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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년. 이별 후 지금까지의 과정들을 적어봅니다.

시간이 |2014.04.08 04:03
조회 152,223 |추천 410
헤어진 이후로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노래 가사 그대로 '처음이라 힘들지 점점 괜찮아질 거야.' 하던 것이, 되돌아보니 어느새 1년이 되었다.누구에게나 이별이란 것이 힘들고 그 과정은 아프다. 더더군다나 준비 없이 갑자기 맞이해야 하는 이별이란 것은 굉장히 어렵다.
평소에 싸이월드 다이어리를 써 놓는다. 중학교 이후로 줄곧 써왔던 것 같다. 이제는 대학을 졸업한 시점에서는 투데이 히스토리에서 보여지는 내 과거의 기억을 보는 재미가 영 즐겁다.그런 와중에, 1년 전의 내가 써 놓은 글이 보였다.아, 나는 참 많이 아팠고 나는 참 많이 힘들었구나. 어느새 그 사람에게 받은 상처가 1년이 지나 흉터가 되어버렸구나.그렇게 1년 간 상처가 흉터로 되어가는 과정, 그 과정에서 느낀 감정을 여과 없이 적어 놓은 1년 전의 내 모습을 보았다.감정의 변화와 눈물의 과정을 보니 괜히 1년 전이 생각나는 듯 하였다. 누구에게도 함부로 말하지 못한 나의 이야기.매일을 울고 힘겹게 버텨왔던 그 이야기를 보면서, 어쩌면 지금까지 내가 이겨온 과정을 누군가 듣는다면 조금이라도 용기를 얻을 수 있거나, 자신의 힘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다는 착각 속에 그래도 하룻밤 잠은 잘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곳에 글을 남기고자 한다.평범한 스물 넷 남자가 이겨냈던,2년의 연애를 일방적으로 마무리 당하고 혼자 접고 이겨내야 했던 평범한 이별 과정.'아, 이름 모를 저 사람도 똑같구나. 그럼 나도 괜찮아 지겠구나.'하는 위안을 잠시라도 얻을 수 있길 바라며.


3월 13일
밥을 먹다 헤어졌다.갑자기였다.나는 밥을 먹으며 다음날 선물을 무엇을 줘야 할까 고민했고혹시 가지고 싶은 것이 있냐고 물으며 함께 식사를 했다.배불리 저녁을 먹고 나온 다음에 다정히 버스를 태워 집으로 보냈다.그리고 카톡이 왔다.아주 짧게.또 무언가 내가 섭섭하게 했거니 하며 으레 무시했다.

3월 15일
저번에 화가 나서 헤어지자고 내게 말을 한 이후로 아직까지 연락이 없다. 이틀째 연락도, 카톡도 안되니 상황이 심각한 것 같다.늘 그렇듯 내가 먼저 연락을 하며 미안하다고 했다.이번엔 나도 자존심이 생겨 고집을 부렸지만, 결국 길던 짧던 내가 먼저 사과를 한다.그러나 이번엔 사뭇 반응이 달랐다.

3월 20일.
대화라도 하자는 내 말을 계속 무시하며하다 못해 헤어지는 이유라도 말해달라는 내 말조차 무시한다.정말로 나와 헤어지려는 게 맞다는 생각이 점점 현실로 다가왔다.그리고 늦게나마 현실이 와 닿는다.하던 공부를 접어두고 도서관 밖으로 나왔다.아무도 없는 노래방으로 가서 고래고래 노래를 부르며 운다.즐거운 노래도, 슬픈 노래도, 잔잔한 노래도, 죄다 눈물로 부른다.친한 친구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날 찾는다.술은 됐다고 했다.정말로 무너질까 무서워서.

3월 31일
연락조차 하지 말라고 하던 너의 말이 마음 한편에 꽂혔다.2년이 되는 날에도 널 만나며 무엇을 입어야 할지 아침부터 고민하던 나의 설렘이무엇으로 잘못 표현되었던 것일까.더 굶으면 죽을 것 같아 억지로 먹다 토하며 울었다.굶어도 배가 고프지 않으니 정말로 죽을까 무서워졌다.

4월 5일
처음으로 너한테서 먼저 연락이 왔다.나에게 돌아온 너를 나는 말없이 안았다.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말해달라는 말에너는 아무말 없이 내 손을 잡고 울기만 했다.그렇게 너는 돌아왔다.

