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나이 스물아홉..
지금 생각해보면 그리움도 모르고 지냈습니다. 보고싶지도 않았습니다.
추억이 없어 그리움도 몰랐고, 보고싶다 할 만큼의 기억도.. 정도 없었습니다.
그녀에 대해 제가 아는 것이라고는 제가 걸음마도 안 떼었을 무렵 저를 앉고 찍은 사진 한장과, 친지들에게 들은 이름 석 자.. 그게 전부입니다.
그나마 얼굴도 너무 오래되어 빛바랜 사진 한 장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돌이 갓 지났을 무렵 부모님의 이혼으로 저는 아버지와 지냈습니다.
그러다 14살이 되던 해에 새어머니를 맞았고, 그 후 배다른 동생이 생겨 현재 네식구 모두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습니다. 어릴 적엔 친엄마가 참 많이 보고싶었던 것 같습니다. 엄마 없는 서러움에 울기도 많이 울었지요.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세월에 무뎌지며 친엄마의 그림움도 그 무엇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다만 제가 생을 마감하기 전에는 꼭 한번 뵈야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만 하며 사실 찾으려고 노력해보지도 않았습니다. 방법도 몰랐었고, 어떻게 찾아나서야 할 지 막막했으니까요. 그런데 얼마 전 친엄마의 집주소를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 우습게도 너무나 간단한 방법으로 말이죠..
최근 새로운 직장 이직으로 필요한 서류 중 가족관계증명서가 있었습니다. 사실 가족관계증명서가 필요한 경우는 극히 드물잖아요. 저 역시 살면서 처음 떼어보았는데 동사무소에 가서 가족관계증명서를 떼어보니 현재 어머니가 아닌 친어머니 성함이 올라와 있더군요. 순간 당황하였고 동사무소 측에 여쭤보니 이혼을 한 부모라면 정정신청을 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잠시 앉아 참 오랫동안 쳐다보았습니다. 가족관계증명서에는 관계인의 이름과 주민번호만 나와있더라구요. 정말 혹시나싶어 동사무소 측에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여쭤보니 친자식이라면 이미 이혼한 부모라도 초본을 발급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하더군요. 정말 기가 막혔습니다. 이렇게 쉬운 방법이 있는줄은 꿈에도 몰랐으니까요. 그 자리에서 직접 초본까지 떼었습니다. 친엄마 이름과 현재 살고있는 주소지가 나오더군요. 그리고 그 옆에는 'OOO의 처'라고 나와있었습니다. 그렇겠지요. 세월이 언 삼십년인데 친어머니도 재혼을 하신 것 같았습니다. 저는 지금 알 수 없는 혼란에 빠져있습니다. 살면서 세월에 무뎌 보고싶지 않았다라고 했지만 저를 단 한번도 찾으러오지 않은 친엄마가 원망스러워 스스로 보고싶지 않다고 그립지 않다고.. 그렇게 인정하려고 위안을 삼았던 것 같습니다.
요 며 칠 생각을 많이 해보았습니다. 우선 저는 직접 찾아뵙는게 많이 우려가 됩니다. 현재 그분은 새가정에서 아마 행복하게 지낼것입니다. 혹시나 저의 태생을 숨기고 새로운 가정을 꾸렸으리라 짐작도 됩니다. 그렇게 된다면 저와의 만남이 그분에게 행여나 가정불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상당히 조심스럽습니다. 저를 지금까지 단 한번도 찾지 않았던 이유가 정말 저를 완전히 잊어버린 건 아닌지.. 잊기위해 얼마나 애를 쓰셨을지..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찾아와 내가 당신의 친자식이라고 말하는것도 참으로 힘든 일입니다. 우연을 가장해 저만치에서 한 번 볼 수만 있다면 그러고도 싶지만 여느 드라마도 아니고 사실상 힘든 일이겠지요. 도대체 어떻게해야 할 지 정말 답답합니다. 이렇게 된 마당에 선뜻 찾아뵙는게 무척이나 조심스럽고 겁도 나고.. 만나게된다면 무슨 말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갔는데 그냥 냉정하게 그냥 돌아서진 않으실지.. 생각이 많아지니 별별 생각이 다 듭니다. 저는 그 분을 뵈면 눈물도 훔치지 않을거라고.. 살아생전 이렇게 얼굴 한 번 뵈었으니 이제 됐다고.. 행복하게 잘 사시라고.. 꼭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저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시집을 가고 나니.. 혹은 애를 낳고나니.. 친엄마가 그렇게도 보고싶을 수가 없더랍니다. 저도 그런가 봅니다. 제 나이 내년이면 서른인데 저도 곧 결혼을 할테고 애도 낳을테고.. 물론 지금까지 저를 잘 키워주신 새어머니도 계시지만 친엄마의 주소를 알고 있는 이상 직접 뵙든 만남을 포기하든 둘 중 한가지 결정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보고싶고 그리움이란 감정보다 그냥 한 번쯤은 어떤 모습으로 지내고 계신지 궁금하고 그래서 꼭 한번은 보고싶은데 현명한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의 조언 부탁드립니다.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