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십대 여자입니다. 조언 부탁드려요.
다섯살 연상의 남자친구랑 일년 조금 안되게 만나고 있어요.
그 사람은 제가 만났던 남자중 가장 절 위해줬고 가장 착했어요. 절 많이 좋아했고, 좋아하는게 눈에보였고 늘 챙겨줬어요. 세상 모두가 절 버려도 이사람만은 내 옆에 있을것이란 믿음을 갖게 해주는 남자였죠.
저도 많이 좋아하고 사랑했어요. 그런데 싸우기도 많이 싸웠어요. 뭐 제 입장에서 따져보면 남자친구의 잘못이 원인으로 작용한 적이 많았던 것 같긴 하지만 제가 성질있는것도 한몫 해서 대부분 제가 많이 쏘아붙이고, 남자친구가 사과하고 끝나는 적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래도 초반 이백일정도는 남들 하는만큼 적당히 싸우고, 저나 남자친구나 서로를 헌신적으로 위하며 사랑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제가 최근 두 달 정도 동안 남자친구에게 그 전보다 많이 못되게 군 적이 꽤 있었어요.
약간의 권태기+이 남자는 내가 어떻게 굴어도 나에게 잘해줄것이라는 오만과 기고만장+내가 나쁘게 굴어도 다 받아주는 것에서 오는 질나쁜 안도감
이 세개가 합쳐져서 작은일에도 많이 화내고 길에서 소리지르기도 했고 상처주는 말도 했어요. 네 맞아요. 정말 잘못했던거예요. 바보같았구요. 지금도 줄곧 반성하고 있습니다.
계속 그러던 어느 날, 남자친구의 어떤 잘못에 과도하게 화난 저는 헤어지자고 했어요. 네, 저같은 여자들이 많이 겪는 레퍼토리죠.
후회했고, 잡으려 오만 노력 다했고,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았지만 겨우겨우 울고불고 잡아서 다시 만나게 됐어요.
근데 다시 만나기만 하면..마냥 좋을거라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네요.생각이 너무 복합적인데요.
일단, 정말 좋고 사랑하고 없으면 안될 것 같아서 잡은거지만 좋아하는만큼 미움과 배신감이 함께 커져서 너무 괴로워요.
절대 날 먼저 안떠나겠다고 믿음 줬던 사람이
어떻게 나 없어도 상관없다고 얘기했을 수 있는지..그 사실이 너무 괴롭고 원망스럽고 배신감들고 미워요.
근데 어떡해요 제가 분명 잘못해서 떠나간거고, 전 정말 그사람을 원하고 필요하니..반성하고 사과하고 더 노력하려고 만났죠.
근데..제가 느끼는 기분이 주제넘은걸까요?
저는, 제가 잘못한거고, 어쨌거나 나없어도된다 떠나가는 사람 붙잡은 입장이고 정황상 `을`이라고 할 수 있으니 좀 자존심 굽히고 노력하는거 다 감수하려고 했어요.
그리고 분명 최근 두달 간 제가 준 상처가 있으니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받은 상처 치유될때까지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죠..근데..기분이 너무 나빠요. 남자친구가 치사하게 느껴져요. 억울해요.
수치로 따지자면 최근 두달 간 제 잘못의 양이 80, 남자친구가 20이란걸 인정하고, 반성하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 전의 이백일가량은 잘못도 오십대 오십 정도로 엇비슷하고 다른 커플들 마냥 노력하며 사귀었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남자친구가 냉정하게 나오고, 제가 울며 붙잡았던 권력관계가 생기고나니까
그냥 그간 사귄 기간 전부에 대해 제 잘못이 100, 남자친구는 0이 되버렸네요.저는 대역죄인이 됐고, 늘 잘못했던 사람, 남자친구는 그런 절 참고 참아가며 받아준 착한사람이 된거죠. 전 아쉬운 사람, 목마른 사람인거구요
무언가를 요구할 수도 없고, 서운한 감정이 들어도 얘기하지 말고 그냥 감싸고 이해하라는 식으로 말하네요. 안그러면 못 만난다고.
다시 만나기 시작하면서 제가 약속하고 다짐했던것은,
눈치보고 살살거리는 을의 관계로 살겠다는 것이 아니라
연애 초기처럼 상대방을 위하고 예의있게 굴고, 별거아닌걸로 과하게 화내서 상대를 상처주는 일을 하지않았던 예전의 저로 돌아가려는 노력을 하겠다는 거였어요. 남자친구에게도 그렇게 말했고요.
