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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잘 지내셨나요? 어제는 화이트데이였네요. 물론 저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날이었습니다. ㅠㅠ 마카롱이나 캬라멜 같은 달달한 과자류를 파는 곳에 남자분들이 무지막지하게 줄을 서계시더라고요. 그런 모습 처음 봤습니다. 요즘에는 화이트데이라고 '사탕'만 주는 건 아닌가봐요. 날로 발전하는 남자분들의 센스.... 

여자친구에게 잘보이려고 나름대로 얼마나 신경들을 쓰셨을까요? 그런 모습들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선물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렇게까지 생각해주었다는 그 마음 자체가 많이 중요한 것 같네요. ...저도 언젠간 그런 센스 있는 선물 좀 받아보고 싶긴 하군요...ㅠㅠ


저는 언제가 제 글이 싱겁다고 얘기를 하는데, 제가 그다지 '무섭다'고 할만한 경험을 한 적이 별로 없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도 그런 순간이 몇 번쯤은 있었던 같아서 열심히 기억을 되살려 한 번 써볼게요. 재밌게 봐주세요!

<시선>

저는 고1 여름방학 때까지 학원을 다녔던 적이 있습니다. 그 이후에는 학원을 가도 공부를 안한다는 이유로 그만 뒀지만...당시에는 딱히 도움이 되서 다닌다기 보다, 하나의 습관 같은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고1 때부터는 야자를 시작하게 되고 학원에 가는 시간도 그에 맞추어 늦어질 수 밖에 없었죠. 저는 학원을 걸어서 다녔기 때문에 늘 어두컴컴했습니다. 학원 가는 길이 큰 길이어서 밤에도 그다지 무섭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저 혼자 다니는게 아니라 같이 다니는 친구도 한 명 있었죠. 수강하는 과목이 달라 같은 반은 아니었지만 학원에 가는 시간은 똑같아서 늘 그 친구와 함께 같이 가고, 같이 집에 오곤 했습니다.

그 날도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친구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친구와 저는 같은 아파트에 살지만 다른 동에 살았어요. 저희 동은 아파트 단지 내에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하고 있었고 친구가 사는 곳은 아파트 입구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친구와 아파트 입구에서 헤어져 집으로 혼자 걸어오고 있는데, 문득 어디에선가 시선이 느껴졌습니다. 누군가 자신을 오래도록 쳐다보고 있을 때 어렴풋이 느껴지는 기척 같은 것이...하지만 제 시선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는 저보다 앞서가는 사람도 없었고 저를 뒤따라 오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귀가시간이 늘 11~12시 쯤이었는데 그 때쯤이면 아파트 단지 내에 사람이 별로 없거든요. 저 같은 학생들이나 경비 아저씨 정도였을까요. 어쩐지 계속해서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기에 저는 그냥 발걸음을 빨리해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파트 단지 안이라고는 하지만 어둡고 사람도 없는데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진다고 하니 내심 무서운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보통 어딘가에서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진다면 어디서 누가 날 바라보고 있는지가 어렴풋이 감지되는데 그 때는 도대체 '어디에서' 그 시선이 느껴지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게 가장 무서운 점이었죠. 

하지만 그 날 이후로 그런 시선을 느끼지 않았기 때문에 저는 그것을 잊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2~3달 쯤 흘러 학원을 그만두기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저는 다시 그 시선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시선이라는 것이 딱히 저를 '응시'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그냥 제가 눈 앞에 있어서 '쳐다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저한테 관심이 있는 게 아니고 그냥 제가 지나다니니까 슬쩍 보는 것 같은 그런 느낌. 

하지만 저는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계속해서 그 '시선'을 느꼈습니다. 그 말은, 여러 명이었다는 것이죠. 누군가의 시선들이 저를 훑어가고 있었습니다. '한명이 아니야'라는 생각을 하게 된 그 때부터 무언가 오싹한 기분에 저는 더욱 더 걸음을 빨리하게 되었습니다. 거의 뛰다시피 해서 돌아가곤 했죠. 

제가 그 시선들의 정체를 알게 된 것은 금요일이었습니다. 매주 토요일마다 저희 부모님께서는 장을 보러 가시는데, 그래서 늘 금요일이면 아버지가 차를 지하주차장에서 꺼내어 아파트 단지 앞에 주차해 두셨거든요. 

제가 집에 돌아오다가 아버지의 차를 보았고, '오늘이 벌써 금요일이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문득 그 시선이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처음으로 거리감과 방향이 느껴졌죠. 

어둡고 텅 빈 차 안에 누군가가 단정하게 앉아 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딱히 무언가 느껴지지도 않고, 무표정한 얼굴로 가만히 앉아 있었죠. 제가 움직일 때마다 눈동자를 굴려 저를 바라보긴 했는데 시선 범위 밖으로 벗어나면 다시 관심없다는 듯 시선을 거두었습니다. 결코 고개를 돌려 끝까지 바라보는 일은 없었죠.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 텅 빈 구멍만 있다거나 피를 흘리고 있지는 않았지만 그 무표정한 시선이 너무나도 무서웠습니다. 빨리 집에 가야지, 하는데 순간 무슨 생각이 들어 저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단 하나의 시선이 아니라 '시선들'이었던 거죠. 아파트 앞에 주차 된 모든 차 안에 누군가가 앉아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운전석에, 또 조수석에, 누군가는 뒷자석에 있었고 한 명이거나 두 명이기도 했습니다. 차 안이 사람으로 꽉 차 있기도 했구요. 

그것을 본 순간 저는 '오금이 저려 움직일 수 없다'는 기분을 처음으로 느꼈습니다. 온 몸이 무거웠고 서둘러 뒤를 돌아 집으로 가고 싶은데 다리가 맘대로 움직이지 않았었죠. 기절할 것처럼 무서웠지만 제가 여기에서 정신을 잃으면 갑자기 그 사람들이 우루루 뛰쳐나와 저를 잡아갈 것 같다는 생각에 필사적으로 무거운 다리를 끌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아파트 현관에서부터 엘레베이터까지. 그 짧은 거리가 왜 이렇게 멀게만 느껴졌는지...

지금은 그런 사람들(?)을 본 적 없지만, 그래도 그 때 일을 생각하면 조금 무섭네요. 그 일이 있은 후 얼마 되지 않아 학원을 끊었고 (그 일 때문은 아닙니다) 야자가 끝나면 늘 아버지가 데리러 와주셨기 때문에 별 다른 사건은 없었습니다. 

지금은 그저 개강 2주만에 산더미같이 쌓이는 과제들만이 저를 무섭게 합니다. ㅠㅠ

친구들 이야기가 아닌 제 이야기를 할 때에는 자꾸만 분량이 폭발하게 되네요. 그만큼 여러분들께도 재미있는 글이 됐으면 좋겠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ㅎㅡㅎ*

이어지는 판 (총 7개)

  1. 6회 빨간 구두
  2. 7회 시선
2 / 2
추천수40
반대수19
베플ㅋㅋ|2014.03.20 01:21
팩트는 아무도 없고 신경도 안쓰는데 자기 혼자 공포영화의 주인공 마냥 열연하다가 집에와서 아무렇지않게 씻고 컴터키고 소설쓰며 언냐들 무서웠졍 끝
베플손예진여신|2014.03.20 04:58
무서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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