. 아시다시피 이곳의 벽은 통나무를 엮어 흙을 입힌 것이기 때문에 단단하기로는 벽돌 못지 않죠. 살가죽이 터지면서 피가 맺혔죠. 꽤는 아팠을 겁니다.
“요 생쥐 같은 놈으 새끼, 당장 골통을 박살 내겠다.”
그러면서 철구는 방문을 발길로 내지르고 나서 대뜸 날이 시퍼런 도끼를 잡아 들지 뭡니까. 큰일이 날 판이죠. 그러나 어쩝니까. 철구의 그 서슬에 잘못 끼어 들었다가는 큰 화를 입기 십상이니 누구 하나 말릴 엄두도 못냈죠.
사나이가 벌떨 일어납디다. 그리고는 말없이 철구를 노려보는데, 조금도 당황하거나 겁내는 기색이 없었죠. 무슨 배짱으로 그처럼 치켜든 도끼날 앞에서 그렇게 버티는지 참 알 수가 없더군요. 철구 역시 욱 하는 김에 도끼를 들기는 했으나 저도 실성한 사람이 아닌 바에야 어찌 사람을 내리찍을 수가 있겠습니까. 그쯤 나오면 파랗게 질려 사람 살리라고 비명을 지르거나 잘못했다고 빌어야 마땅할 텐데, 어디 할 테면 해보란 통에 질린 것은 오히려 도끼를 든 철구 쪽이었죠.
그대로 물러서면 철구의 체면은 말이 아니었을 텐데 마침내 그 사나이가 고집을 버렸죠.
“형씨, 그만 진정하시우. 아무리 산간벽지요 무법천지라 해도 이건 너무하지 않소. 정 그러시다면 내 오늘 저녁만 해드리리다.”
사나이는 아무 일도 아니었단 듯 태연히 담배를 피워 뭅디다.
“오늘 밤만 하겠다구?”
철구는 며칠이고 더해서 잃은 돈을 봉창하고 그 사나이의 돈가방을 털어낼 심보였죠.
“더했으면 좋겠지만 난 내일이면 떠날 테니까 오늘밤이 마지막이란 말이요--”
내일이면 떠나겠다니, 어디로 해서 어떻게 간단 말입니까. 아까도 말씀했다시피 이 마을에서 바깥엘 나가겠다는 것은 자살하겠다는 거나 다름 없는 말이죠. 하긴 그 사나이가 나타났을 때도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는 모르지만 오기도 했으니까 가는 수도 있겠죠. 하지만 두고 봐야죠. 말로는 간다고 했지만 막상 떠날는지, 그대로 눌러 앉아 있다가 가진 돈을 다 털릴는지는 정말 두고 봐야죠.
“좋소. 오늘밤이 마지막이라니 이왕이면 판을 좀 크게 벌립시다.”
철구는 금새 히죽히죽 웃으며 자리잡아 앉았죠. 제깐놈이 가기는 어떻게 가느냐는 비웃음이 여실합니다. 철구를 비롯해서 마을 사람들은 4, 5만원씩을 모두 가지고 있었죠. 약초 재배에서 번 수입금의 거의 전부였을 겝니다.
밤새도록 판이 벌어졌죠. 결과는 어떻겠습니까. 보나마나 뻔하다구요? 손님이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하하. 손님도 이미 짐작 하셨듯이 그날밤 노름판은 그 사나이가 휩쓸었죠. 하는 솜씨를 보면 아주 서툴고 어설프기 짝이 없는데 돈은 자꾸만 그쪽으로 쏠리지 뭡니까. 적당히 잃어주기도 하는데 그건 영락없이 판돈이 적을 때고, 큰 판은 번번이 그치가 따거든요.
동네 사람들이 차츰차츰 돈을 잃게 되자 모두들 후끈 달았죠. 특히 철구는 말이 아니었죠. 자정이 좀 넘자 5만여원을 몽땅 잃고 말았죠. 그렇다고 철구가 가만히 물러설 성미는 아니죠. 동네사람들에게 돈을 꾸기 시작했죠. 너나 없이 잃은 판에 누가 선뜻 돈을 꾸어주겠습니까. 한데 일이 되는라고 대여섯 명 노름꾼들 외에도 여러 사람들이 뒷전에 둘러앉아 구경을 하고 있었죠. 그 중의 한 사람은 물론 나였지만, 참으로 청승맞고 할일 없는 지랄이었죠. 하기야 이 산골에서 뭐 구경거리나 소일거리가 흔히 있겠습니까. 이웃끼리 마실을 다녀봤다 서로 폐만 되구 귀찮은 노릇이어서 밤낮 집안에만 처박혀 밥이나 추내는 게 일이었으니까요. 그러던 판에 모처럼 큰 노름판이 벌어졌으니 축에는 못끼나마 뒷전에서 구경만하는 것도 큰 재미였죠.