내가 잘못한 부분 깨끗이 인정하고, 노력하겠다고.
그치만 어차피 우리의 목적은 상대방의 잘못을 벌주는게 아니라 다시 예전처럼 행복해지는거 아니냐고, 그러니까 예전처럼 돌아가려는 노력 서로 하자고.
그렇게 잘 얘기했었거든요. 남자친구도 저 아직 많이 좋아한다고 했구요. 다만 전처럼 그렇게 잘해주다가 또 상처받을까봐 두려워서 그런다고 얘기했었어요.
그런데.. 남자친구는 툭하면 제 입을 틀어막고. 얘기를 못하게 하네요. 너얘기만 하지 말아라, 날 더 이해해라, 너상처만 얘기하지마라 내 상처는 더 컸다. 이런식으로 말해요.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저는 남자친구가 둘의 진정한 행복을 위한 노력을 하는게 아니라 `너도 당해봐라`심보로 심술을 부리는것 같아요. 심술까진 아니더라도 `내가 그만큼 착하게 했으니 이정도 해도 된다`라고 자신을 마치 착하고 가여운 남자로 강하게 스스로 세뇌시키는 느낌인 것 같아요.
이해하려고 하다가도 한편으론,
남자친구가 제게받은 상처를 토로하는 것은 괜찮아도
그간 저한테 잘해줬던걸 생색내는 느낌이 나는 것 같아서 남자친구란 사람 자체가 너무 실망스럽고 비열하게 느껴져요. 본인이 그 당시 절 이해하고 용서하고 포용했던 일이 있었다면 그걸 제가 물론 고맙게 생각할 순 있지만, 본인의 행위에 대해 내가 이만큼씩이나 했다. 라고 생색을 내는 순간 그건 진심으로 우러나온게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그것은 그저 본인이 착한 남자가 되어야 한다는 의무감과 자기 만족에서 나온 행위가 되는거죠.
이런경우에 예전엔 널 포용했지만 이제 그런 상황이 온다면 포용하지 않을테니 받아들여라.
라고 하는거면 백번 이해할 수 있어요.
그런데
내가 이럴때 널 포용했으니 너도 내가 이럴 때 포용해라. 안그러면 우리 못 만난다.
라고 말하는게 납득이 안가고 치사하고 실망스러워요. 절 포용했던건 본인 선택이었던거잖아요.
내가 이해했으니 너도 이해해주면 어떨까 처럼 권유는 가능해도 그렇게 해라 라고 강요하는건 아니지 않나요.
그리고 수틀리면
우리 이래선 못 만난다 라는 갑의 느낌 물씬 묻어나는 협박성 멘트.
제가 을인건 맞지만
어쩜 무조건적으로 나만 아껴준댔던 사람, 나없이 못살것 같던 사람이 나없어도 된다는, 헤어지자는 그런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배신감과 충격+
나도 잘해준 것 많고 마찬가지로 상처받은것도 많았던 연애기간이었는데 그 모든 시간에 대해 본인만 상처받고 스스로를 바보같이 착하기만 했던 가련한 남주인공으로 치부하는 억울함+
그동안 나한테 보여줬던 좋은 모습의 진실성에 대한 의심
등등이 합쳐져서 너무 괴롭네요.
밉고 더럽고 치사하고..확 그냥 접고싶은데 바보처럼 빠져나올 수가 없어요. 헤어지긴싫어요.
헤어지기싫으면 위에서 말한것처럼 노력하라는데 제가 해야될 부분 이상으로 자존감을 너무 깎아먹는것 같고, 또,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 고작 이런사람인가,재수없기도 하고..근데 헤어지긴 싫고 제 삶의 8할이상이었던 사람이 갑자기 사라진다는게 무섭고..무한반복...
지금은 너무 미워서 그냥 눈딱감고 원하는대로 맞춰주고 만나서 다시 예전처럼 좋고 푹빠지게 만든다음 걷어차버리는 복수할까 하는 못된 마음도 들고..
저 어떻게 해야되죠.
다시만나기로하고 열흘 정도 지났는데 정말 노력많이 했거든요. 연애초기처럼 했어요. 존중하고.사랑하고.
그런데 보복하려는 것 처럼 보이는 행동. 저만 죄인 취급 나쁜 년 취급하는 것. 서로 사랑했던 시간을 본인이 참아왔던 시간으로 왜곡하는 것.심술부리는것.치사하게 하는 말.등에서 너무 욱하네요.
두서없이 마음을 막 써내려갔는데..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