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잡 썰.
어린시절에 내가 귀신이라던가 영혼이라던가 아무튼 보통의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무언인가를 내가 보고 있다고 알게된건 7살이였던것 같다.
인지하기 전에는 내가 본 것에 대해 확신이 들지 않으므로 나는 이 시점이후로는 내 눈에 보이는 모든것에 의문을 품었었다.
7살. 이 나이를 정확하게 기억하는 것은 집 마당에 키우던 자두나무의 목걸이? 택? 암튼 그 곳에 나무를 심은 년도와 날짜가 적혀있었기 때문이다.(내가 태어나 던 해에 심었다)
그당시 우리집은 서울의 한 동네 재개발 구역쯤 됬던 산동네에서 살고있었다.
집도 띄엄띄엄 있었고 경사가 꽤 있는 길 끝, 작은 산들이 있는 곳 초입이였다.
지금은 산을 다 갈아엎고 웅장한 아파트 단지들이 들어섰지만 그 당시 낮은 산 정상까지 띄엄띄엄 집들이 있었다.
허름했고, 허름했고 허름했던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가로등도 띄엄띄엄 있다보니 늦은 밤이면 가로등과 가로등 사이는 암흑이였다.
산은 분명 사유지였을테지만 관리하는 사람이 없었으므로 그당시 암묵적으로 집집마다 작은 밭 처럼 꾸며 농작물을 기르곤 했다.
우리집 역시 이것저것 키웠는데 집 바로 앞에는 감나무 대추나무가 있었고 집 옆켠에 자두나무가 있었다.
무뚝뚝하지만 속내는 자상한 아버지가 세자매가 태어나던 해 마다 심은 나무들 이였다.
큰 언니는 감나무, 내 동생은 대추 나무, 나는 자두 나무였다.
어린시절 내 기억속의 나는 항상 엄마가 기르시던 토마토를 대충 바지에 쓱쓱 문대고 먹거나 뒷 산에 올라 산딸기를 집어먹거나 그랬다.
지금 생각해봐도 우리집은..참 아름다웠다. 사진 한장 남기지 못한 것이 이렇게 사무칠줄이야.
이런, 이야기가 다른데로 빠졌네... 암튼 우리집은 그랬었다.
본론으로 가서,. 암튼 작은 산 하나가 통채로 집 앞마당처럼 사용됬으니 강아지도 여러마리 키웠다.
보통 동물들은 인간이 볼 수 없는 걸 보는 데 우리집 강아지들 역시 보았으리라,
그러니까..내가 저건 사람이 아니다 내지 저건 이세상의 것이 아니다라고 인지하게 된 날의 이야기를 해보겠다.
그 날은 서늘한 바람이 불던 봄 날 이였다.
집 주위에 온통 하얀 꽃잎이 흩날리고 있는, 그런 봄 날 이였다.
아카시아 꽃잎이 바람에 날리고 있었고 엄마는 동생을 데리고 시장에 가있었다.
그 당시 우리집은 아버지가 운영하시던 작은 공장, (가내수공업수준의작은!) 과 집이 거의 붙어있었는데 아버지는 시끄러운 기계 사이에서 은 수저를 다듬고 계셧고 나는 개집에 묵여있는 덩치큰 잡종견과 놀고 있었다.
그래도 사람 사는 집인데 산과 집은 구분해야 하지 않겠냐며 아버지가 돌을 쌓아 담처럼 만들고 나무문을 만들어 놓으셨는데 그문을 기준으로 우리는 뒷 산이라 불렀다.
( 아우 자꾸 집 설명을 해야하는게 귀찮다. )
내 덩치만한 개 (이름이 초롱이 였다) 와 엎치락 뒤치락하며 놀고 있다가 시간이 멈춘 듯 한 느낌이 들었다.
잘 짖지도 않던 초롱이가 잔뜩 자세를 낮추고 나무문을 바라보며 낮게 으르렁 거리기 시작했다.
" 왜~그래 초롱아? "
으르...르르르르르
그 때 나무문이 스르르 하고 열렸다.
거기엔 남루한 행색의 아저씨가 짚을 엮어 만든 듯 한 커다란 망태기?라고 해야하나 백팩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짙을 엮어 만든 커다란 백팩을 매고 있었다.
덥수룩한 수염사이로 앙다문 입술과 흐린빛을 띄고 있는 눈동자 , 빨갛고 거친 손이 보였다.
" 누구세요 ? "
나는 으르렁 거리는 초롱이 등을 짚고 일어나 물었다.
그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있었다. 아니..초점이 없었다고 해야 하나..?
초롱이는 으르렁 거리고 낯 선 아저씨는 말도 안하니 나는 무서워진 마음에 아빠를 불렀다.
" 아빠~! 아빠~! "
웅웅거리는 기계음 탓 일까 아빠는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듯 했다.
나는 초롱이 꼬리를 한번 움켜쥐었다 풀고는 나와 제일 가까웠던 공장 뒷 문으로 총총 뛰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 또 한번 아빠를 불렀다.
" 아빠~! "
잠시동안 기계음은 계속 되더니 이내 멈추는 듯 느린 소음으로 바뀌 었고 먼지투성이 옷을 입은 아빠가 기계들 사이로 빼곰 고개를 내밀었다.
" 여기 들어오지 말랬지 ! "
아빠는 기분이 좋지 않은 모양이였다.
바지자락을 툭툭 털며 아빠는 내게로 다가왔다.
" 너 여기서 놀다간 응?! 손가락 잘린다고 말했어~ 안했어 이노무 지지배야 "
아빠는 나를 나무랬지만 그런건 상관없었다.
