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4일 아들을 102 보충대에 입소시키고 돌아왔습니다.
어리기만 한 녀석이 언제 커서 군대를 다 왔구나 하는 대견함과 나의 군대시절 어렵던 고생들이 함께 지나면서 눈물이 핑돌더군요. 저는 해군에서 5년동안 군생활을 했고 50대 후반입니다.
여러가지 행사를 보면서 군대도 많이 변했구나 하고 생각을 했습니다.
보충대에 입소해서 바로 신병훈련을 받는 것이 아니고 삼일정도는 군대 적응기간을 두고 친절하게 잘 안내하면서 인성검사도 하고 신체검사도 다시 한다고 합니다.
젊은 장정들의 기백과 힘이 느껴지는 하루 였습니다.
작년에 행사가 있어서 22사단을 방문했던 적이 있습니다. 제 매제가 그 부대에 근무를 하고 있어서 입니다..굉장히 어려운 부대입니다..여름에는 비가 굉장히 많이 오고 겨울에는 너무 춥고 눈이 어마어마하게 내립니다..부대 경계구간도 매우 험하고 태백산맥과 동해안을 함께 지켜야 하는데 면적에 비해 여기를 지키는 군인들이 매우 부족하다고 합니다. 군대 예산, 군대 인원 정원 감축 정책으로 가장 먼저 어려움을 받고 있는 곳 입니다.
군인들이 근무를 나갈때는 옛날에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총알과 수류탄을 지급하지 않았는데, 적과 대치하고 있는 철조망에서 총알을 지급하지 않고 빈총으로 다닌다면 북쪽의 괴뢰군들이 너무도 좋아하고 함부로 공격을 해대도 죽을수 밖에 없으니까 이제는 어쩔수 없이 지급을 한다고 합니다.
매우 어려운 부대이고 사단장의 무덤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이니까 이부대를 지휘하는 지휘관들은 그래서 육군에서 가장 정예의 훌륭한 인재들을 배치한다고 합니다. 매제가 하는 것을 보니 하루에 두시간도 잠을 못자고 거의 매눈을 하고 군화를 벗지도 못하고 살고 있습니다. 언제 적이 공격을 할지 병사들 내부에서 괴롭힘이나 왕따가 일어날지, 조그만 다툼이나 언쟁이라도 날까봐 완전히 초긴장 상태에서 잠시도 쉬지 못하고 작전을 하면서도 순찰을 돌고 면담을 하고 정신이 없습니다.
내가 옆에서 보니 너무도 안타까운 상태라 그만하고 제대를 하는 것이 어떻냐고 권하기도 했었습니다. 지휘관을 하는 동안 고성군을 벗어난 적이 없다고 하는데 살이 싹 빠져서 피골이 상접한 거지 꼴입니다.
행사에 참석을 한 후, 우연히 사단장실과 연대장실도 구경을 하였는데 너무도 검소한 모습에 실망을 했습니다. 사십년전 군생활 할때의 지휘관 사무실과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고생을 하는 것에 비해 급여도 별로 입니다. 또 군생활 하다가 제대를 하면 뭐 특별히 할 것도 없습니다.
사단장이나 연대장 하면 부하들에게 큰소리 땅땅치면서 기합주고 어깨에 힘주고 다닌다고 생각을 하시나요? 요즘 군대는 완전히 민주화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장군들은 지장이나 덕장 스타일 입니다..겁나는 사단장이나 연대장은 없습니다. 다들 친구같고 자상하며 진실된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물론 저도 자식을 군대에 보냈고 당연히 자식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지만, 언제라도 공격을 해대는 적과 대치하고 있고 총과 수류탄을 휴대하고 근무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고가 났다고 해서 지휘관들이 문책을 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적과의 싸움을 훌륭히 하고 있었고 부하들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었다면 일부 개인 병사가 우발적으로 벌인 사고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면 이 부대는 전투를 하기 위한 부대가 아니고 병사들이 사고를 낼까봐 모든 것을 사고방지만 해야 하는 우스운 부대가 되는 것 입니다.
