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편의점이 택배보관소인가요?

내가경비냐 |2014.04.09 19:33
조회 11,603 |추천 6

 

 

안녕하세요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여자사람입니다.

편의점을 한지 3년이 넘어가는데 잊을만 하면 한번씩 화가나게하는 일이 있어

넋두리할겸 주절주절 적어봅니다.

 

큰길 가에 있는 편의점이지만 뒤로는 원룸촌이 있습니다.

그분들 택배때문에 한번씩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에요.

택배 받는거.., 24시간 항상 상주하면서 그것도 못받아 주냐 하실 수 있습니다.

그건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그치만 그걸 제가 꼭 해야할 일은 아니지 않나요? 제가 그 원룸촌 경비도 아니고 ㅋㅋ

어디까지나 제 입장에선 호의를 보이는 건데 막중한 책임을 요구하는 분들이 더러 계시네요.

 

제가 무슨수로 그 많은 원룸들의 이름과 호수와 손님들 이름 얼굴을 매치해 외우나요

물론 단골분들 얼굴이나 그분들이 피는 담배나 늘먹는 음료수 같은건 기억할 수 있죠.

그런데 오며 가며 보는 얼굴들이랑 이름을 사는곳을 어떻게 알겠어요...

 

저희 점포는 미니형 점포라 작습니다. 그 크고 작은 많은 택배들이 안에 들어와있으면

아이스크림박스 앞을 점령하고 다니기가 불편할 정도에요.

그렇게 한나절이 지나고 퇴근 시간이 되면 하나둘씩 찾아가시는데요

문소리에 벌떡 일어나 어서오세요^^ 인사하면 쳐다보지도 않고 냉큼 택배로가

고맙다는 말은 커녕 가져갈게요 말도 없이 물건만 챙겨서 금새 나가버립니다.

그나마 저녁에 찾아가는 분들은 양반이세요 작게는 서류봉투부터 가전제품박스같은것도 오는데

사나흘씩 안찾아가고 자리차지하다가 도저히 안되서 택배좀 찾아가시라고 연락드리면

왜 남의 택배를 받아놓고 말도 안하냐고 따지는 사람도 여럿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모든 택배를 밖에 둬요

행사할때 쓰는 철제다이같은걸 갖다두고 있거든요

말없이 찾아가는 사람도 뻘쭘할 것 없이 편하고 우리도 신경 덜 쓰고

택배기사님들도 이젠 알아서 밖에 물건자리를 잡아두십니다.

 

그랬더니 어떤 부부가 택배가져간다고 문을 빼꼼히 열고 말하기에

네 가져가시라고 했더니 남편되는 사람이 "이거 뭐 이름이랑 이런거 체크안해요?" 하네요

하도 어이가 없어 "네 안합니다." 했더니 아무거나 가져가면 어쩌려고 그렇게 무책임하녜요

ㅋㅋㅋㅋㅋㅋㅋ아니 어디 맡길땐 얘기하고 맡깁니까? 자기들 편한대로 두고선 책임운운이라뇨

 

아예 운송장배송메세지에 "부재중일테니 집앞 편의점에 두시면됩니다"라고 적힌것도 봤네요

누구신지? ㅋㅋㅋㅋㅋㅋ

 

늘 밖에다 잘 갖다두시는 기사님이 안에 들어와 "두고갈게요~" 하시길래

"네~ 밖에두세요"했더니 밖에 두지말고 꼭 좀 안에 넣어두라고 부탁했답니다.

나참 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얼마짜리인줄알고 이렇게 밖에 두냐고 들어와 화내는 분들도 많습니다.

저야 얼마짜리인지 당연히 모르죠 ^^ 제가 무슨수로 그쪽 물건이 비싼지 싼지 알겠습니까

 

더 가관인건 착불택배에요

착불비를 주고 가도 신경쓰이는데

기사님이 넌지시 혹시 무슨빌 몇호 착불비 맡긴거 있냐고 묻기에

아니요? 없는데요? 했더니 그냥 나가시더라구요

그날 저녁에 한 아주머니가 오셔서

그거 착불 좀 받아주면 되지 내가 오늘 꼭 필요한데 그쪽 때문에 못받았다고 어쩔꺼냐네요

와...

 

심지어는 반품할 물품까지 맡기고 반품영수증까지 챙겨달라고...

 

하...물론 미리 오셔서 사정을 말씀하시며 정중히 부탁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미리 연락을 못주신 분들은 찾아가실 때라도 꼭 고맙다 말씀하시며 사탕이라도 하나 쥐어주시구요

그런분들은 일부러 찾아서라도 제가 따로 챙겨두는 편이에요

이런사람들이 있기에 아직 살만한 거겠죠.

제가 뭐 큰 걸 바라는게 아니라 정말 얼마전 끝난 드라마처럼 따뜻한 말 한마디면 되는데

그 것도 큰 욕심일까요

오늘도 택배때문에 한바탕한지라 너무 심란하네요

편의점이 아니라 물품보관소로 업종을 변경해야 할까봐요 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수6
반대수1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