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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영어로 이야기하면 거슬리나요?

안녕하세요. 전 영국에서 2년 살다가 최근 한국으로 막 돌아온 20대 중반 여자입니다. 
어제 커피를 먹으러 나갔다가 이해하지 못할 일이 있어 처음으로 판을 씁니다. 
20년 넘게 한국생활 해 온 토종 한국인이지만 2년동안 영어만 쓰다가 한국 온지 일주일도 안되서 혹시 이상한 어휘가 나올 수 있으니 이해바래요..(어제 완두콩이 한국말로 기억이 안나서 엄마한테 '엄마, 초록색 콩을 한국말로 뭐라고 그러지?' 물어서 되게 잔소리들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란닝겐) 
오랫만에 한국에 온지라 오자마자 친구들도 만나고 커피도 먹으러 다니고 그러고 있었어요. 그 중에는 한국에서 대학교 다니는 친구도 있고,저처럼 해외에 있다가 잠깐 한국에 들어왔다 만나던 친구도 있고,외국 국적을 가진 친구도 있고 그렇죠. 
본론으로 들어가, 어제 일입니다. 오랫만에 중국계 미국인 친구를 만났습니다. 이 친구는 몇년 전 한국에 놀러왔다가, 한국 문화가 좋은지 장기 여행 계획을 짜고 온 친구에요. (왜 한국이 좋냐니까 런닝맨이 재밌어서 좋대요..그게 다야?) 
암튼 만나서 기분 급 좋아진 우리는 아이스크림을 먹자고 페스트푸드점으로 갔어요.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어서요. 사실 영국에서는 소프트아이스크림이 너무 비싸요. 젤 싼것 1파운드 짜리를 사 먹어도 1700-1800원... 별거 아닌건데 비싸게 파니까 얼마나 먹고싶던지.. 한국에서 500원에 파는 걸 보고 천국이다 싶었죠!! 대박. 
아이스크림을 주문하고 받아 자리에 앉은 우리는 이런 저런 영국 생활 한국 여행 이야기를 하면서 수다를 떠는 중이었습니다. 물론 사용하던 언어는 영어였고요.. 그 친구가 기본적인 한국말은 곧 잘 하는데 수다 떨기에는 아직 많이 멀었거든요. (참고로 그 친구 국적은 미국인이지만 부모님 두분 다 아시안이라서 외모는 그냥 우리랑 똑같아요) 
이게 도움 될지는 모르겠는데 상황 설명 이해를 위해 제 영어 실력에 대해 말하자면 수능영어 배운게 전부고 단지 2년 생활 한터라 하고싶은 말은 막힘없이 하지만 유창하지는 않은 그런 수준이에요. 
그렇게 수다를 떨고있는데(원래 페스트푸드점이 음식 먹으면서 즐겁게 대화도 하고 그런곳 아닌가요?)갑자기 옆 테이블에 커플이 우리를 흘낏 보는게 느껴졌어요.전 그냥 '아 내가 너무 못생겨서 그러나보다.' 라고 생각했어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런데 그게 아니었나봐요. 갑자기 일어나더니 저와 친구에게'소리가 좀 거슬려서 그런데, 작게 좀 해주세요.' 라고 하시더라구요. 
전 어디서도 한번도 말소리가 커서 씨끄럽다고 들어본적이 한번도 없어요. 그때 대화도 전혀 소리지르거나 언성을 높이는게 아니라 그냥 편안한 수준의 목소리였는데...
음 .. 여기서 더 작게 말하라는 건 속삭이라는 건가, 라고 생각하는 중에그 커플이 대화하는 소리를 들었거든요. 
'잘했어 잘했어, 거슬려 죽는 줄 알았네, 한국인은 한국에서 한국말 해야지. 여기가 미국도 아니고 왜 영어 쓰고 XX이야, 잘난척은 집에서 하든가, 왜 밥먹는 데서 영어 쓰고 난리야, 밥맛 떨어지네.' 이런 대화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두분은 매우 크게 웃음소리를 냈습니다. 