몸이 달은 철구는 아무나 닥치는대로 돈을 빌리자고 졸랐죠. 하지만 언제 받자고 몇 만원씩이나하는 돈을 꿔줍니까. 내년에 가서 약초재배를 하기는 하겠으나, 그렇다고 해서 그때 받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열에 하나도 없죠. 주마 주마하고 질질 끌면 그것 죽입니까 살립니까.
사정이야 그랬지만 철구의 성화에는 못견딜 형편이었죠. 이 동네 돈이 밖으로 새 나가는 것을 보고만 있겠느나고 얼러대는 통에 마음 약한 몇 사람이 지고 말았죠. 송아지를 내놓겠다는 바람에 못이기는 척 한 것인지도 모르죠.
아닌 밤중에 큰 변이 일어난 거죠. 철구네 중소 한 마리가 남의 집으로 넘어갔으니 말입니다. 온 동네가 발칵 끊었죠. 하루밤 새에 황소 한 마리가 이 집 저 집으로 옮겨다니던 옛날의 못된 풍조가 되살아 났으니 일은 큰 일이죠. 동네 아낙들이 노름판을 말린다고 들고 일어났지 뭡니까.
이 동네에서는 집집마다 소를 꽤 기르는 편입니다. 허지만 철구야 어디 소를 키울 위인입니까. 노름판이나 떠돌아 다니고 어쩌다 집에 들르니 말입니다. 그러던 집에 송아지가 생기게 된 것은 순전히 그 억척스런 아낙 덕분이었죠. 어린 자식들과 끼니를 걸르면서 주린 배를 움켜쥐고 남의 집 품팔이로 근근이 돈을 모아 용케도 산 송아지였죠. 그 송아지가 이제 겨우 중소로 자랐는데 노름으로 날리다니 견딜 수가 있는 노릇이겠습니까.
철구네를 비롯한 동네 아낙들이 떼로 몰려와서 데모를 했죠. 노름꾼을 동네에서 내쫓으라고 악을 쓰고 울부짖고 했죠. 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습니다. 남편이야 무슨 짓을 하던 찍 소리도 못하고 오막살이에 처막혀 있기 마련인 것이 이 동네 아낙들이었죠. 그러던 것이 요즘에 와서는 새마을 부인회다, 불개미 저축조합이다, 가족계획 어머니회다 해서 제법 치맛바람이 일기 시작했죠. 모두 잘 살아보자고 하는 노릇이니 누가 말리겠습니까. 이 동네의 오랜 고질이었던 밀주와 도박을 몰아낸 것도 그 아낙들의 힘이었죠.
그 아낙들이 떼지어 아우성이니 판이 되겠습니까. 그렇다고 곱게 물러날 사람들도 아니었죠. 물러날 형편도 아니었구요. 모두들 돈을 잃어 눈 알이 시뻘겋게 뒤집혀 있는 판이었으니까요.
마침내 철구가 문을 박차고 나왔죠. 한참 끗발이 올라오려고 하는 판인데 재수없게 계집년들이 나섰다고 고래 고래 욕바가지를 퍼붑디다. 그런다고 물러날 아낙들이 아니었죠. 특히 철구 아낙은 신세 한탄을 하면서 통곡을 했죠. 그럴 게 아닙니까. 이제 겨우 자리가 잡혀 끼니나마 거르지 않게 되나보다 했는데 하룻밤 사이에 있는 돈 다 날리고 애지중지하던 송아지마저 날렸으니 미칠 노릇이죠. 허나, 몸무림쳐야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철구가 제 계집의 머리채를 잡아 나꾸면서 장작 패듯 들이 패더군요. 가뜩이나 성깔 사납고, 주먹 세기로 이름난 그 손에 사정없이 맞았으니 어떻게 됐겠습니까. 자지러지게 소리를 지르다 못해 그만 실신하고 말았죠. 참으로 눈뜨고는 못 볼 광경이었습니다. 세상에 그럴 수가 있겠습니까.
참, 이제야 얘깁니다만 철구 아낙 무던한 여인이었죠. 마음씨 착하기로는 당할 여자가 없었고, 인물 또한 누구에게 빠지지 않았습니다. 사실이지 이런 산골에 묻혀 살기는 아까운 미인이었죠. 고생에 찌들고 제대로 가꾸지를 못해서 그렇지 타고난 미모야 어디 가겠습니까. 지금이라도 잘 입히고 잘만 가꾸어 낸다면 누구나 탐낼 만큼 잘 생겼죠. 그런 여자가 무슨 팔자에 철구 같은 서방에게 걸려 그 고생이겠습니까. 실신해서 나자빠진 것을 할 수 없이 동네 아낙들이 떠메고 가버린 통에 소란이 멎긴 했죠.
