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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예정 남자친구의 질병

에휴 |2014.05.11 12:29
조회 2,595 |추천 0

27살 여성입니다. 남자친구는 4살 연상이구요.

사내커플로 만난지 1년 정도 됐으며 결혼을 진지하게 생각 하고 있는 사이입니다.

 

저를 처음 만날때부터 저와 결혼 하고싶었다는 남자친구와 연애 초반부터 막연하게 결혼얘기가 나왔고

만나면 만날수록 나를 많이 사랑해주고 좋은 사람이라는 것이 느껴져 결혼이 다른세상 얘기라고만 생각했던 저도 난생 처음으로 누군가와 결혼하고 싶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남자친구의 좋은 점 몇 가지를 간단히 얘기하자면..

굉장히 사람이 좋고 착하고 자상하고 배려 깊습니다. 제가 성격이 좀 모난데가 있어서 별거 아닌데에 자주 툴툴대고 신경질 내도 다 받아주고, 1년을 사귀며 저한테 화 한번 짜증 한번 내본 적 없는 사람입니다.

술담배 안하구요, 유일한 취미였던 오토바이를 저 만나고 제가 위험하다고 싫어하자 바로 팔았습니다. 친구들이 xx가 오토바이를 팔다니 말도 안된다고 기적이라고 할 정도로 엄청난 일이었다고 하네요.

남들처럼 술먹고 유흥생활 즐기거나 돈이 많이 드는 취미생활도 없어서(오토바이 팔고 나서는 가끔 자전거 타기나, 낚시 정도 즐깁니다. 뭐 주말에는 항상 저와 함께 있어서 그나마도 잘 안하지만요.) 꾸준하게 돈도 열심히 모으고 있습니다.

원래 사람 자체가 알뜰하고 과소비 하거나 씀씀이가 헤프지 않구요. 반대로 제가 씀씀이가 헤픈 편이었는데 가령 제가 장보는거(자취합니다) 도와줄때 이것저것 별 생각없이 집으면 그거 필요 없을거같다고 조목조목 설명을 해줍니다. 그거 듣고 보면 저도 아 그러네, 싶어서 다시 놓곤 합니다. 자기 자신한테는 투자하는 돈 거의 없으면서 저랑 데이트 할때는 맛있는거 많이 사주려 하고 좋은데 데려가려 하고 그러는 사람입니다.

제 자취방에 가끔씩 놀러오면, 집청소 설거지 빨래 싹 해줍니다;; 제가 원래 좀 게으른 면이 있어서 집을 지저분하게 해놓고 사는 편인데 남자친구는 성격이 깔끔해서 그런거 보면 일단 치우고 봅니다. 같이 음식을 해먹거나 해도 설거지 바로바로 하구요. 결혼하더라도 가사일 분담 일로 갈등 있거나 하지는 않을 거 같아요.

매일 아침 모닝콜이나 모닝카톡으로 시작해서 자기 전에는 꼭 사랑한다 해주며 연락은 제가 귀찮을 정도로 잘 하고, 남들이 폰 숨기기 급급할때 저는 남자친구 폰으로 자유롭게 게임하고 놀고, 주위에는 시커먼 남자친구밖에 없는 공대생이라 여자 문제로 속썩일 일도 전혀 없는 사람입니다.

 

죄송해요, 사설이 길었네요. 위 얘기를 한건 제가 지금 남자친구가 나에게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그만큼 꼭 결혼하고 싶음을 설명하고자 한 거예요.

그리고 그런 남자친구가, 얼마전인 4월 말에 아파서 병원에 가더니 느닷없는 질병 판정을 받았습니다.

 

무슨 병인지는 병명을 제대로 말하진 않을게요, 대신 설명을 드리자면..

보통 4~50대 중년 남성에게 많이 걸리는 병인데 요즘은 2~30대 남성도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라 합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건, 이 병이 현재로썬 뚜렷한 완치가 되지 않는 난치병 혹은 불치병이라는 겁니다.

약물치료와 식이요법으로 관리를 하는데, 완치는 되지 않고 증상이 완화되는 정도라고 합니다.

식이요법으로는 술, 고기(고기국물 포함), 등푸른생선, 해산물 등을 피해야 합니다. 술은 원래 안하는 남자친구라 별 상관 없지만요, 사실 제가 먹는걸 좋아하고 뭘 먹느냐가 제 인생에서 중요한 좋게 말하면 미식가이고 그런데 제 평생 식사를 함께랑 예비 남편이 고기, 생선, 해산물을 먹지 않는 락토 베지테리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정말 슬픕니다. ㅠㅠ 그나마 유제품, 계란, 치즈는 먹을 수 있어서 락토 베지테리언이네요.