사고가 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지만 일년에 병으로 죽는 사람,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이 수만명 입니다. 분단국가에서 완전무장을 한 두 세력이 대치하고 있는 휴전선에서 부하가 사고를 냈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생을 한 부대원들과 지휘관들을 격려하고 용기를 주고 더욱 신뢰를 주어야 합니다. 현 상황에서 사고는 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를 최소화하고 없애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할 수 밖에 없고 최선의 노력을 했다면 부대원들과 지휘관들을 문책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부대내에서 왕따가 문제라고 하는데 부대에서 적응을 못하고 역할에서 뒤쳐지는 병사는 있을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공부잘하는 학생들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 군대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병사들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들이 훌륭하게 제 역할을 하도록 동료와 지휘관들이 노력을 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도 아뭏든 정신적으로 심리적으로 육체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병들이 없어질 수는 없는 것이며 이들과도 함께 주어진 임무를 수행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의무 복무제로서 강제로 현역자원을 선발해서 적당하던 적당하지 않던 배치를 할 수 밖에 없고 지휘관들은 이들 인적자원을 최대한 교육시키고 훈련시켜서 임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기업처럼, 직업군인들 처럼 어느 정도 급여를 주고 사병들을 뽑는다면 부적응자는 내보내면 됩니다.
제 생각에 부대내에서 사병들이 임병장을 특별하게 왕따를 주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임병장이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어고 그로 인해 다른 사병들이 괴로움을 겪게 되므로서 좀 사이가 원만하지 못했을 수는 있습니다.
나는 이번 사고에 대해 사단에서 임병장의 상태와 성향을 잘 알고 있으므로 일시적으로 사고를 냈기는 하지만 이웃 주민들까지 총격을 가하지는 않을 것으로 파악을 하였고 어두운 밤중이나 지뢰가 매설된 산속에서 임병장을 잡기 위해 무리한 추적을 하면서 또다른 사상사고가 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중하고 사려깊은 작전을 수행한 것으로 보입니다.
임병장이 사고를 내고 도주하였다고 하여 바로 쫓아가 총격전을 벌여 사살을 하는 것은 큰 비극입니다. 임병장도 어찌보면 22사단의 어려운 환경(지리적, 근무과다)에서 너무도 힘이 들었고 스트레스가 누적된 상태에서 사병들끼리도 힘이 드니까 서로 정신적인 갈등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폭발이 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아뭏든 임병장을 살려서 치료를 하도록 애를 쓴 22사단에 감사를 드립니다.
그가 재판을 받아 중형을 받을수도 있겠지만 어린 청년의 복숨을 존중하여 살게 해준 것에 안도를 합니다.
임병장이나 병사들도 부대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철없는 청춘들이고 아무런 제약없이 살던 영혼들입니다. 군사훈련을 받고 적을 죽여야 하고 사격을 하고 수류탄 투척 훈련을 받기 전에는 군사적인 용어 조차도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청춘들이었습니다.
분단국가의 운명에 따라 철모르는 청년들이 갑자기 군대 입대를 해서 총과 수류탄을 들고 적과 대치한 상태에서 각가지 임무를 수행한다는 것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너무도 힘든 일 입니다.
포위된 임병장이 총격을 가하더라도 임병장에게 가야겠다고 하는 아버지의 절절한 절규가 눈물나게 합니다..저도 자식을 군에 보낸 입장에서 많이 울었습니다.
이번 사고로 사망한 군인들의 부모들이 자신의 자식들이 왕따로 인하여 죽임을 당했다는 누명을 쓰는 것에 대해 원통함을 느끼고 있는데 실제로 사망한 군인들이 따돌림을 하지는 않았을 것 입니다. 다행히도 부모님들께서 남북대치 상황하에서 뜻밖의 사고가 난 점을 이해하시고 사고가 다시는 나지 않도록 해달라는 당부와 함께 장례절차를 진행하기로 하셨다니 자식을 둔 부모로서 함께 울었습니다.
제가 볼때 22사단은 근무 지역을 좀 나누던가 많은 인원을 추가해야 지휘관들과 사병들의 피로와 스트레스가 줄어들게 됩니다.
저는 이번 임병장 사고로 인하여 그 부대원들이 명예를 지키고 서로 도우며 사병들끼리도 따돌림없이 훌륭한 군생활을 하다가 멋지게 제대하여 훌륭한 사회인으로 성장하기를 기원합니다.
또한 이번 일로 인하여 사단장, 연대장, 대대장, 중대장, 소대장 들이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육군내에서도 가장 성실하고 덕이 많은 훌륭한 장교들이며 부하들을 사랑하고(연대장이 지나는 병사들을 끌어 안으며 사랑한다 고 하는 장면도 보았음) 적으로 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한 임무를 험난한 고지와 바다를 지키며 묵묵히 일하는 우리의 방패 들 입니다.
엇그제가 6.25인데 이 군인들이 전방에서 이렇게 고생을 하지 않았다면 휴전선에서 불과 몇십키로 떨어진 수도 서울에서 우리가 어떻게 생업을 유지할 수 있겠습니까?
어려움을 겪고 있는 22사단 장병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이들이 더욱 용기를 갖고 주어진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도록 격려하고 힘을 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