물론 노름판은 여전히 계속됐죠. 벌써 새벽녘이었죠. 송아지를 담보로 빌린 몇 만원도 다 나갔죠. 다른 사람들도 거의 다 밑천이 바닥나구요. 이상하게도 판돈을 다 몰아들인 것은 그 사나이었죠. 엄청나게 많은 돈이었죠. 결과가 이렇게 되리라고 누구도 상상을 못했죠. 물론 그 사나이를 제외하고 말입니다. 모든 게 내 불찰이었죠. 명색이 이 마을 지도자요, 자타가 공인하는 터줏대감인 내 집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으니 그건 꼭 내가 시킨 꼴이 됐죠.
날이 훤히 밝은 아침 무렵입니다. 철구가 애기패 하나를 탁 잡았죠. 그러나 빈손이지 뭡니까. 더 이상 댈 돈이 있어야죠. 그러니까 그 사나이는 화투장을 탁 놓고 툭툭 손을 텁디다. 철구의 거치른 성깔이 가만 있을 리 있겠습니까.
“야, 이새끼야, 왜 그만둬, 어서 패를 돌려…”
“누가 그만두겠다는거요? 돈만 대슈. 얼마라도 할테니까.”
“이 새끼가 돈에 환장을 했나, 어서 돌리지 못해…”
“허허, 돈놓고 돈먹기에 돈도 안 대구 뭘 한단 말이오…”
“좋다. 내 집하고, 집 앞의 채전이 내 전 재산이다. 아무리 못가두 십만원은 나간다.”
“허허, 그걸 내가 어쩌란 말이오?”
“이새끼야, 그걸 오만 원에 걸겠단 말이다. 그래도 못돌려?”
“여보슈, 형씨. 형씨의 집이 제아무리 고래등 같은 대궐인들 오늘이면 떠날 내가 그걸 뭣에 쓴단 말이오.”
“이 새끼, 너 정 그러면 뼈다귀도 못 추릴 줄 알아. 여기서 너 같은 놈 죽여 없애봤자 소문이나 날 줄 알아?”
마침내 철구는 아까 그 도끼를 들고 들어왔죠. 정말 내리찍을 듯한 기세였죠. 이번에는 돈을 잃은 사람들이 모두 동조를 해서 철구는 한결 의기양양했죠. 정말이지 당장 내리찍어 박살을 내고는 잃은 돈을 모두 되찾아 볼 심사였을 겝니다. 그러나 그 사나이는 눈썹 하나 까딱 안합니다. 그저 한참동안 철구를 노려보더니 한다는 소리가 아주 기막혔죠.
“정 그렇다면 좋소. 내 당신이 걸겠다는 오만원을 곱으로 잡아 십만원을 쳐줄 테니 당신 마누라까지 거쇼…”
처음에는 모두 농담인 줄만 알았죠. 아니면 그렇게 해서 다만 얼마라도 딴 돈을 되돌려 주려는 것으로 생각했죠. 노름판에서 황소를 날리거나 집 문서 땅 문서를 날려 패가망신하는 일은 흔히 있지만 마누라까지 거는 법은 세상에 없으니까요. 그러니까 철구는 얼김에 걸라는대로 다 걸겠다고 쉽게 대답을 했죠. 그게 바로 큰 변의 불씨였습니다.
어쨌든 판은 다시 벌어졌죠. 패를 잡은 철구의 손이 부르르 떨립니다. 마지만 단판으로 판가름내는 승부였으니까 떨릴만도 하죠. 그러나 그 사나이는 아주 태연합디다. 침착하게, 물론 공정하게 패를 돌렸죠. 참으로 조마조마했죠. 철구는 얼굴색이 불그락 푸르락 합디다. 판에 까린 패를 보니 짓기는 했는데 손에 들은 끗발이 무엇인지 한참동안을 움켜쥐고 있습디다.
“자아, 까시요.”
사나이는 아주 침착하게 말했죠.
“일곱 끗이오.”
철구는 아주 썩 잘잡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못쓰게 잡은 것도 아니었죠. 그저 사람 속태우기 알맞은 끗발이죠. 그러니까 별로 자신 있는 것도 아니고, 아주 꿀릴 것도 없는 기세로 패를 깔 수밖에.
“그렇다면 당신 마누라는 이제 내꺼요. 집하구 땅은 사양하리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소리죠. 하지만 누가 그걸 농담으로 듣겠습니까. 도무지 농담을 할 계제는 아니었으니까요.
“뭐 어째?”
“허허, 난 여덟 끗이란 말요.”
아닌게 아니라 사나이가 펴논 패는 철구보다 한 끗이 많았죠. 철구는 얼마나 울화통이 터졌겠습니까.
“너 이노무 새끼, 이제까지 속여 먹었지? 죽여버릴테다.”
철구가 사나이의 멱살을 우악스럽게 잡아 나꾸었죠. 정말이지 그치가 속임수를 쓰지 않았다면 어디 그럴 수가 있었겠습니까. 번번이 그랬으니까요. 그러나 속이는 것을 한 번도 적발해 낸 적이 없었죠. 속이는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노름을 썩 잘하는 꾼임엔 틀림 없었죠.
