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살 연하 남친과 2년을 사귀었습니다.
둘다 지방사람으로 제가 먼저 상경해 있었고,
남친은 연고 없이 무작정 저를 따라 서울로 올라오게 되었습니다.
1년 정도 저희집에서 같이 살고,
방을 구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겨 남친이 독립한 후 9개월정도가 흘렀습니다.
우여곡절도 굉장히 많았고, 싸우기도 정말 무시무시하게 많이 싸웠고,
집에서 독립해 서울에서 각자 먹고 살아야 한다는 것에
둘다 너무 가난해서 힘들던 시절도 있었지만,
각자 갈길을 잘 찾아 지금은 안정적이고 여유로워 졌습니다.
싸움도, 가난도 모두 이겨내고 돈독해진 우리는
더이상 싸움없이 평탄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고,
돈없던 시절에는 엄두도 못냈던 데이트들도 주 1회씩 꼭 하며 지냈습니다.
평소 남친은 상당히 게으른 타입이여서
집에서 굴러다니는 것을 인생의 가장 큰 행복으로 여기는 타입이라
데이트 자체를 귀찮아해서 싸우는 일이 간혹 생겼었지만,
남친이 그 부분은 져줘서 일주일에 한번 서울의 동네들을 돌아다니거나
영화 보거나 하는 일상 적인 데이트를 해왔습니다.
3일전,
오전에 남친과 카톡을 하면서
남친이
캡틴 아메리카 너무 보고싶다고 해서
너가 보고싶으면 그렇게 하자고 하니
오늘 저녁에 만나서 영화보고,
내일이 쉬는 날이니 내일은 벚꽃을 보러가자고 하길래
그러자고 하고 저녁에 만났습니다.
그날 서로의 일이 끝나고 만났는데, 일하면서 제가 안좋은 일이 있어서
기분이 영 다운되있는 상태여서.
영화 시간 전에 밥을 먹을때 남친이
"영화 보지말구 그냥 집에 갈까?"
라고 물어보길래
"너 하고싶은대로해~" 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했습니다.
평소에 저를 만나러 올때 츄리닝을 입고, 안경을 쓰고
꾸질꾸질하게 오는 것으로 몇번 지적을 했더니
그날따라 신경을 쓰고 온듯 해보였는데 남친이 먼저
"나 오늘은 어때?" 라고 하길래
제가 또 퉁명스럽게
"못생기진 않았어"
라고 대답했습니다.
남친 표정이 시무룩 해졌는데, 저는 평소때도 이런 장난을
자주 치는 타입이였어서 남친이 평소처럼 받아들였다고 생각했습니다.
밥을 다 먹고 영화관으로 가는 길에
남친이 말을 하더군요.
그만 만났으면 좋겠다고,
저를 만나러 오는 길이 즐겁지 않고, 보고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고.
애정이 식은지 꽤 오래되었고, 아무 감정이 없는데
그래도 노력해보려고 참고 만나왔다고.
그런데 이제 더는 못하겠다고. 그만하자고 말을 하더군요.
아침까지 웃으면서 캡틴아메리카 보자고 졸라서 만났는데
이게 무슨 청천벽력같은 소리냐고 묻자
갑자기 이러는거 아니고, 예전부터 생각했던건데
이제서야 말하는 거라고.
나를 좋아하는지 어쩐지 모르겠다고, 아무것도 하기싫고 그냥 혼자이고 싶다고.
집에서 그냥 쉬고 싶고, 연애도 하기 싫다고 하더군요.
요새 힘들어서 그렇느냐고, 그렇다면 한동안 안만나도 좋으니
쉬고 싶은 만큼 쉬어라고 말하자
그냥 내가 싫다고, 좋아하지 않는다고 그만 만나자고 합니다.
저는 저녁에 영화보고, 내일 일어나서 벚꽃 보러 갈 생각만 하고 있다가
갑자기 들은 이별 통보에 진짜 망치로 머리통을 후려맞은 기분이 였고,
순간 상황 판단이 안되어서
일단 매달렸습니다.
얘기를 좀 하자,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이냐.
그러지 말고 집에가서 얘기좀 하자고 하고 우리집으로 향하는 길에
남친이 가기 싫다고, 자긴 할말 다 했다며
그렇게 돌아서서 가려길래 우겨우겨 집으로 끌고 들어왔습니다.
앉혀놓고 얘기하려고 했는데
현관에서 신발신은채 들어오질 않더군요.
그래서 내일 벚꽃보러 가자고 니가 그래놓고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일단 자고 일어나서 내일 다시 차분히 얘기해보자고 했더니
싫답니다. 더이상 그만하고 싶다고, 더이상 할말도 없고
저를 더이상 보고싶지 않다고..
눈물이 났어요, 하염없이.
그때 남친이 하는말이
우는거 싫어, 우는거 보기싫어서 그만 갈래.
라고 하곤 붙잡는 제 손길을 뿌리치고 그대로 가버리더군요.
더 황당한건 나가는 그길로 카톡으로 절 차단했다는것.....
정신이 멍합니다.
지금이 3일째, 자기가 캡틴아메리카 보고싶다고 만나자고 해서 만나서
이게 무슨 ... 진짜 ... 멍하게 하루종일
그날 아침에 했던 카톡을 살펴봤는데
남친은
제게 그날 아침
"인났쬬요?? ㅎㅎ" 라는 카톡을 보냈더군요.
그리고 나서는 "나 캡틴 아메리카 보고싶어!!! 볼래!!"
라고 애교를 부렸더군요.
이 이별이 대체 뭘까요.
저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정신이 여전히 멍해요...
2년을 함께했던 사람이 정말 30분 만에 다른사람으로 돌변해서 떠나버렸습니다..
아직도 적응이 안되고
아침에 일어나면 일어났다고 카톡해야 할것같은 느낌이고..
일끝나면 일 끝났다고 전화해야 할 것 같고..
습관이라는게...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에요..
답답합니다. 이건 대체 무슨 심리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