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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밀실마피아게임 - 5

초승달 |2014.02.28 09:22
조회 788 |추천 2

출처) 웃대, 듀라라님

 

 

‘범인이 꼭 남자라고는 할 수 없는 거잖아? 게다가 어릴 수도 있는 거고.’

점점 갈수록 이상한 상상의 나래가 펼쳐졌다. 눈앞의 그녀가 범인은 아닐까. 애초에 나를 가둬놓고 고뇌하는 걸 보기 위한 계획이 아니었을까.

‘정말 그게 맞는다면…….’

순간 살의가 끓었지만 이내 진정시켰다. 만약 진짜 그녀가 범인이라고 하더라도 어쩔 건가? 그녀를 죽인다고 협박한다고 해서 여기 문이 쉽게 열릴 리가 없다. 여기에 나를 가둘 정도의 범인인데 그 정도를 상황을 예측 못할 리가 없었다. 게다가…….

‘방금 스누핑을 벌써 잊은 거야?’

그녀의 몸에서 나타나는 증거들은 아무리 봐도 납치범이라고 하기에는 부적절했다. 누가 보더라도 평범한 여고생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확률이다. 진짜 용의주도한 범인일 수도 있는 거고…….

‘아, 젠장……. 확률론이 이렇게 사람 미치게 할 줄은…….’

지금까지 추리퀴즈를 풀 때면 언제나 확률적이고 논리적인 판단을 했다. 세상에 100%는 없으니까. 하지만 나는 언제나 그 확률론을 믿고 추리를 해나갔다. 거의 맞았지만 가끔 틀릴 때도 있었다. 그것이 확률론이라는 거다. 하지만…….

‘지금은 틀려서는 안 돼.’

그걸 현실에 접목시키는 순간 1% 확률조차도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러시안 룰렛이라는 게임을 예를 들 수 있다. 회전식 연발권총에 하나의 총알만 장전하고, 머리에 총을 겨누어 방아쇠를 당기는 목숨을 건 게임. 확률 상으로 따지면 고작 16.7%. 대부분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는 확률이다. 하지만 그게 자신의 목숨이 걸린 것이라면? 대부분 괜찮겠지 고작 17%인데 라고 무시하다가 조금씩 시간이 지날수록 만약 어쩌면 혹시 그래도……. 라는 생각이 머리에 미어터질 듯이 몰려올 거다.

‘지금은 러시안 룰렛까지는 아니지만…….’

그녀가 범인이냐 아니냐. 이 생각에 가슴에 바위라도 들어있는 것 같았다. 아직 이산화탄소 중독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몸 상태가 말이 아니기도 하고 말이다. 차라리 그녀 입에서 나는 범인이 아니다. 라고 말이라도 해주면 속이라도 편할 텐데. 그럴 리는 없겠지만.

“난 범인이 아니에요.”
“으응?!”

너무 뜬금없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멍청한 탄성을 질러버렸다.

“뭐예요. 그 반응은.”
“아, 아니,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놀래서 반말을 뱉어버렸다. 갑자기 내가 반말했다는 사실이 자신이 뱉은 말보다 더 중요한 것인지 그녀의 표정은 보기 좋게 구겨졌다.

“지금 반말 하신 거애요?”
“방금 한 소리가 뭐냐고?!”

장난칠 기분이 아니었다. 그녀는 기분 나쁜 듯 한숨 푹 내쉬더니 한발 물러서서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꼬고 있던 다리를 풀며 불쾌한 듯 나를 쳐다보고 있었지만.

“방금 전부터 멀뚱히 서서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걸로 봐서는 나와 이 방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는 거겠죠. 게다가 나를 힐끔힐끔 보는 눈초리하며, 지금 처한 상황하며……. 딱 답 나오잖아요.”

나도 모르게 입이 벌어졌다. 방금 말했다시피 이 세상을 움직이는 건 확률론이다. 즉, 그녀가 말하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가설이고 확률이다. 정확한 건 아니라는 거다. 하지만 그녀는 내가 있는 상황과 자기가 처한 상황과 내 표정 행동을 보며 나의 마음을 읽은 것이다. 그것도 정확하게. 절대로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다. 역시 방금 내가 생각하던 것이 맞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에 대한 생각도 잠시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고 한 그녀에게 시선이 향했다.

“네가 범인이 아닌 지 어떻게 믿지?”
“하? 이제는 당당히 반말 찍찍하네?”“범인일지도 모르는데 예의를 따지길 바라는 거야?”
“하, 미치겠네. 나는 그냥 눈치가 빠른 것뿐이라고……. 어디서 범인이야 범인이……. 그렇게 따지면 내 입장에서는 네가 더 범인 같거든!! 말이면 단 줄 아나!”

그녀는 정말 화가 난 모양인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박력에 눌려 나도 모르게 한 발자국 물러나고 말았다. 게다가 앉아있을 땐 몰랐는데 여자치고는 상당히 키가 큰 편이었다. 내가 170cm 인데 그녀도 나와 눈높이 비슷할 정도였다.

“지, 진정해…….”