멱살을 잡히고서도 그치는 태연합니다.
“이거 왜 이래. 마누라를 찾고 싶으면 그만한 돈을 걸구 얼마라도 덤비란 말여. 그렇잖으면 난 이만 가겠어. 네 마누라 데리구 가겠으니 그리 알란 말여.”
체구도 실하지 않은 치가 뭘 믿고 그리도 간통이 큰소리를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죠. 노름에 딴 철구 아내를 기어이 데리고 가겠다는 거죠. 가기는 어디를 어떻게 간다는 말입니까. 아까도 말했지만 이 겨울에 이 마을을 빠져 나간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죠. 그 50리 골짜기를 내려갔다가는 반도 못가서 해가 저물어 얼어 죽거나 눈사태에 파뭍혀 죽거나 하기 마련이죠. 더구나 저 솔개미재를 넘어간다는 것은 그 열 배나 더 어려운 노릇이구요. 하기야 어떻게 왔는지 오기는 한 사람이니까 달리 가는 재주도 있는지 누가 압니까. 그저 두고 보는 수밖에요.
그치는 툭툭 털고 일어서더니 주섬주섬 옷을 챙깁디다. 그러고는 나에게 정중히 작별인사를 하더군요.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동안 폐가 많았다고 깍듯이 인사를 합디다. 그러더니 제 마누라(철구 아내)를 데려와 같이 가야겠다면서 털장화를 신고 나갑디다. 아닌게 아니라 그치는 정말로 철구네 집 쪽으로 갑디다. 철구네 집은 이 동네에서 제일 높은 곳에 있었죠. 바로 저 솔개미봉으로 가는 비탈바지에 말입니다.
철구는 하도 어이가 없어서인지 네깐 놈이 재주 있으면 어디 가보란 듯이 팔짱을 끼고 멀거니 쳐다보기만 합디다. 저 놈이 말은 그렇게 했지만 설마 남의 마누라야 건드리지 못하겠지 여겼던 모양입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이야 재미있는 구경판이 났다고 지켜보고만 있을 수밖에요.
마침내 그치는 강파른 비탈길을 올라가 불룩한 눈무덤 속으로 사라졌죠. 철구네 집으로 들어간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철구 아내를 뭐라 꼬셔 대리고 나온단 말입니까. 꼬신다고 호락호락 넘어갈 여자도 아닌데 말입니다. 어쩌면 철구에게서 딴 돈을 다만 얼마라도 철구 아내에게 돌려주려나 보다고도 생각했죠. 철구 아내가 지독하게 얻어맞아 실신한 꼴을 저도 보았으니까 제딴에는 불쌍하다고 인정이 솟았는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그러나 그건 순간적인 내 생각이었죠. 당치도 않은 생각이었죠. 이게 웬 변입니까. 한참만에 두 사람이 나왔죠. 그치 말대로 철구 아내를 데리고 나온 것입니다. 그런데 이쪽으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솔개미재 쪽으로 올라가는 게 아니겠습니까!
철구는 그만 눈알이 뒤집혔죠. 저놈을 이제는 정말로 살려두지 않겠다면서 도끼를 들고 쫓아 올라갑디다. 그 서슬을 누가 말리겠습니까. 이제는 영락없이 사람 하나 죽을 게 뻔했죠. 사실 그치 죽어도 쌀만큼 너무나 방자한 짓을 했지 뭡니까.
철구가 헐레벌떡 쫓아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치는 뒤돌아보는 기색도 없이 그저 유유히 비탈길을 올라가는 거였죠. 근데 알 수 없는 것은 철구 아내입니다. 글쎄 억지로 끌려가는 게 아니라 마음 내켜서 따라가는 형국이었으니까요.
드디어 철구는 두 사람을 따라 잡았죠. 불문곡직하고 철구가 도끼를 휘두르는 모양입니다. 너무 멀리 떨어져서 그저 까만 형상만 보일 정도였는데 이내 세 몸뚱이가 한 테 엉켜 눈 위에서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합디다. 철구 아내마저 남편을 도와 그 못된 놈을 해치려 덤비는 모양이었죠. 마침내 두 사람이 눈을 털고 일어납디다. 워낙 멀리서 벌어진 일이라 자세히는 알 수 없었지만 철구네 부부가 그 사나이를 해친 것 같았습니다.
