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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태연 열애가 위험한 이유

|2014.06.22 16:35
조회 2,344 |추천 5

그제 ​아침 일어나 습관처럼 초록창을 켜고 너무나 깜짝 놀랐습니다. 실시간 검색어 1위 백현. 2위 태연. 백현 - 태연 열애 기사가 터졌더군요. 그 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태는 최악입니다. 아이돌 세계에 대한 팬들의 환상 자체가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출처: 뉴스엔미디어)

'불신의 유예(suspension of disbelif)'라는 말이 있습니다. '픽션을 수용하기 위해 현실에서라면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전제를 수용하는 태도(진중권, 2011)'가 그것입니다. ​이를테면 이런 식입니다. 영화 『슈퍼맨』을 보는 관객들 중 실제 주인공이 하늘을 날아다니거나 추락하는 여객기를 두 손으로 떠받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거칠게 말해 슈퍼맨 이야기는 다 쌩구라이고, 관객들은 그 사실을 모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불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겁니다. '에이 저런 게 어딨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순간 위대한 히어로는 땅에 떨어지고 영화는 빛을 잃고 말리라는 것을요. 때문에 그들은 믿어줍니다. 단 두 시간의 러닝타임. 잠시나마 허락된 허구 세계를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입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진중권 씨의 표현에 따르면-, 그것은 '믿는 것'이 아니라 '안 믿지 않는 것'입니다.

이것을 아이돌 세계에 대입해봅시다. 아이돌도 아이돌이기 이전에 사람입니다.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우고, 욕도 하고, 무엇보다 연애도 하고 사랑도 하는, 평범한 사람이죠. 팬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V 속 아이돌은 오빠로 동생으로 남친으로 가지각색 모습을 바꾸어가며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로망을 팝니다. 또 팬들은 그래봤자 가짜라는 걸 알면서도 기쁘게 그들을 소비합니다. 애초 아이돌 세계는 일반인들에게 반짝반짝 빛나는 환상을 보여주기 위해 있는 곳이니까요. 실제로는 그렇지 않더라도 적어도 내 앞에서는 내가 원하는 대로만 존재하는 것. 그것은 우상과 팬 사이 일종의 계약입니다. ​거기에 대고 누군가 '멍청한 빠순이들아 가당키나 한 소리냐'고 시비라도 걸어온다면 서로 피곤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마치 '세상을 향해 "산타클로스는 실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정색을 하고 진지하게 외치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입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팬들은 아이돌의 진짜 모습을 모르지 않습니다. 백현과 태연의 팬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그룹 내 '리얼 커플'을 부르짖어도 그들 중 태연 혹은 백현이 '정말' 레즈비언 혹은 게이일 거라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없었을 것입니다. 백현 인터뷰 발언만 해도 그렇습니다. 사실 정상적인 남자라면 서른 다섯이 되도록 여자 한 번 안 사귀고 살 수 있을 리 없습니다. 그걸 알면서도 팬들은 저를 위해 독수공방하고 살겠다는 자기 가수를 믿어주었습니다. 아니, 그들은 안 믿으려 하지도 않았습니다. 내 가수를 지키기 위해. 나의 환상을 지키기 위해. 보이는 것을 보려 하지 않고 아는 것도 알려 하지 않는 아이돌 팬들의 노력은 어찌 보면 참 눈물겹습니다. 문제는, 이토록 충성스럽게 눈 감고 귀 막고 떠받쳐온 그들의 세계가 바로 그 세계의 중심, 아이돌에 의해 무너지면서 발생하였습니다. 

​마치 꿈에서 깬 듯한 기분이라고 하면 오버일까요?

스물 셋 스물 여섯 선남선녀가 만나 연애 한 번 못 하냐, 왜 축하해주지 못하냐는 지적도 있는 걸로 압니다. 물론 그렇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아이돌도 연애를 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연인으로서 그들의 문제입니다. 대중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해결했어야 할 것을 어떤 경로로라도 무대 위에 내보인 것은 역시 명백한 잘못이었습니다. 팬들은 변백현이 아닌 엑소의 백현, 김태연이 아닌 소녀시대의 태연만을 알고 있었고, 또 알고 싶어했으니까요. 현실 속 사랑을 찾아간 스타 뒤로 환상 속에 남겨진 - 그들의 손짓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즐거워하던 - 팬들은 아무래도 바보가 된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굳이 설명하자면 뭐랄까, 같이 놀기로 한 친구가 갑자기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정색하며 등을 돌린 듯한 느낌?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하는 사이에 등 뒤 친구들이 모두 사라져버린 듯한 느낌? (ㅎㅎ) 뭐든 간에 그것은 엄연한 계약 위반이었습니다. 덕분에 백현이는 그 동안 팬들이 생각하던 모습 그대로는 존재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불신의 유예가 지탱해주던 아이돌과 팬이라는 관계성 자체가 산산조각나버린 겁니다.