당장이라도 신고 있던 슬리퍼를 벗어서 내 뺨을 후려갈길 기세였다. 평소의 소심한 나로 금방 돌아와 버렸다.

“진정하게 생겼어!? 안 그래도 얼마 전에도 납치 되어서 짜증나 죽겠는데!!”
“미, 미안……. 어?”

얼마 전에도 납치된 적이 있다고?

“그건 또 무슨 소리야?”“뭐가 또!!”
그녀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지만 나는 평온하게 다시금 물었다.

“납치된 적이 있다니? 그게 무슨 소리냐고.”“아.”
그녀도 그제야 자신이 뱉은 말이 뭔지 깨달은 모양인지 표정이 좋지 못했다. 행동을 보아하니 말해선 안 될 사실이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녀는 짧게 혀를 차더니 여전히 나를 찢어죽일 듯이 쳐다보았다.

“아, 정말 욱하는 성격 고쳐야하는데…….”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더니 이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화낼 타이밍도 놓쳤고, 이왕 말 깐 거 그냥 까자.”“펴, 편하실 대로…….”

그렇게 말하더니 그녀는 다시 곰팡이가 가득한 침대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이씨!! 냄새!!”

‘그럼 그렇게 털썩 앉질 말던가…….’

라고 말하고 싶지만 또 열폭할까봐 겨우 목구멍으로 삼켰다. 뭔가 납치된 분위기와 전혀 맞지 않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긴장감에 덜덜 떠는 것보단 낫다 싶다.

“야, 뭐해. 대충 아무데나 앉아. 그럼 내가 목 올리고 얘기 해야하잖아.”
“아, 응.”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의 옆에 앉자.

“이게 미쳤나! 어디 다 큰 숙녀 옆에 앉고 난리야!”“아, 미, 미안.”
부랴부랴 다시 바닥에 앉았다.

“너 정말 사람 열 받게 하는데 뭐 있는 것 같다. 더듬거리는 말투하며 가끔 진지한 척 나를 몰아세우는 것도.”
“미, 미안…….”
“역시 짜증나.”

그렇게 짧은 대화를 마치고 나자 그녀는 갑자기 두 눈을 감고 골똘히 뭔가 생각하기 시작했다. 몇 분 정도 기다려도 반응이 없기에 나지막하게 말을 걸었다.

“무슨 생각하는 거야?”“너 같은 놈 때문에 밝혀진 비밀을 폭로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걱정한다.”

순간 ‘힘들면 말 안 해줘도 돼.’라고 말할 뻔 했다. 이번 그녀가 하는 얘기는 반드시 들어야만 한다. 그래서 그녀에 대한 의심이 풀린다면 적어도 그녀에 대한 의심을 접을 수 있을 테니까.

“하, 좋아. 뭐, 이왕 이렇게 된 거 서로 정보 공유나 하자.”
“그 말은 여기서 빠져나갈 방법이 없단 뜻이기도 해?”“이해가 빨라서 좋네. 그래, 여기서 거의 10시간 가까이 있었는데도 빠져나갈 길이 전혀 안 보여.”

순간 내가 탈출했을 때의 사실이 떠올랐다.

“혹시 교복 안에 카세트테이프 같은 건 없었어?”“어? 너 어떻게 알았어?”
이번에는 그녀가 의심의 눈초리로 나를 쏘아보기 시작했다. 나는 그 따가운 눈초리를 맞으며 품에서 카세트플레이어를 꺼냈다. 그러자 그녀의 큰 눈은 500원짜리 동전처럼 동그랗게 변했다.

“내 코트 안에 카세트플레이어가 있었고, 카세트테이프는 저 방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었어.”

지금까지 단순한 성격이던 그녀는 내 말을 듣더니 갑자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또 다시 한 손으로 자신의 턱을 괴며 골똘히 생각에 빠졌다. 이번에는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나 역시 지금 이 상황을 정리해야 했기 때문에.
먼저 그녀의 방에 카세트플레이어가 없었다는 것은 반드시 나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즉, 그녀는 내가 없었다면 아사해서 죽었을 수도 있단 뜻이다. 어째서 그런 식으로 해놨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 방에는 없고, 네 방에 있었다는 것은…….”

그렇게 나지막하게 중얼거리더니 이내.

“만약 네가 나오지 못했다면 난 죽은 목숨이었겠네.”

아무렇지도 않게 죽는다는 말을 내뱉는 그녀. 하지만 방금 전에 비해 훨씬 진지해진 그녀의 모습을 보니 자연스럽게 나 역시 진중해졌다.

“넌 처음 저 방을 나오자마자 살려달라고 외쳤어. 대체 저 방에서 뭐가 있었던 거지?”
“전부 설명해야겠네. 그래, 서로 정보를 공유하도록 하자.”

갑작스러운 만남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둘은 빠르게 이 상황에 적응해나갔다. 무섭고 두려운 상황이기는 하지만 누군가를 만났다는 사실 하나로 마음에 안심이 된 건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우리 둘은 조금씩 이 밀실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다. 아직 빙산의 일각일 뿐인 이 밀실에 대해서.

추천수2
반대수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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