철구 내외는 나자빠진 그 치를 떠메다가 바로 그 둔덕 위쪽 켠의 낭떠러지로 집어 던지고 말았죠. 스무 길이 넘는 벼랑이니까 송장 찾기조자 어렵게 됐죠. 기어이 일은 크게 난 겁니다. 사람을 죽였으니 철구 내외도 언제고 잡혀갈 게 뻔하죠. 그래서인지 철구 내외는 집으로 내려오는 게 아니라 솔개미재 쪽으로 올라가는 게 아니겠습니까. 아마도 겁결에 도망은 친다지만 저러다가 되돌아 오려니 여겼죠. 그런데 웬걸요. 자꾸만 멀리 가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때서야 마을 사람들은 철구를 소리쳐 부르면서 쫓아갔지만, 너무나 멀었고, 소리가 들릴 리도 없었죠. 그저 간신히 세 사람이 싸우던 둔덕까지 올라가 보았죠. 유혈이 낭자한 것이 참으로 끔찍했죠. 피묻은 도끼자루 하나가 나딩굽디다.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으니 철구인들 겁에 질리지 않을 리 없었죠. 그래서 도망치는 모양인데 어디라고 저 솔개미재를 넘습니까. 저기를 넘어 보았자 백 리는 산너머 산인데.
그래도 까만 점 두개가 하얀 눈 저 멀리에 아물아물하다가 사라지더군요. 저러다 제 정신이 들면 돌아오겠지 생각하면서 모두들 둔덕을 내려왔죠.
우리 집에 죽은 사나이의 가방은 그대로 남아 있었죠. 몇 십만원 동뭉치와 귀한 산삼뿌리가 들었다는 가방 말입니다. 노름에서 돈을 잃은 사람들이 그것을 그냥 놔둘 리가 있겠습니까.
마침내 모두들 보는 앞에서 가방이 열렸습니다. 돈뭉치가 두둑히 쏟아져 나왔죠. 그런데 참으로 기막힐 노릇입니다. 뭉치마다 하나같이 앞뒤 한 장씩만 진짜 돈이었지 가운데는 모두 종이또막이지 뭡니까. 값진 산삼이라는 것도 꺼내 놓고 보니 말라 비틀어진 도라지 몇 뿌리였죠. 그제서야 그 사나이의 정체를 알만 합디다.
사기꾼, 도적놈, 죽일놈, 그때서야 마을 사람들은 분노했죠. 그놈을 진작 내 손으로 때려 죽였어야 했다고 치를 떨었죠. 얼마나 분하고 원통한 노릇이겠습니까. 그놈의 송장이라도 찾아 내서 갈기갈기 찢어 버려야겠다고들 별렀죠.
아니게 아니라 다음 날 마을 사람들은 벼랑 밑의 송장을 찾아 나섰죠. 핑계야 무엇이든 한결같이 내심은 그치가 갖고 있는 돈에 있었죠. 그치가 노름판에서 거둬들인 진짜 돈은 모두 안주머니에 챙겨 넣었으니까요. 그러니까 송장을 찾는 게 아니라 마치 노다지를 캐는 심사들이었죠. 그렇지만 어디 쉽게 찾아집니까. 워낙 험한 산골짜기인데다가 밤 새 눈사태가 덮여서 어느 구석에 박혀 있는지 찾아내기란 무척 힘이 들었죠. 그러나 꼬챙이로 쑤시고 헤치고 법석을 떤 사흘만에 드디어 시체를 찾아내고야 말았죠.
시체를 끄집어낸 순간 모두들 기절초풍을 했답니다. 글쎄 도끼에 찍혀 박살난 것은 그 사기 도박꾼이 아니라 바로 철구였으니까요. 도끼를 들고 쫓아올라간 철구가 오히려 그 도끼에 찍혀 죽은 거죠. 도무지 상상도 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주먹 잘 쓰기로 이름난 황소 같은 철구가, 보잘 것 없는 체구를 가진 그치에게 어쩌면 그렇게 무참하게 당할 수가 있는지 말입니다. 더구나 알 수 없는 것은 철구 아내의 행실이었죠. 누가 보아도 억지로 끌려 간 게 아니라 자진해서 따라간 게 분명하니 말입니다. 사생결단의 결투를 할 때 철구 아내는 제 남편을 도운 게 아니라 그 사나이를 편들었는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그 통에 철구네 아이들은 멀쩡한 고아가 됐죠. 그 집에 아이들을 데릴러 갔을 때 또 한 번 놀랐죠. 그 집 서까래에 목을 매다는 새끼줄이 매달려 있지 뭡니까. 그때서야 철구 아내의 행실이 짐작이 됩니다. 마악 목을 매어 죽으려는 판에 그치가 뛰어들어 살려 주었는지도 모릅니다.
이듬해 해동 무렵부터 마을 사람들은 저 너머의 산골짜기를 뒤지기 시작했죠. 그 연놈의 시체를 찾으려고 말입니다. 아니, 그놈의 호주머니 속에 있을 돈을 찾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러니까 제각기 혼자서 슬그머니 저 너머 골짜기를 헤매고들 했죠. 그러다가 어느 골짜기에서 서로 만나면 멋적게 웃곤 했죠. 그렇지만 저 너머 산골짜기가 몇 가닥인지 헤아릴 수도 없죠. 그야말로 장대로 강물에 빠진 동전 건지기죠.
