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커뮤니티에 글 올리는 게 처음이라 어색합니다. ㅎㅎ
혼자만 알고 넘어가려다가, 들어줬으면 하는 분들이 있어서 올려보네요~
제가 사는 곳은 관광지입니다. 해수욕장이 있고, 여름엔 놀러오는 사람이 꽤 되어서 버스가 만원이 되곤 합니다. 아직은 한여름 휴가철이 아니라 제가 탄 버스도 한가한 편이었어요.
관광지가 대체로 그렇듯, 이곳에도 특히 인기가 좋은 곳이 있습니다. 태안에서 안면도로 들어가는 중간 즈음에 위치한 청포대해수욕장이 그곳인데, 대학생 (커플!)들이 주로 찾는 관광지입니다. 저는 못 가봤지만요... 갈 사람이 없어서... 허흑
눙물 좀 닦고요.
문제는 초행길인 사람이 버스를 타고 이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정표가 되는 하나로마트는 큰길 옆에 있는데, 버스에서 내리는 곳은 큰길 아래쪽이라 눈에 잘 띄지 않아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기사분께 여쭙거나, 다른 승객 분들께 도움을 구합니다. 시골 버스는 안내방송따위 나오지 않으니까요... 저도 어릴 적에 버스 탈 때마다 부저를 어느 타이밍에 눌러야 하나 고민이 참... 그 염통이 쫄깃해지는 기분이란... 눙물x2
오늘도 그런 식으로 몇 사람이 내리고, 버스는 청포대를 지나 달리고 있었습니다. 버스 안에는 어르신들과 저, 그리고 뒷자리의 두 커플이 타고 있었어요. 한참 달리던 중에 기사분께서 뒷자리를 향해 행선지를 물었습니다. 청포대하나로마트에서 내린다고 답하는 소리를 듣고 아차싶어 바라보는데, 기사분께서 아까 내리라고 하지 않았느냐, 다른 사람들은 내렸는데 왜 내리지 않고 있었느냐고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뒷자리에선 들리지 않았다고 해도 같은 말뿐이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어디가 훈훈하다는 건지 모르시겠죠? 저도 아저씨께서 조금만 부드럽게 이야기하시면 좋을 텐데, 말투가 무뚝뚝한 편이어서 두 커플분도 기분이 상한 것 같아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기사분! 여전히 퉁명스러운 말투였지만 다음 버스가 몇 분 뒤에 오는지, 내려서 어느 정류장에서 타야 하는지를 여러 번 반복해서 말해주셨습니다. 바로 근처가 관광지였는데, 기다리는 동안 저기서 구경하다 버스를 타도 된다고 덧붙여 주시고요. 그리고 다시 버스가 출발했습니다.
다음 정류장이 제가 내릴 곳이어서, 은근히 친절하신 분이구나 생각하며 앉아있는데 기사분께서 휴대전화를 꺼내들고 어딘가로 전화를 거셨습니다. 대화를 들어보니 '방금 청포대에 간다는 사람들이 백사장에서 내렸다. 정류장에 있을 건데 태우고 가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청포대행 버스를 운전하는 동료 기사분께 연락을 한 것이었어요.
방금까지는 화가 난 것으로 착각할 만큼 말씀을 하시더니, 승객들이 내린 뒤에 마음이 쓰였는지 이런 식으로 보이지 않는 도움을 주시는 모습이 귀엽..쿨럭..기도 하고 좋아서 웃으며 버스에서 내렸습니다.
십수 년을 이곳에 살면서 버스를 탔는데, 나이 드신 분들과 즐겁게 이야기하며 운전하는 기사분들이 있는가 하면 큰소리를 쳐서 눈살이 찌푸려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승객이 내릴 곳을 지나친 것 같다 싶으면 행선지를 묻는 분들이 있는 한편, 관심이 없는 분들도 있지요.
오늘 만난 기사분은 비록 처음에는 무신경한 말로 듣는 사람의 기분이 상했을 수 있지만, 승객이 내릴 곳을 지나치지 않았는지 관심을 갖고, 초행길에 버스를 놓치거나 잘못 탈까싶어 걱정하는 속깊은 분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뒷자리에 앉았던 두 커플분께. 아저씨께서 화를 낸 것이 아니라, 네 분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하신 말씀이었다고 여겨 주세요~ 부디 마음 상해하지 마시고, 즐겁게 놀다 가시면 좋겠습니다! : )
그리고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는 버스기사분들, 힘내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바일로 글 등록이 잘 안 돼서 여러 번 다시 쓴 탓에 글이 두서없진 않았는지 걱정이 되네요. ^^; 오늘도 내일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