4월 7일
이틀만에 너는 다시 떠나갔다.이번에도 이유는 없다.단지 아무래도 마음이 떠난 것 같다고다시는 못 돌아갈 것 같다는 말만 남겼다.나는 제발 두 번 씩이나 떠나는 이유라도 말해달라고 애원했지만너는 손을 뿌리친 채로 사라졌다.

4월 20일
몸무게가 10kg이 빠졌다.자취하는 내게 엄마에게 전화가 온다.목소리가 이상하다며 내 안부를 묻지만나는 이내 괜찮다고 대답한다.

4월 30일
친구들이 이러다 내가 죽겠다며 찾아왔다.두 번이나 떠난 네 이야기를 처음으로 남에게 했다.너와 만나는 2년 하고도 더 되는 시간 동안 단 한번도 네 욕을 하지 않던 친구들이이번에는 화를 잔뜩 낸다.사람도 아니라고.나는 이 상황에서도 네가 욕먹는게 싫어, 앞으로는 누구에게도 함부로 이야기를 꺼내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5월 10일
다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같은 대학의 CC였던 너와 나는 같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었다.1년 후배인 너 역시 나 처럼 내년부터 공부를 시작할 것이다.내가 떨어지면 너를 다시 학교 도서관에서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떨어진 채로 만나기도 싫었고,떨어지면 다시 고백할 수도 없는 꼴사나운 모습이 되어버릴 거란 생각에눈물을 닦고 다시 도서관에 나왔다.

5월 23일
도서관에서 마주쳤다.오늘 내내 공부를 못했다.책 사이사이 빈 공간에 네가 그려지고아무것도 못한 하루에 죄책감이 생긴 것이 아니라아직도 내가 너를 그리고 있다는 생각에 죄책감이 생겼다.

6월 2일
부모님이 아셨다.두분 다 널 굉장히 좋아하셨는데헤어졌다는 소리를 듣고 아쉬워 하셨다.아들에게 아무 말도 안 하시던 아버지는 베란다에서 담배를 다 태우시더니밖에서 나와 맥주 한잔을 하신다.아버지의 첫사랑과 엄마와의 연애를 처음 듣는다.

6월 15일
아버지께서 말없이 카드를 주신다.공부도 좋지만 잠시 이겨내기 위해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중고로 카메라를 샀다.카메라로 2년간 오직 한 사람에게만 신경 쓰느라 여태껏 신경쓰지 못했던 부모님 얼굴, 형, 하다못해 자주 오가던 길과 그 길목에 피어난 꽃까지 카메라에 담는다. 내 주위는 생각보다 아름다웠음을 깨닫는다.

6월 30일
몸무게가 다시 5kg이 쪘다.이제는 벨트 없이 다시 바지가 맞는다.여전히 하루에 세네번 쯤은 생각난다.

7월 1일
이러다 시험에 낙방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무서워서 정신없이 펜을 들었다.

7월 3일
다시 공부를 열심히 하던 와중에그냥 생각나서 연락해봤다며 연락이 왔다.다시 며칠을 마음 아파할 내가 무서워수화기에 짧게 짧게 얘기하니 이내'내가 괜히 연락했네. 다시는 안 할게. 잘 지내.'하며 끊는다.이 여자에게 나는 어떤 쉬운 존재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하긴 이렇게나 쉽게 휘둘리는데, 정말로 같잖고 웃기고 하찮게 보였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그리고 난 이런 사람 때문에 몇 달을 고생하고 있다.

7월 14일
겨우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8월 15일
잊을만 하니 다시 연락이 왔다.여전히 '잘못했다, 그때 헤어진 것은 이런 이유였다, 다시 잘해보자'등이 아니라'그냥 해봤다.'였다.감정 표현이 서투른 사람도 아니었으니 저 말은 진짜였다.이제서야 확신이 들었다.주위 모두가 며칠 만에 두 번 째 이별을 통보 받은 나를 보며그 여자는 너를 그냥 쉽게 보는 것이라는 말을 할 때오직 나만 믿지 않았었다.그러나 이제 서야 깨닫게 되었다.그 사람은 나를 그냥 쉽게 보고 있었다.때 되면 알아서 정성 바치고 마음 바치는 사람으로.그러나 나는 그 사람 때문에 며칠을 또 뒤숭숭하게 아파야 한다.