결국은 초여름께 가서야 어느 골짜기엔가 나딩글고 있는 두 시체가 발견됐죠. 시체가 아니라 이미 해골이었죠. 눈 속에서 돋아난 시체의 살점을 솔개미떼가 다 쪼아먹었기 때문에 그런 거죠. 어째서 이름조차 솔개미봉이겠습니까.
아무튼 두 해골은 그 연놈의 것이 분명했죠. 그런데 그놈이 지니고 있던 돈뭉치가 곱게 남아 있을 리가 없었죠. 어찌나 쪼아댔는지 그 덕석 같던 옷들도 갈기갈기 찢겨져 있었으니까요. 해골 근처에 마구 찢겨진 돈 조각이 가랑잎처럼 흩어져 있었죠. 어느 쪽을 주어 모아도 도저히 돈으로 쓸 수 없을 만큼 누렇게 색이 바래진 채 말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쓰디쓴 입맛을 다시며 그 자리에 해골들을 묻어주었죠. 그리고는 두 번 다시 낯선 사람을 마을에 맞아들이지 않기로 결의했답니다. 당신이 이 마을에 왔을 때 몰매를 맞아 죽을 뻔한 것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당신의 배낭을 뒤져보니 모두가 등산 장비뿐이고 가짜 돈뭉치나 화투장 따위는 없어서 일단 안심은 했습니다마는, 그래도 마을 사람들은 불만이죠. 빨리 내쫓으라고 말입니다. (끝)
23. The Black Kite Mountain Valley
Written in Korean by Song, Byungsoo in 1974
E야ted and Translated in English by Lim Sunjae in 2007
It's a remote village, indeed. It's in the heart of mountains rising one above another. However, you may be surprised to learn that the number of households in this place is over 20.
People called this place Black Kite Mountain Valley. A government office is so far way from here. Actually, this place is beyond the reach of the administrative power. Not an official of a township office ever showed up here. As a nominal leader in the village, I have to visit the nearest township office and a public health center to obtain some medicines every few months.
The traffic, not to mention any communications, is absolutely cut off from the outside world by the snowstorms during the entire wintertime. A several years ago, word was widespread about clandestine brewing here and a tax-office clerk visited this place to take action. And he was miraculously rescued from being frozen to death. And now at midwinter, you, an outside world man appeared here. Of course I believe that you are a mountaineer who met with a disaster. But no other villagers will believe that someone tried to climb up the Black Kite Mountain in winter, because nobody ever came over the mountain alive in winter.
When you fell down, moaning in distress at the mouth of the village, the whole folks here seriously stirred. I managed to persuade them and brought you in a swoon to my house. Otherwise, you might be trampled underfoot to death by the folks here. Surely you are in confusion, hard to understand such an absurd and even weird practice here.
Now let me tell you what had happened here in order to quench your curiosity as soon as possible.
It was about this time last year. Suddenly a traveller appeared here from nowhere. It was sheer nonsense that he climbed over the mountain. It was as much unbelievable that he all alone walked over the valley slope for about 50 miles. However, he so easily said that he was a wanderer on his way to climb up over the mountain and just dropped by at the village he came across to stay for a while. What a sheer nonsense!
Anyway, we gave him warm hospitality as a guest from an outside world after a long time.
It was a habit with us that any outside guest would stay in my house.
He was a stranger in many way. Among others, I was unable to guess his age. Judging from his appearance, I guessed his age to be forty at first and later he looked about 50. He was not large-built, rather slender but stout build. He had conspicuously fierce eyes. I had no idea of what he was and what he wanted here.
He was keeping an old leather bag with great care. He suggestively showed off that there were quite a sum of cash and some pricelessly invaluable wild ginsengs in it. Just incredible! However, someone said he happened to see several bunches of bank-note. Everytime he finished eating a meal, he paid for it with a large denomination bill, the price being far more higher for a meager meal.
Village neighbors visited the rich traveler's room day and night in groups. He was a good speaker and it was an ideal place for the idle folks to while away their time. According to him, he discovered a gold deposits and made a lot of money when younger. Though he was now just a traveller wandering about looking for a place noted for its beauties of nature, he had an unexpected piece of good luck to dig up some wild ginsengs once in a while. So, he was still well off.
Then, one day he took out a pack of Korean flower cards from his bag. Some folks in his room at that time apparently saw some piles of money inside his bag for a moment.
He was playing a solitary game for fun and the day's luck. Villager's minds began to stir at the sight of cards and piles of money. It was last year that gambling cards disappeared in this district. Every household was eager to earn money by planting medicine herbs. Their incomes was increasing day by day.
Originally corns and potatoes were the principal products here. However, other crops like rice, wheat and barley were pitifully scarce.
Encouraged by an agricultural agent, I began to study about new crops for the income-doubling program. When I decided to plant medicine herbs in the place of corns and potatoes, some held me by the button. Oothers pointed a finger at me.
As luck would have it, the herbs were an alpine plant. It was a great success from the first. I went to the outside world apothecaries with the products and they all wanted to buy them up at a good price.
