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3년 연애 후 결혼 3년차 30대 중반 부부의 아내입니다.
남편이 결혼 전부터 키우던 8살 강아지를 같이 키우고 있고, 아이는 없어요.
남편은 서울 중상위권 대학을 나와서 전공을 살려 자영업을 하고, 둘이서 살기에 넉넉하게 벌고 있어요.
저는 서울 중위권 대학을 나와서 평범한 직장인으로 지내다가 결혼하면서 일을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지내고 있어요. 일 할땐 평균 정도로 벌었어요.
결혼준비하면서 신혼여행 문제로 일정을 조율하다가 직장에서 트러블이 생겼다고 남편에게 이야기하니 결혼하면 일을 그만둬도 된다고 해서 내조 잘 하겠다고 하고 그만뒀습니다. 일을 그만둔게 지금은 후회가 되네요...
경제권은 남편에게 있고, 저는 월 30만원을 용돈으로 받아 쓰고 있어요. 모아서 남편 선물을 사주거나 제가 갖고 싶은 것을 사기도 합니다. 갖고 싶은 것을 얘기하면 남편이 사주기도 하는데, 요즘은 갖고싶은 것도 별로 없어서 쓸일이 거의 없어요.
저희는 둘다 집돌이 집순이예요. 연애 때부터 퇴근길에 매일 만나서 외식을 하거나 드라이브를 하거나 자취방 데이트를 하고 붙어 지냈어요.
결혼 이후에는 9시쯤 남편이 퇴근하면 같이 늦은 저녁을 먹고 티비를 보면서 대화하다가 잡니다. 주말에는 함께 산책이나 드라이브를 하고요. 마주앉아 대화하는 것을 제외하곤 특별한 부부 취미가 없어요. 둘 다 친구도 별로 없어요. 일년에 한두번 여행을 가요. 남편이 먼저 제안하는 건 많지 않지만 제가 제안하면 거의 다 들어줍니다. 다른건 다 좋아요.
하지만 제목대로 남편이 저를 병자처럼 취급하는데 이게 이상해요.
사건의 발단을 생각해보자면,
결혼 준비를 시작할 때 제가 다니던 회사에서 인사이동이 있었는데, 그때 제가 맡은 일이 많아지고 결혼 준비를 병행하느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어요. 이때 장염이 걸려서 이것저것 검사하느라 병가내고 3일정도 입원을 했었고요.
그리고 결혼 한달쯤 전에 긴장 때문인지 열이 많이 나고 아팠던 적도 있었어요. 입원은 하지 않았고, 주말 이틀 쉬니 괜찮아졌습니다.
3년 조금 넘게 연애하면서 아팠던 적은 이 두번이 다예요.
그런데 신혼여행지에서 남편이 '사실 여보가 아팠던게 너무 충격이었다'고 울면서 말하더라고요. 제가 없어지는 것을 상상했더니 힘들었대요... 수치가 안좋아서 검사를 해보느라 입원했고 위험한건 아니었는데도요.
남편은 아주 건강한 체질이예요. 한번도 입원해본 적이 없고, 아파서 병원에 간 기억도 없대요. 건강검진도 2년마다 받는데, 건강합니다. 시댁 식구들도 모두 건강합니다. 남편은 본인이 어릴 때 남편의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직전에 아프셨던 것을 제외하고는 아픈 사람을 본 적이 거의 없었다고 해요.
그렇게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이후로 남편이 저를 과보호하기 시작했어요.
도우미 이모님이 주 3회 오시고, 남편이 퇴근할 때 먹을 것을 사옵니다. 반찬가게에서 사올 때도 있고, 배달음식을 시킬 때도 있어요.
요리를 해놓으면 싫은 티를 냅니다. 몸이 안좋은데(?) 쉬어야지 왜 요리했냐구요...