상황은 확실히 좋지 않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그들을 감싸줘야 했을 팬들부터가 먼저 개념이 있는 거냐 없는 거냐, 대놓고 팬들 엿먹이려 했던 거냐 뭐냐며 마구 두 사람을 질타하고 있습니다. 뭐 팬들이야 굳이 백현이 그런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고 해도, 혹은 소송 문제가 없는 평온한 시기였다고 해도 여전히 열애 기사에 분노하고 마우스를 집어던졌을 테지만, 이 경우에는 오히려 백현과 태연이 좋지 않은 태도를 보여줌으로써 '우리 오빠 뺏어간 망할 년'이라는 식보다 좀 더 세련되게 분노할 기회를 준 셈이 되었으니, 팬들 입장에서는 역설적으로 잘 된 일이라고 해야 할지 어떨지. 

SM은 이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알아야 합니다. 당장 팬들의 반발과 쏟아지는 악플은 그렇다 치더라도, 무엇보다 엑소라는 그룹 전체의 근간을 뒤흔든다는 점에서 이는 악수 중의 악수입니다. 소녀시대는 차라리 괜찮습니다. 연차도 꽤 되고 멤버들도 나이를 먹었으니, 그들이 언제까지나 나만의 아이돌일 수 없다는 것을 팬들도 이미 알고 있었거든요. 신화 같은 경우에는 아예 한 술 더 떠서 팬들이 오빠들의 결혼을 응원하기도 하고요. 이처럼 세월에 따른 자연스러운 환상의 균열에는 팬들도 의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엑소는 다릅니다. 많은 분들이 지적하시듯 엑소는 아직 시작하는 단계고, 팬층 또한 어리고 맹목적입니다. 그들이 서른다섯까지는 연애하지 않겠다던 엑소 백현과 데이트도 하고 싶고 여친 자랑도 하고 싶은 스물셋 변백현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을 리 없습니다. 이러한 시점에서 '남자' 변백현의 모습이 만천하에 공개되고 말았습니다. 악에 받친 그들은 이제 더 이상 쉽게 속아주지 않을 것입니다. 다른 멤버들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아무리 감싸주려 해도 '쟤들도 뒤에선 다 똑같겠지'하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없으니 말입니다. 많은 팬들은 변백현뿐 아니라 엑소 자체에 '깨' 버렸습니다. 그 통에 일이 아주 어려워졌습니다. 환상을 팔아 먹고 사는 아이돌 세계에서 자기 손으로 자기 장삿길을 틀어막은 격입니다.

여기에서 앞으로 엑소와 백현이는 어떻게 될까요. 선택지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아이돌 백현이 아닌 변백현의 음악으로 정면승부하는 것. 비슷한 케이스의 아이유는 이렇게 재기에 성공했습니다. 스캔들 이후 '국민 여동생'이 아닌 '인간 아이유'를 봐주는 팬들에게 아이돌이 아닌 뮤지션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으니 오히려 전화위복이었죠. 하지만 전에도 후에도 여전히 아이돌일 수밖에 없는 백현이에게는 그런 기회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둘째, 동정론에 호소하는 것. 연예인도 사람인데 연애 한 번 못 하냐, 실수 한 번 못 하냐는 식으로 감성을 팔아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지금으로서는 그것도 역효과입니다. 여론이 너무 안 좋습니다. 이 상황에서 누구보다 상처받은 건 연예인이 아닌 팬이라고, 팬들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대고 이번에도 무조건 감싸달라 했다간 더 큰일이 나고 맙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입에 발린 해명도 안 하냐고 욕을 쳐먹을지언정, 사태가 어느 정도 가라앉고 팬들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동정론이 나올 때까지 가만히 얻어맞으며 기다리는 게 나을 겁니다. 결국 시간이 약이라는 소리겠죠. 그래도 당장의 타격은 큽니다. 회사 차원에서도, 그룹 차원에서도, 또 변백현 자신에게도. 사실 지금으로서는 이게 과연 수습이 되긴 할까 싶을 정도입니다. 그러니까 들키지나 말지, 들키지나 말지! 슬퍼하는 순이들의 곡소리가 백분 이해되는 시점입니다.

​ 출처:) 콱콱님 블로그 http://blog.naver.com/kwak_kwak/220036824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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