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와 단 둘이 떠난 여행일기 두번째 이야기입니다.
여행의 시작은 이랬습니다.
"윤아~우리 여행갈까?"
늦으막한 아침에 일어나 반 농담삼아 말을 던졌습니다.
"응~가자~ 여행가자~ 여행좋아~"
말을 하고도 출발할 생각은 쉽사리 안했습니다.
4살짜리 데리고 감당이 되려나. 동네 다니는 것도 힘든데 여행까지나...
점심먹으며 고민해봅니다. 여행가자 말은 질러놨고
아뿔싸.. 카메라도 멀리 직장에 두고왔습니다.ㅠ
여행에 카메라가 빠지면 의미가 없잖아. 버스타고 가지러가야되는데.. 그것도 만만치 않은데..
우물쭈물 아기데리고 오가다보니 3시가 훌쩍지나고
또 아기데리고 직장까지 다녀오니 돌아오는 버스에서 꾸벅꾸벅졸더니 늦은 낮잠시작..
"윤아~지금 자면 안돼~ 지금자면 여행못가~~"
"여행 갈....................................(꾸벅)"
내심 좋아했습니다. 자고 일어나서 낮잠때문에 못갔다고 하면 되겠지..?
하루 반나절을 갈까말까 마음의 동요가 심했던 엄마는 이리도 양심이 없었습니다.
마지막 버스시간 5시 50분
지금시각 5시 30분..
자는 아기 얼굴만 계속 봅니다.
여기서 또 인생 모토가 떠오릅니다.
아기에게 거짓말은 하지말자. 약속은 꼭 지키자. 지키지 못할 말은 하지말자.
말의 무게를 가르치고 싶었는데 싶어서..
반은 떠밀려 결심을 합니다.
단지 그게 다였습니다.
'내가 한 말은 지키자.'
그래서 자는 아이를 들춰 안고 출발했습니다.
동네를 떠나 멀리 버스를 타고 가는 여행은 처음이라
저역시 두려움이 많았습니다.
가장 큰 두려움은 아이가 생떼 쓸까봐 무서운 두려움...;;
다른 사람에게 폐가 될까 두려움..;;;
그치만 생각보다 잘 따라 주는 아이때문에 놀랐습니다.
아이도 우리 어른처럼 멀리 다른곳으로 떠나서 느끼는 감정이 많은 듯 했습니다.
아무도 걷지않는 자동차만 달리는 도로를 엎힌채 가는데 너무 조용해서 말을 걸어봤습니다.
"윤아~자?"
"아~니!"
"윤아 무슨 생각해~?"
"아무것도 생각안하는데?! 그냥 나뭇잎 보고있는건데?"
예.... 아무 생각 안한답니다.
조용히 내려놓고 초록을 보는 것도 괜찮겠지요;;;;;;;;;;;;;;;;;;;;;;
걷고 또 걷고
바닷가 가는 길에도 걷고
돌아오는 길에도 초록 밭과 풀떼기 사이를 걸어서 동네 강아지도 보고
산책하듯이 골목 여행을 했습니다.
골목 사이 자란 풀사이에 열매도 찾았습니다.
열매를 좋아하는 우리아기
풀떼기 사이에 자란 열매가 너무 이쁜가봅니다.
먹어볼까 어쩔까 고민하다가 죽기야 하겠나 싶어 맛도 봤습니다.
아직까지도 무슨 열맨지 모르겠네요..;; 일단 아직까지 잘 살아있고 탈은 안났으니 먹어도 되는 열매인가 봅니다.
아시는분은 정보 좀.....;;;;;;;;;;;;;
고사리같은 손에 한가득 따더니 할머니 드린답니다.
그 순간에도 게스트 하우스 할머니가 생각났나봅니다.
우리 토끼도 보러갈껀데..
토끼도 주고 할머니도 드린답니다.
가는 길이 멀어 가는길에 하나씩 흘리고 먹고 하다보니 우리 아기 입으로 다 들어간건
저만의 비밀로 할게요.
해오름 예술촌까지 걸어갈때는 은근히 아기한테 미안하기도 하더군요
아무도 걷지않는 길에 인도 없이 길가를 걷기가 미안했지만
모른척 또 귀뚜라미도 찾아보고, 길다란 강아지풀 하나 들고 씩씩하게 걸었습니다.
땅에 떨어진 살구열매도 주워들어 살군지 매실인지 모르겠다 하니
할머니 한테 물어보고 먹겠답니다.
나중에 먹어보니 맛 없어서 참새 던져줬다는 후담도 있습니다
모름지기 여행은 고생을 하고 그 고생이 각인이 되어 마음을 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쉽게만 가지 않는 길이 좋았습니다.
여행 다녀온지 좀 지났는데도 여운이 계속됩니다.
월요일날 버스를 탔는데 여행가는 느낌이 듭니다.
일상도 여행으로 바꿔주네요.
우리 아이 마음에도 이번 여행이 오래도록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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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로
이번 여행에서 우리아이가 가장 즐거웠던 이유-
다녀와서 낚시놀이, 도미노놀이, 그림그리기, 자기전까지 책 한보따리 읽고 여행 마무리 했네요
여행일기 정말 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