결론적으로 그 분이 불만을 가진 점은 제 목소리 크기 때문이 아니라 영어를 쓴다는 것 때문이었어요. 더 충격인건 그분들의 큰 대화에 주변 테이블 모두 공감하는 눈치였어요.(소심해서 제대로 테이블 둘러보면서 분위기 파악은 못했지만..) 
황당한 마음을 누르고 친구에게 미안하다고 양해를 구하는데 그 친구가 오히려 이렇게 이야기 하더라구요.'괜찮아, 난 이런 경우를 많이 겪어봐서.' 
심지어 호프집, 치킨집에서도 그런 지적 들었대요.그런 곳은 도서관이 아니잖아요.놀고 마시고 떠들라고 있는 곳인데 거슬리니까 조용히 하라니.. 
그친구 외모가 한국인과 다를 게 없어서 한국인이 영어쓴다는 오해를 받고 이런 경우가 종종 있었나본데 전 이 점에서 더 이해를 못하겠어요.. 
왜 한국이 영어 쓰는게 거슬리는 행동인가요? 왜요? 
전 유럽권 여행을 많이 다니면서 현지인도 많이 만나고 그들과 함께 놀곤 했지만 현지인들과 영어로 소통하는데 한번도 거슬린다는 지적을 들어본적이 없어요. 예를 들어 영국에서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살아요.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 캐나다인 스페인언어권 남미권 사람들 인도인 브라질리언 등등) 영어를 쓰기도 하지만 자국어로 대화하는 소리를 접할 일도 많아요. 그래도 그런 것으로 눈치주는 일은 없어요. '여기는 영국이니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는 거슬려!'라고 말하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죠. 
한국이 한국어에 고집이 있는 전통문화 보수 국가인가, 그것도 아니잖아요. 한국의 대부분 광고와 노래 가사가 영어로 도배되어 있는데 왜 공중 장소에서 영어로 대화하는건 아닌거죠? 다들 토익 치고 영어공부 승진을 위해서도 공부 한다면서요. 다들 영어 공부하고 회화 학원 다니면서 배우고 싶어는 하는데 공중장소에서 영어 쓰는건 왜 거슬리는 행동이 되는 걸까요? 
거꾸로 생각해봤어요. 그럼 노란 머리 파란 눈 사람이 영어를 쓰는 것은 어떻게 받아 들일까? 
정말 드라마틱하게도 쳐진 어께로 페스트푸드점을 나와 길을 건너려고 신호등 신호를 대기중에 있었는데서너무리 외국인이 (초록 눈 파란눈 비동양인 외국인들) 저의 무리와 함께 서 있게 됬습니다. 당연히 그 친구들은 영어를 쓰며 자유롭게 대화 하는 중이었는데, 누구도 거슬려 하지 않는 것 같은 눈치였어요. 
친구에게 장난치려고 '쟤네들은 영어써도 되는데 우린 안돼, 한국인처럼 보이니까.'라고 했는데 씨익 웃더라구요. (웃지마슬프니깤ㅋㅋㅋㅋㅋㅋ)
그날 그렇게 아이스크림도 먹고 톰크루즈 나오는 영화도 봤는데왠지 그때의 일이 너무 강렬해서 하루 종일 씁쓸한 하루였습니다. 왠지 종일 영어로 대화할 수 밖에 없는데 눈치도 너무 보이고 한마디 할 때마다 또 사람들이 거슬려 할까봐 신경이 너무 쓰였어요. 내가 왜 친구랑 대화 하려는데 눈치를 봐야 하나 화도 좀 났구요.. TT 
이렇게 판에 글을 올리는 이유는한국인 처럼 보이는 사람이 공중 장소에서 영어를 쓰면 왜 거슬리는지 알고 싶어서에요. 어떻게 느껴지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아직 그 커플이 무례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아직 화도 남아 있는 것 같구요. 그래도 제가 모르는 이유가 있으니까 그 소리를 들었나 싶기도 해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동안 한국의 분위기를 놓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많은 사람들의 코멘트를 통해서 타당한 이유를 들으면 앞으로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친구에게도 그 이유를 전해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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