Next year, almost all of the village households began to plant the new crops. What was more, the products turned out to be an important exports. Word was getting about far and wide. And the rumor spread to the outside world that almost all the households here gained sudden wealth.
All of a sudden, various kinds of people visited this place and accepting and entertaining them was not an easy job.
At last, card games started in this place after a long absence. At the beginning, they suggested to use cigarettes as the stakes instead of money. The stranger refused politely to join them, gently warning that any kind of gambling was no good, small or big. Apparently, his skill seemed very clumsy and awkward. In fact, he lost all the time at a game. There was a man named Chunku in the neighborhood, who was once well known as a professional gambler. He almost quitted gambling after he devoted himself to herb farming. He earned quite a bit and others some each from the first gambling. The stranger himself was the only loser.
The next day the man lost a lot again. The sum of money to set up grew a little more and they began playing even till night. Of course, it was the villagers, Chulku among others, who proposed to raise the sum. The stranger reluctantly accepted and kept losing.
The gambling continued the next day as ever. The sum to set up grew much bigger, of course. The man's money bag seemed to be empty sooner or later. As a village leader, I found myself in an awkward position. It was too late to stop them. I knew well that Chulku was a very violent man. I only wished the guest himself gave up when he recovered some.
Fortunately the guest began to earn from the third or fourth day. It seemed to me that he just broke even. But the neighbors seemed to feel that they lost quite a lot.
The game scale incredibly increased. Probably they wanted to earn all the money inside his bag in a short time. However, the man began to earn slowly and steadily. It was like magic. He never opened his bag since then. All the money seemed to flow into his pockets. He almost always lost at a small game but he seldom lost at a big one. Even Chulku lost quite a sum, not to mention the others.
There was a bustling among them. Someone begged to lend him some money but nobody listened to him. Others went home hurriedly to get much more money. Then, suddenly, the stranger stood up and declared he would quit gambling. He said that he was lucky enough to earn some money but he realized that it was wrong to expect any more earnings. He again warned that any overheated gambling resulted in a bad ending. But the losers never gave in. They strongly urged him to go on. He turned a deaf ear to them. He lay down at a corner and fell asleep in no time, snoring loudly.
The next day he slept all day long and woke up in the evening. He emptied a bowl of rice lightly and paid a largest denomination bill in Korea at that time for it. All the others bore malice at the sight. They wrangled against the man. He refused flatly. He seemed very stiff-necked about that matter. At last, Chulku lost his bad temper.
"You dirty little rat! You really think you can get out here with my money safe and sound?
Chulku, along with others, went at him with their sleeves rolled. The stranger stared at Chulku without a blink and said, "Hey, calm down, please, my friend. Just tell me how much you lost. If you ask, I am ready to give it back."
"What? I am not asking it for nothing. I just want you to go on."
He was standing, clenching his fists; he got red-hot with anger and a sinister countenance.
"I said I will not."
He was nonchalant.
Chulku, eventually, threw his heavy punch at his opponent's chin, but the victim was not him but an innocent wall as hard as a brick-stone.
"You son of a bitch! I will split you on the head.
Chulku rushed out and soon returned wielding a sharp ax. All were still and silent. Nobody budged.
The man sprang to his feet and stared at the opponent's eyes in silence. He was as cool as a cucumber. Chulku himself looked to be bewildered in confusion.
The man broke the awkward silence, "Please, listen to me, my friend. I know it's a remote place far from the law. Even so, it seemed to me that you went too far tonight. If you want so much, I will play just one last game this evening."
At that Chulku looked disappointed, "Just one last game?"
"Sorry, but I have to leave here tomorrow."
I was greatly surprised. Leave tomorrow? To where and how?
"Ok. If this is the last gambling, how about a little bigger game?"
Gambling went on all through the night. Almost all the money became the stranger's.
Chulku did his best to prepare for the money on the spot to no avail. At last he offered his calf for the money.
Who said that bad news travels fast? All of a sudden, the whole village was upset in an uproar.
Chulku was the last man to raise a calf. His wife did it. She worked like a dog. She and her children were always hungry. She took good care of the calf that it was growing up rapidly. And now her good-for-nothing husband was losing it.
Chulku's wife, along with the other women, gathered up in a group for demonstration. They desperately bawled at their men, furiously screaming, "Get rid of that wicked gambler right now!" There was nothing like this in the past. A man's word was a law in his household. But now everything changed, especially the women's power. There were so many women's meetings, clubs, committees. associations and what not.
However, their men were not in a position to obey their wives at that time. They had to recover their fortune by all means and at any cost.
At last, Chulku broke the gate out and poured name-calling at the top of his voice in vain. The women did not budge an inch. Chulku's wife told her hard-luck story and bewailed her lot, crying bitterly. All folks clicked their tongue at the pathetic sight.
Chulku went at her to drag her by the hair and struck her viciously at random. She screamed for a while and fell unconscious.
