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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의 귀신들

참의부 |2014.02.15 23:40
조회 47 |추천 0

역시 선거의 귀신들이다. 안철수 신당이 주춤거리자, 새누리당이 나섰다. "회색지대에서 간보기 정치"(최경환 원내대표), "정치 낭인 집합소"(홍문종 사무총장)라며 세게 패댄다. 안철수 신당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할 때는 '연대 불가'를 주문하며 의례적 견제만 하던 새누리당이다. 외려 지지율이 휘청거리자 '안철수 때리기'를 하는 데는 까닭이 있겠다. 모호한 안철수 신당의 '야당성'과 존재감을 환기시켜 주는 게 새누리당의 공격이다. 신당이 쪼그라들면 황금의 3자구도가 흐트러진다. 그러니 '안철수를 적절히 때려서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호남에서의 안철수 신당 지지율 하락에 안도의 한숨만을 내쉬는 민주당과 누가 더 고수인가, 뻔하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첫 전국 단위의 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의 걸음이 달라졌다. 특유의 선거 본능이 발동되는 것이다. '총동원령'을 내려 불리하던 인물 판도를 흔든다. 통일 담론을 선취하더니 사회적 시장경제와 불평등 해소, 지방정부 혁신 등 지방선거의 전략적 담론을 꺼내들었다.

새누리당은 박원순 시장이 월등한 서울시장 선거 무대에 당대표를 지낸 정몽준 의원과 김황식 전 총리를 올려놨다. 경쟁은 주목도를 높인다. 치열한 예선은 본선의 경쟁력을 키운다. 새누리당은 안다. 최악의 상황에서 치른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나경원 후보의 득표율이 46.6%였다. 서울은 민주당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새누리당이 집요하게 서울시장 선거판을 흔들어 놓고 있다.

"사회적 시장경제를 펼치겠다. 불평등 해소를 당의 중심 정책과제로 삼겠다. 경제민주화 중단없이 실천할 것이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세운 것이다. 경제민주화 공약의 퇴행을 돌이켜보면, 뻔뻔스러운 표변이다. 선거 때문일 것이다. 선거에서 소위 민생, '먹고사는' 의제를 외면할 수는 없다. 복지 공약 등의 후퇴가 쟁점화되는 것에 방어벽을 치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일부 입법화와 정부 정책을 통해 제한적 수준에서나마 결과물을 보여줄 것이다.

박 대통령도 다시 복지를 얘기한다. "새 정부는 복지와 일자리, 또 복지와 성장의 선순환을 중요한 국정과제로 삼고 있다." 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간병비 부담을 대폭 줄이는 3대 비급여 개선 방안을 내놓는 자리에서다. 환자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곧바로 피부에 닿는다. 같은 날 신년 업무보고에서 고용노동부는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실업급여 정책을 내놓았다.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대상인 특수고용직 노동자는 근 60만명에 달한다. 선거공학적으로 보면 겨냥한 표, 표가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괜히 '선거의 여왕'이 아니다. 지방선거 패배가 조기 레임덕을 초래한다는 걸 모를 리 없는 박 대통령이 선거에 초연할 수 없다. 초연하지 않는다. 직접 지원과 유세는 불가능하지만, 새누리당에 '종박'의 수레바퀴가 있다. 더욱이 대통령은 선거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적 수단과 공안의 힘을 갖고 있다.

 

당장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 재판과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이 지방선거 국면 내내 이어진다. 새누리당의 호도에 따르면, 민주당이 선거연대로 '숙주' 노릇을 한 '종북 세력'이다. 이만큼 야권의 선거연대를 타격할 호재가 있겠는가. 새누리당이 지방선거 전에 결론을 내라고 헌법재판소를 대놓고 겁박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의 선거에서, 대통령이 된 '선거 여왕'의 지원까지 업은 새누리당은 일찌감치 잽싸고 교활한 변신을 시작했다.

반면에 앞서 진화해도 벅찰 판인 민주당은 묵은 선거문법에 매달린다. 예의 정권심판론의 연대론이다. 박근혜 정부 지지도가 과반인 상황에서 정권심판론의 약발이 떨어진다니, '중간평가'로 개명하는 수준이다. 상상력의 빈곤이다. 다분히 안철수 신당 대처용인 '정치혁신'만으론 턱없다. 야권의 의제인 사회적 경제, 불평등 해소, 통일 담론 등을 선점하고 나선 새누리당에 비하면 영세하다. 다시금 경제민주화는 박근혜 후보에게, 정치개혁은 안철수 후보에게 빼앗긴 채 갈팡질팡하다 패배한 지난 대선의 예고편을 보는 격이다. 능력이 떨어지면 절박함과 치열함이라도 있어야 할 터인데 제1야당의 기득권 지키기에만 골몰한다. 안철수 신당은 갈수록 민주당 밥그릇 쪼개기에 집중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나는' 판국인데 야권은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으로 나뉘어 '기는' 판이다. '무능한 민주당'과 '미숙한 안철수 신당', 선거의 귀신들에게 이보다 좋을 순 없을 터이다.

▷ 양권모《경향신문》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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