먹는것보다 문제가 되는건 물론 질병으로 인한 몸의 불편함이겠죠. 이 질병이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르는 아픔으로, 정말 엄청나게 아프다고, 출산의 고통과 맞먹는다고.. 뭐 그런얘기들이 있습니다. 만성으로 넘어가면 통증(발작)이 오는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통증이 길게 오며, 심해지면 직장생활이나 사회생활은 물론 집 안에 화장실도 못 가 하루종일 누워있는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물론 그런 경우는 많이 심한 사람들의 경우고, 가끔 한두번씩 오는 통증 외에는 일반인과 다름 없이 사는 사람들도 많다고 합니다.

이 질병의 초기발작이 오면 몇일 후 자연스레 사라지고 6개월에서 2년 동안 아무 불편함이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더 걱정입니다. 처음에 아프고 병원에 가서 병명을 듣고 몸속 수치를 완화시키는 양약을 처방받아 매일 아침저녁으로 먹고 있습니다. 금지음식도 철저히 피하고 있구요. 처음 몇일 아팠을때 이후로 물론 지금은 아무 불편함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초기발작 이후 당연히 아무문제 없다는걸 아니까,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막연한 공포 때문에 무섭습니다.

이 질병에 대해 많은 사례들을 수없이 찾아 보았습니다. 잘 관리해서 완치와 다름없는 생활을 한다는 사람이 있는 반면, 너무 힘들고 밤마다 아파서 잠을 못 자고 직장생활 사회생활 모두 포기하고 집에만 있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술, 고기 남들처럼 가끔씩 하고 남들처럼 먹으며 별 불편함 없이 사는 사람도 있고, 저녁에 소주에 삼겹살 한번 했다하면 다음날 어김없이 통증이 찾아와 너무 힘들다는 사람도 있구요. 현재 초기인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만성으로 가지 않는 건지도 모르겠고, 지금 먹고 있는 약이 순간 증상 완화만 될뿐 무슨 도움이 되는지도 모르겠고, 약이 내성이 생길지 몰라서 그것도 무섭고.. 남편 저녁 준비하면서 고기반찬 생선반찬 편하게 한번 못 내놓고 외식도 먹고싶은거 제대로 못먹고, 뭣보다 밤마다 너무너무 아파할지 모르는 남편을 옆에서 보고있으며 마음 썩어갈 제가 너무 무섭습니다.

 

앞에 나열했듯 지금 남자친구는 너무너무 좋은 사람입니다. 결혼을 생각하고 있구요. 이 질병 판단 받고 남자친구가 장난식으로 물었습니다. '나 이거 심해진다고 하면 결혼 해줄거야?' 심해져도 결혼 해달라, 혹은 심해지면 내가 떠나겠다, 이런게 아니라 그냥 막연하게 묻는 질문입니다. 서로 이 질병에 대해 이름조차 몰랐으며 아직도 너무 생소하고 아는게 없습니다. 갑자기 예기치 못한 큰 풍랑을 만난 기분입니다.

이 질병에 대해 검색 해보면 결혼 후 남편이 걸리는 경우는 심심찮게 보이지만, 결혼 전에 이 질병이 걸린 남자친구와 결혼을 결심하고 결혼을 하는 경우는 제가 못 본건지 거의 못 찾았습니다. 남친이 이 질병에 걸렸다는데 결혼 할까말까 고민하는 글 한두개 찾은게 전부네요. 저는 '오빠가 어떻게 되든 나는 오빠랑 결혼 할거니까 걱정 말고 몸관리나 잘 해라.'고 했습니다. 지금 남자친구는 기특할 정도로 식이요법 철저히 하며, 몸속 질병요인 배출을 위해 하루 물 2리터 이상씩 마시고, 운동도 하고 있습니다. 술담배 안하고 성실하게 잘 살던 사람에게 왜 어린 나이에 이런 병이 왔는지 너무 원망스럽습니다.

부부가 살면서 수많은 질병에 부딪칠 수 있습니다. 그게 단지 결혼 전에, 조금 빨리 왔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제 결정은 이미 내렸습니다. 결혼 할거라구요. 그치만 계속 이 질병에 대해 인터넷에 찾아보고,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까지 올리는 저를 보면 막연한 미래가 너무 두렵고 무서운 모양입니다. 아직 저는 너무 약한 모양입니다. 사랑하면 그깟 불치병 쯤 감수하고 결혼하는 거라고, 누구든 그렇게 하고 있다고, 힘내라는 그런 댓글로 위로를 받고 싶은 모양입니다. 이 글을 왜 쓰는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남자친구를 너무 사랑하고, 너무 사랑받고 있으며, 정말 너무너무 좋은 사람입니다.

 

아, 이 질병의 이름은 통풍입니다.

굳이 말은 하지 않고 증상만 설명하려 했는데 너무 구체적이 돼버려 이정도 읽으시면 아실 분은 아실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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