8월 31일
보름 전의 일 때문에 평소보다 더 많이 생각났다.그러다 곧 괜찮아져서 평소처럼 하루에 30분정도만 생각하는 것 같다.

9월 8일
꽤 괜찮아 졌다.하루에 5번 가량만 생각난다.공부에 매진할 수 있게 되었다.

9월 18일
학교 축제 기간이다.그리고 난 그 사람에게 남자친구가 생긴 것을 알게 되었다.누가 알려준 것도 아니다.내 눈으로 보고내 옆으로 손잡은 두 사람이 지나쳤다.드라마 같은 현실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9월 23일
혼자 앓아 누운지 며칠이 되었다.친구들은 이제 병신소리를 내게 한다.정말로 그 여자가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냐고.나는 무의식적으로내 시험이 끝나면 한 번쯤 나를 아프게 하는 연락이라도올 줄 알았나보다.그래, 내가 떨어지면 또 그 사람을 봐야 한다.그것도 새로운 남자친구와 손잡고 다니는 모습을떨어져서 추레한 모습으로 지켜봐야 한다.자존심이 상하고절대 죽어도 그런 광경은 만들고 싶지 않았다.이를 악물고 피눈물을 흘리며다시 자리에 앉았다.절대, 절대 이곳에서 도망치겠어.

10월 3일
후배들이 응원 문자를 보내기 시작한다.계속 꾸준히 공부한다.선배들의 응원 문자도 도착한다.이미 공무원이 된 선배들은 밥을 사주시며 응원해주신다.'저도 형처럼 될래요'하는 내 동기와 달리 난 속으로 외친다.'꼭 여기서 나갈거야. 도망칠거야.'

11월 16일
시험이 끝나고 며칠이 지났다.몇 달을 길러버린 머리로 미용실을 찾았다.머리를 만지던 누나는 깜짝 놀란다.무슨 일 있었냐고.나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젓고전혀 다른 모습으로 머리를 잘랐다.나도 내모습이 익숙하지 않다.시험이 끝나고 나니 오히려 괜찮아졌다.합격할지, 불합격할지 모르지만나를 많이 힘들게 하던 두 가지 중 하나가 없어지니일단은 기분이 좋았다.왠지 그 사람도 잘 잊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12월 24일
합격 결과가 나오는 날이다.전날 5시가 되도록 잠을 못 잤다.두근 거리는 마음에 10시가 지나 합격자 조회를 클릭했다.합격을 축하합니다.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울었다.

1월 9일
정들던 곳에서 이사를 했다.집에서 긴 여자 머리카락이 나온다.몇 달을 청소해도 어디에선가는 나오는구나 하며쓰디 쓰게 웃었다.

2월 18일
졸업식을 했다.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그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나도 혹시나 하며 둘러봤지만역시 안 보이는게 맞다고 생각했다.그게 서로에게 예의라고 생각했으니까.앞으로도 안보이길 바라고 있다.보기 싫어서가 아니라, 보면 또 무너질까봐.

3월 13일
저녁에 운동을 열심히 하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화이트 데이라고 편의점에서 잔뜩 물건을 차려놓는다.왠지 기분이 이상해져 날짜를 다시 곱씹어보니어느새 헤어진지 1년이다.나 잘 지내고 있구나.

4월 7일
헤어진지 1년이 지나니 하루에 몇 번씩 다시 생각나곤 한다.소식이 궁금하지만 듣고 싶지는 않다.그냥 잘 살길 바라고 있다.요근새 꿈에도 자주 나와 아침부터 기분이 안 좋게 한다.현실에서는 행여나 돌아와도 절대 안 받아 줄거라고 말하지만왜 꿈속에서는 몇 번이고 다시 바보같이 그 사람을 받아주는 걸까.그때 내가 얼마나 아팠는지, 그 고통을 잊어버린건 아닐까.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오랜만에 싸이월드를 열어봤다.그리고 내가 느낀건.1년이 지나도, 지난 날의 사람들처럼 완전히 잊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미 빈자리는 생겼고, 소개팅을 받고 있기도 하다.다만 이 자리를 누군가 채워주고나 역시 그 사람에게 정성을 쏟아야마음이 가득 찰 거라고 믿는다.사람의 인연이란 걸 믿어본다.






