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피겨 스케이트를 처음 접한 것은 어머니와 언니를 따라
아이스링크(ice rink)에 가서였다. 어린 그녀를 바라보던
남자 코치의 표정이 몇 개월 만에 달라졌다.
"따님이 소질이 있습니다. 이런 재능은
제가 지금껏 코치하면서 본 적이 없습니다."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를 위해 일부러 피겨 스케이트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마치 학창 시절의 학생과도 같은 열성적인 모습이었다.
그런 가운데에 최악의 위기가 닥쳤다.
아무리 해도 피겨 신발이 안 맞는 것이었다.
신발이 제대로 맞지 않는다면 점프도, 연기도,
움직임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많은 고민 끝에 포기를 결심했을 때, 그녀와 그녀의 어머니는 한참을
껴안고 울었다. 그러나 그 순간에 기적이 일어났다.
그녀가 성장한 탓인지 조금씩 신발이 맞기 시작한 것이다.
하늘은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기적을 만들어서
그녀의 재능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을 막았다.
그리고 얼마 후, 그녀와 그녀의 어머니는 캐나다로 훌쩍 날아갔다.
피겨 메달리스트인 한 캐나다인을 그녀의 코치로 섭외하기 위해서였다.
맨땅에 헤딩하듯 무작정 찾아갔다.
한국에서 왔다는 소녀를 향해 캐나다인 코치는
상당히 냉랭한 눈길로 쳐다봤다.
마치 '감히 올림픽에서 메달까지 딴 나를 네 코치로 두려고 해?'
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소녀는 자신을 바라보는 코치의 눈길에서
자신이 피겨 변방의 이방인 소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었다.
그런 냉랭한 반응과 차가운 시선 속에서
그녀 어머니가 한 가지를 제안했다.
그녀의 연기를 보고 결정하자는 것이었다.
소녀는 곧 캐나다인 코치가 일하는 아이스 링크로 가
수줍음 가득 한 자세로 섰다.
코치는 크게 기대하지 않는 얼굴이었다.
연기가 끝나기만 하면 바로 거절할 듯한 표정이었다.
소녀는 그런 어색한 분위기에서 부끄러움 가득한 얼굴로
스케이트 연기를 시작했다. 그러자 깡마르고 팔이 긴,
이에는 교정기를 낀 그 수줍음 많은 소녀는,
어느 틈에 강한 아우라(aura)를 지닌 스케이터로 변했다.
바라보는 코치의 차가운 시선이
어느 틈에 탄성과 환호와 박수로 바뀌었다.
그녀의 첫 외국인 코치.
그는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사람이었지만
코치로서 엄청난 자질을 가진 사람은 아니었다.
그러나 캐나다의 선진적인 훈련 시스템과 좋은 훈련장은
그녀의 피겨 실력을 날이 다르게 성장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녀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후,
경쟁 선수를 가진 상대 나라, 우월한 자본을 가진 상대 나라는
그녀가 가진 좋은 것들을 하나하나 뺏어가기 시작했다.
그녀를 보석과도 같이 빛나게 만들었던 의상을 만든 디자이너는,
갑자기 일본으로 스카우트 되어 떠나갔다.
그녀가 항상 연습하던 캐나다의 아이스링크에는,
어느 날부터 일본의 어린 선수들이 나타나서 훈련을 하기 시작했다.
캐나다인 코치는 그 모든 것을 자기가 허용했으면서도 모른 척 했고,
그녀를 향해 일부러 싸늘한 태도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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