By the way, Chulku's wife was an unusually wonderful woman. She was so nice and kind to everyone. What was more, she was a most surprising beauty. It was a real pity that such a woman had to lead such a miserable life, suffering such hardships in that remote countryside.
The gambling continued and soon day broke. The sum of money the stranger earned was beyond estimation.
In the morning, Chulku got a good chance but he was penniless. The man dropped the cards and stood up.
Chulku shouted, "You son of a bitch. Deal the cards."
"No money, no deal. That's the rule."
"Ok. I will offer all my property. That's quite a lot."
"Hey, my friend. I don't care even a house of a palace. What should I do with such property. I will leave here today, anyway."
At that, Chuku rushed out again and returned with the sharp ax triumphantly. All the losers encouraged him. However, his opponent was still as cool as a cucumber with not a blink. He gave a glare to the crazy fool for a while and said in a soft voice, "I will accept your wife at double the price of all your property. Will you offer her?"
All the people were taken aback at that but soon they took it all as a mere joke.
Chulku himself unhesitatingly offered his wife in the confusion of the moment.
The game resumed. Chulku's hands shook holding the cards. His face changed color. He was not himself. However, the gambler was still himself perfectly.
"Now show your hand, please."
"It's seven."
In fact, Chulku got not so good and not so bad a number of pips.
"Then, sorry, but your wife is mine now. Mine is eight."
The man spread his cards slowly.
Chulku burst into a fit of rage.
"You son of a bitch. You've been playing tricks on us. I will kill you."
Strange to say, it was true that not a trick of the man was detected or caught on the spot.
Being caught at the throat by Churku, the man was ever cool and collected.
"What's the matter with you, my friend? If you want your wife back, go and get the money. Otherwise, I'll leave here with my wife now. Get away."
The man shook the dust off his hat and packed his clothes one by one. He stood up to bid them all farewell politely. He said that he would take his wife with him and really walked away toward Chulku's which was located at the highest spot near the foot of the mountain.
Chulku himself was just looking on with folded arms in silence. He never thought it possible. All the folks in the village gathered to see this incredible scene.
At last they saw the man in the steep slope walk into Chulku's. People wondered how he could seduce Chulku's wife. She herself would never be seduced by such a fearful gambler. People thought that he would give her some money out of pity before he went away.
Contrary to their thoughts, after a long while, the two figures came out; one was the gambler, the other one was the former Chulku's wife. And they did not descend, instead, climbed up toward the Black Kite Mountain Valley.
Chulku was no more himself. He was completely out of his mind. He chased with the sharp ax. Nobody dared to stop him. Apparently one of them was to get killed that day.
The gambler did not turned around once yet, he was climbing up slowly and steadily. All the people were greatly surprised to see that Chulku's wife seemed to follow the man willingly, not reluctantly.
At length, Chulku caught up with the couple. Without a word, Chulku appeared to wield the weapon. It was so far away that only unclear figures in movement were seen. The three in a body turned and rolled over and over the snow. At length, two persons scrambled to their feet. They were blurred. However. people thought that Chulku and his wife joined to kill the fearful gambler.
It appeared that the couple carried the dead man and hurled it over a precipice. It was so steep and rugged cliff that the dead body could not be discovered easily. Anyway it was a murder that was caught red-handed. The couple would be arrested in time. They must be frightened, no doubt. Perhaps that was why they refused to descend. The couple continued to climb up toward the mountain and they never turned around.
At last the people rushed to the murder site. It was just horrible. The very spot of murder was covered with blood all over. And the bloody ax was discovered nearby.
The two black spot coming in and out of sight were disappearing into the white.
The man's bag still remained in my house. The losers gathered around it in no time.
At last the bag was opened before a lot of eyes. Piles of money poured out. Surprisingly all was a fake, it was a pile of paper sheets except for both the covers. And the so-called pricelessly invaluable wild ginseng roots were nothing but some withered roots of balloonflower.
All the people enraged cursed the swindler, grinding their teeth with vexation at him.
As expected, the next day, all the villagers went to search for the dead body. No matter what an excuse they might make, they were greedy for the money in the dead man's pockets. The mountain valley was steep and bumpy. Besides during the night avalanches rushed down the mountainside. However, after making a fuss for four days, the body was found out.
To their greatest astonishment and dismay, the body was not the gambler's but Chulku's.
The folks rushed to Chulku's and found their children who turned out to be orphans all of a sudden. What made the people mostly surprised was a noose hanging on a house rafter. Most probably, Chulku's wife was about to hang herself and unexpectedly rescued by the gambler at the critical moment.
It thawed in March here. The villagers began to wander all the spots in order to seek the money. They felt ashamed everytime they came across one another on the way.
In the long run, they found out the remains of the man and the woman at a place on the other slope of the mountain on a day in May.
The piles of money could not be intact. Their clothes and bodies had been pecked so long and so severely. Near the skeletons so many pieces of paper bills were scattered like fallen leaves, all unusable.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