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vs 청와대 눈치… 검찰의 양다리 전법
지난해 6월 검찰은 원세훈·김용판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석달 뒤인 9월 조선일보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에게 혼외자식 의혹을 제기했고, 황교안 법무부장관은 이 보도가 나오자마자 채 전 총자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
청와대 거짓말... ‘찍어내기’ 실토한 꼴
결국 채 전 총장은 사직서를 냈다. 39대 검찰총장의 재임기간은 고작 5개월에 불과했다. 채 전 총장이 사퇴하자 일선검사들은 크게 반발했다. 신상털기식 불법사찰이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검찰은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형사 3부에 배당하고 수사에 들어갔다.
채 전 총장을 찍어내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에 영향을 주려 한 것 아니냐는 비난여론이 형성되자 청와대가 진화에 나섰다. 지난해 9월 16일 이정현 홍보수석은 “언론보도 이전에는 어떤 확인 작업도 하지 않았다”고 강조하며 “언론보도 이후에 특별감사에 착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행정관이 조선일보 보도 석달 전 혼외자식으로 지목된 채군의 가족관계등록부를 조회한 사실이 알려졌다. 그러자 청와대는 “조오영 행정관의 개인적 일탈일 뿐”이라고 둘러댔다. 언론보도 이전에 어떠한 불법사찰도 없었다는 청와대의 주장은 거짓말이었던 것이다.
형사3부 ‘불법사찰 ’ vs 형사6부 ‘비위혐의 ’
이 무렵 채 전 총장과 관련된 또 다른 수사가 진행된다. 채군 어미니 임씨가 가정부에게 공갈협박을 했다는 주장이 언론에 보도되자 검찰이 진정서를 근거로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 6부가 맡았다.
청와대 특별감찰반은 임씨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검찰에 이첩했고, 관련 수사 상황은 상세하게 언론에 공개됐다. 청와대가 형사 6부 수사를 도운 것이다. ‘채 전 총장이 채군과 함께 찍은 사진이 나왔다’ ‘임씨 분만 기록에 채 전 총장 서명이 있었다’는 얘기가 생중계하듯 기사화됐다.
형사 3부는 불법사찰 수사를, 형사 6부는 채 전 총장과 임씨에 대한 비위사실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형사 3부 수사에서 채 전 총장은 피해자 신분이지만 형사 6부 수사에서는 피의자나 마찬가지다.
까고 덮고 검찰의 이중 플레이
검찰은 양쪽 수사를 적절히 조절하고 있다. 마치 게임을 즐기는 듯한 모습이다. 형사 3부 수사에서 또 다른 청와대 연루 사실이 드러나면 형사 6부가 새로운 의혹을 터뜨린다. 한손으로는 까고 다른 손으로는 덮는 현란한 이중 플레이다.
형사 3부는 채 전 총장을 찍어내기 위해 청와대가 총동원됐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원세훈·김용판 두 사람이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시점인 지난해 6월 전후로 총무비서관실뿐 아니라 민정수석실, 교육문화수석실, 고용복지수석실까지 채군 신상정보를 입수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인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치밀하게 역할을 분담했다. 총무비서관실 행정관은 서초구청에, 민정수석실 김모 경정은 경찰지구대에, 교육문화수석실은 채군의 초등학교에, 고용복지수석실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접근해 채군 관련 정보를 빼낸 것으로 밝혀졌다.
자존심 vs 청와대 눈치... 검찰의 양다리 전법
그러자 채 전 총장에 대한 새로운 비위 의혹이 보도됐다. 발원지로 형사 6부가 확실해 보인다. 채군 계좌에 수상한 돈 2억원이 입금됐으며, 입금자는 채 전 총장의 고교동창 이모씨이고 돈의 출처는 이씨가 삼성 근무 당시 횡령한 회삿돈이라는 내용이다. 이 정도의 정보라면 언론이 확인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검찰은 채 전 총장 관련 사건을 형사3부와 형사6부에 나눠 놓고 한쪽으로는 ‘채동욱 찍어내기’ 진상을 밝히면서 다른 쪽으로는 채 전 총장 비위혐의를 부각시켜 ‘찍어내기’를 덮으려 한다. 왜 그럴까.
양다리를 걸고 있다고 보면 틀림없을 것이다. 찍어내기 진상규명은 검찰의 자존심과 관련된 사안이다. 정부와 청와대가 임기가 2년 이상 남은 사정기관의 총수인 검찰총장을 찍어내기 위해 불법사찰을 감행했으며 이 때문에 총수가 물러났다는 건 검찰로서 큰 수치가 아닐 수 없다.
검찰의 현란한 손장난
하지만 상대는 청와대다. 대놓고 수사하기에 무척 버거운 상대다. 최고 권력을 가진 기관이니 눈치를 볼 수밖에. 정치검찰의 DNA가 풍부한 검찰 고위층은 청와대의 심기에 더더욱 신경이 쓰일 것이다.
때문에 검찰이 ‘양다리 전법’을 택한 것 아닐까. 형사 3부에서 어느 정도 자존심을 챙기는 대신 형사 6부를 통해서는 청와대 비위를 맞춰 최고 권력자의 눈 밖에 나는 것을 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6부는 3부의 출구인 셈이다.
자존심은 세우되 청와대 비위를 건드리지 않겠다는 검찰. 한손으로는 까고 다른 손으로는 덮는 현란한 손장난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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