덧붙이며.
얼마전에 저와 비슷한 분의 글을 이곳에서 봤습니다.2년간의 연애기간.이별 당시 공부를 해야 하는 상황.그리고 합격한 결과.1년차이의 같은 전공인 상대방.댓글들을 보니 의외로 비슷한 상황이 참 많으신것 같아제 이야기를 한번 올려봅니다.그래요, 저는 솔직히 1년이 지나도 완전히 잊지는 않았습니다.상처가 아직 완전히 흉터로 굳어지지 못했습니다.완전히 잊어서 잘 이겨내는 결말을 바란 분들에게드라마틱한 해피엔딩을 알려드리지 못해서 미안합니다.1년이나 지나도 못잊는단 말야?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사람 만나고 싶지는 않아요.내가 힘들었던 기억만 떠올라요.사진도, 선물도, 편지도 다 버렸으면 잊으려고 노력은 많이 한거겠죠?아마 새로운 사람을 만나지 못해 외로운 것 같아요.그러나 어느날 갑자기 괜찮아지지도 않았고이 감정의 그래프라는 것은 매우 완만하게 천천히 내려옵니다.시간이 사랑한 만큼은 지나야 잊어질 것 같더군요.그리고 저는 많이 내려온 것 같아요.하지만 또 너무 빨리 그 그래프가 내려오면내 사랑의 깊이에 대해 너무 슬퍼하지는 않았을까 생각도 됩니다.비슷한 상황을 가지신 분들, 모두 힘내시기 바랍니다.아픈 만큼 반드시 이를 악물게 됩니다.
추천수410
반대수3
베플파이팅|2014.04.08 07:47
저도 공부하는 과정에서 이별해서 펜이 손에 안잡히네요. 정말 마음 잡기 힘드셨을텐데 합격도 하시고 희망을 얻고 가요. 저도 힘 내보겠습니다 이런 나약한 마음 빨리 붙들겠습니다.
베플ㅇㅇ|2014.04.13 09:46
이별에대한 예의도 없고 함부로연락하는 가벼움도 싫다...시험합격축하해 난3년사기고 군대기다리는중에 차였당 연락안와서 낫기도한데 내가 이런존재밖에안됐나싶기도해서 씁쓸하다 좋은인연있길친구 ㅎ
베플왜이래요|2014.04.13 10:19
아침부터..내눈물빼고... 왜이래요.. 나.. 사실은 나만 이런줄알았어요 나만힘든줄알고 나만 세상 다산거처럼...폐인처럼살았나봐요.. 나도 나도.. 너무 힘들지만.....................당신도 많이 힘들었군요 나도똑같아요........두번다시 그사람만나고싶진않지만 그시절에 내가 그리워요 그시절 그사람이 아니라 ..설레이는 마음으로 매일 기분좋고 헤헤웃고다니고 살아가는 재미를 느꼈던 내가..그리워지네요
베플987786|2014.04.13 16:28
뭐 이별로만 보자면 다들 겪은 선배 30대라 별로 말씀드릴 것도 없고 감흥도 없었지만, 로그인 하게 만든 일은 멋진 아버님을 두신 듯 해서 댓글을 달려고 로그인 했습니다. 이겨내기 위한 연애조언과 함께 그 잊기위한 방편을 위해 카드를 내어주시고, 그걸로 술이나 퍼마시는 것도 아니고 멋드러지게 카메라 하나 사셔서 세상을 찍으시며 아름다운 것이 많다는 소중함을 알 수 있는 감성이시라니... 그 아버님에 그 아드님이시네요. 이런 심성이면 더 좋은 분 만나실겁니다. 힘내세요. MakToop.
베플치킨|2014.04.13 19:49
그런적이있었다 이 세상의 주인공이 나였던 시절. 구름위로 걷는 것처럼 아득하고 항상 울렁거렸다. 그 느낌이 좋았다. 거기까지 사랑이 차서 찰랑거리는 것 같았다. 한 남자가 내게 그런 행복을 주고 또 앗아갔다. 지금 내가 울고 있는 건 그를 잃어서가 아니다. 사랑, 그렇게 뜨겁던게 흔적도 없어져서 사라진게 믿어지지 않아서 운다. 사랑이 아무것도 아닌 걸 알아버려서 운다. 아무힘도 없는 사랑이 가여워서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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