청소, 빨래 다 마찬가지예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침에 남편 커피타주기, 제가 점심 먹은거 치우기, 강아지 산책, 강아지 응가 쉬야 치우기, 저녁에 반찬가게에서 사다준 음식으로 상 차리기 정도예요. 아침은 안먹고 저녁 설거지도 남편이 합니다. 제가 하려고 하면 남편이 힘으로 밀어냅니다.
낮에 외출이라도 하면 남편이 너무 걱정을 해서 금방 돌아오게 됩니다. 그래서 보통 남편이 일하는 동안은 집에서 책을 읽거나 강아지랑 놀거나 TV, 유튜브 보는게 다예요. 가끔 남편 사업장에 따라가는데, 직원들도 불편해 하는 것 같고 가도 아무것도 못하고 앉아있게 하니까 뻘쭘해서 잘 안가요.
가끔 시댁에 가도, 남편이 뭐라고 말을 해놨는지 아픈 며느리 취급입니다. 몸 상하지 않게 앉아있으라고만 해요. 시댁에도 도우미 이모님이 있어서 특별히 할일이 없긴 해요. 하지만 시부모님께 전화를 드려도 아프지 말고 몸 챙기라는 이야기만 하십니다.
제가 남편만큼 건강한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몸이 엄청 약하지도 않습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체력이 조금 약한 편이예요. 그리고 조심성이 없어서 결혼 초에 요리하다 손을 베인 적이 한번 있어요. 피가 많이 났지만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니었고 일주일 안에 나았어요.
170에 60키로 보통 체형이고, 편두통이 있긴 해요. 그래도 결혼 이후에 많이 아팠던 건 재작년 겨울에 굴보쌈 먹고 노로 바이로스 걸린게 다예요. 이때 좀 고생하긴 했지만... 다들 2~3년에 한두번정도는 아파가면서 사는거 아닌가요?
직장을 구하는 것, 집안일을 하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를 해봐도 남편은 걱정돼서 안된대요. 몸도 약한데 그러다 아프면 큰일난대요. 아이를 낳을까 물어봤더니 제가 몸이 약해서 안된대요. 답답한데 대화는 계속 도돌이표입니다. 제가 갈등 상황을 싫어해서, 또 금방 포기하고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이런 대화를 할 때만 아니면 둘 사이엔 아무 문제도 없으니까요.
올해 건강검진 표를 보여주면서 건강하니까 믿어달라고 할랬는데 백혈구랑 간이랑 갑상선수치가 또 약간 안좋게 나와서... 보여달라는데 미루고 있습니다. 정상에서 아주 살짝 벗어났는데 또 엄청난 병자 취급할거같아서 스트레스받아요.
처음엔 너무 편하고 좋았어요. 공주님처럼, 아기처럼 대해주는 것 같아서요. 하지만 3년째 아무것도 못하고 지내고 있으니 이제는 답답합니다.
남편을 사랑하고 늘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제 인생이 너무 무의미한 기분이예요. 이제는 공주님이 아니고 제가 키우는 강아지랑 똑같은 존재가 된 것처럼 느껴져요.
남편은 너무 좋고, 정말 잘해주는데... 앞으로 몇십년간 이렇게 살면 어떻게 될지 걱정돼요. 자기발전 없고 생산성 없는 모습에 남편이 질리게 되진 않을까요? 아니면 이러다 정말 어디가 아파져서 병자가 되는건 아닐까요? 점점 의욕도 없어지고 걱정이 많아집니다.
친구(아이2 전업주부)에게 슬쩍 이야기 꺼내보니 복에 겨웠다고 하고, 맞벌이하는 친구들에게는 말도 못하겠어요. 부모님은 딸 챙겨주는 고마운 좋은 사위라고만 말씀하십니다.
직장 다닐 때를 생각해보면 제가 복에 겨운 게 맞는 것 같기도 하지만, 강아지랑 남편 기다리고 있는 제 모습이 한심해보이기도 해서요.
그냥... 말 할 데도 없고 답답해서 넋두리 한번 해봤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