" 아빠! 밖에 누가 왔어 ! "
아빠는 열린 뒷 문 사이로 시선을 돌리더니 아무말 없이 밖으로 나갔다.
허나 그 아저씨가 서있던 곳에는 아무도 없었고 이젠 초롱이가 짖어대기 시작했다.
" 어디갔지? 초롱아 , 어디갔어?"
아빠는 집 주위를 쓰윽 둘러보더니 다시 공장으로 들어가려는 듯 몸을 틀었다.
나는 초롱이가 시선을 두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는데 그 아저씨가 옆집이랑 이어지는 작은 덩쿨 언저리에 서있었다.
" 저깄다! "
아빠는 고개만 뒤로 슬쩍 젖혀 쳐다보더니 이내 다시 시선을 거두었다.
아빠의 바지자락을 잡고 나는 말했다.
" 아빠, 아빠! 저기 저어기 말야! "
" 초롱이한테 이상한거 먹이지 말고 놀아라, 뭘먹였길래 저리 짖냐. 이번엔 고추장이라도 먹인거야? "
" 으이? 아냐 ~! 암것도 안먹였어! 암튼 저기보라니까 저기 아저..응? 어디갔지 ? "
방금전까지 있었던 아저씨는 어느새 또 보이지 않고, 아빠는 초롱이한테 이상한거 먹이지 말고 놀으라는 말만 한번 더 하시고는 공장안으로 들어가려 걸음을 옮겼다.
( 내가 강아지한테 이상한걸 몇번 먹인적이있어서...그러신듯..)
" 아우 초롱아 조용히 해 ! 너 때문에 아저씨가 도망갔잖아! "
나는 투벅투벅 걸어가 초롱이 목줄을 붙잡고 흔들며 말했다.
그러다가 나는 그 아저씨를 또 보았다. 이번에는 뒷 산 능선이였다.
선명하게
우리집 뒷 켠 개나리 덩쿨 옆에
아랫 집 마당에
온 동네 개들이 짖어대기 시작했다.
그는 무언갈 찾고 있는 듯 여기저기 나타났다 사라졌다.
온 동네 개들이 짖어대니 아빠가 다시 공장밖으로 나왔다.
아빠는 무슨일가~ 하는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다 이내 넋이 나간 표정으로 침을 질질 흘리고 있는 나를 발견하시곤 한걸음에 뛰어 오셨다.
아빠는 나를 안고 집 안으로 들어가 이리저리 몸을 살펴보시다가 무슨일이냐 왜그러냐 다급히 물었지만 나는 여전히 멍하게 천장의 조명만 바라보다 정신을 잃었다.
그 날 저녁 나는 다행이 아무일도 없이 일어났지만 아빠는 무척이나 걱정스러운 듯 나를 바라보았다.
무슨일이냐 더이상 묻지도 않으셨다. 내가 일어났단 얘기에 누군가와 통화중이던 엄마도 급히 전화를 끊고 안방으로 달려왔다.
" 엄마 나 배고파, 밥 ㅇㅅㅇ . "
정신을 차린 나는 배가고팠고 어린나이였기에 뭘 오래생각하고 자시고 할 그런 지적수준이 아니였다.
별일 아닌 듯 그렇게 우리는 저녁을 먹었고 엄마아빠 사이에서 그날 밤 잠을 잤다.
다음 날 아침
"초로오오오오옹아~ "
하며 동생과 손 붙잡고 마당으로 뛰어나왔으나 초롱이는 개 집안 구석에서 하루종일 당최 나오질 않았다.
목줄을 질질 끌어봐도 초롱이는 그저 개 집 안에만 있으려는 듯 했다.
뭐 부모님께 그 날 본 것에 대해 이야기 한 적 없지만 나는 인지했다.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도 있다는 걸 그리고 그 걸 굳이 얘기할 필요 없다는 걸.
아빠가 나를 발견했을 때, 그 때
이곳 저곳 나타났다 사라진 그 아저씨가 내 얼굴 바로 앞에 나타나
탁하고 흐린.,..그 눈동자가 나를 찾는 듯 이리저리 움직였다.
바로 내가 앞에 있음에도 그 눈동자는 나와 시선을 마주하지 못했다. 그저 나를 찾는 듯 나와 시선을 맞추려는 듯 눈동자만 이리저리 굴릴 뿐...
아버지 품에 안겨 집으로 들어갈 때 까지도 그는 마당을 휘저으며 탁한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고 있었다..
그 일이 있은 후 초롱이는 한동안 개 집 밖으로 나오질 않다가 얼마 후 평소처럼 꼬리를 흔들며 나를 반겨주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아무것도 못본것 처럼 그렇게.. 두려움을 숨기고 숨겨 백지 상태로
내 뇌는 아니 나 자신은 그렇게 내가 느끼는 감정들을 숨겼고, 느끼지 못하게 알지 못하게 막았다.
덕분에 오늘 날 까지 미치지 않고 잘 살고 있는 것 같다.
아저씬...그 아저씬 뭘 찾고 있었을까.
오늘 썰은...좀 잡이야기가 많았네요.
그날의 기억은 정말 하나하나 다 생각이나요. 제 첫 기억인것 마냥요.
잘만 생각하면 흩날리던 아카시아 꽃잎 갯 수 도 셀 수 있을지도 모르죠ㅎ
이 날을 떠올리면 무섭다라는 생각보단..그냥 그림이 그려져요 아무 감정없는 그림이요.
옛날에 가위눌린거 어쨋던거 이런거 생각하면 오싹하기도 한대말이죠..
이 기억만큼은 무감정 상태예요 지금도.
마치 이날의 그림은 남아있지만 색은 없는 듯한. 그런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