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생각해도 어이 없고 마음이 아파서 익명을 빌어 글을 올립니다.
처음이라 두서 없이 써서 읽기 좀 불편하시더라도 끝까지 봐주세요.
우선 상황 설명을 위해 저희 아버진 일흔이 넘으신 나이에 아파트 경비 일을 하십니다.
부모님과 오빠 가족이 함께 그 아파트에 거주 중이고
오빠에겐 2학년인 조카가 있습니다.
조카는 할아버지가 아파트 경비 일을 하신다는 걸 한번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일기장에 할아버지가 진짜 건강하셔서 자기 일을 가지고 열심히 사신다고
자랑의 글도 쓰고 친구들이랑 집에 돌아오는 길에 화장실 급한 친구 있으면 경비실에 울할아버지
계신다고 아무렇지 않게 데리고 다녀오고 가끔 집이 비었을 땐 할아버지 옆에서 숙제도 하고 하는
반듯한 아이입니다.
아파트에서 경비업체 용역 입찰을 받아 일을 진행하는데 아버지가 일하는 업체보다 더 적게 써낸 업체가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파트 입주자 대표가 현재 공석이라 좀 일이 꼬인 듯. 자세한 사항은 확실히 모르겠습니다.) 그러면서 일이 꼬여 부녀횐지 어디서 더 싼 업체로 바꾸자는 동의서에 도장을 받으러 다니는데 아버지가 아무래도 자신은 그 전 업체에서 일을 하고 있는지라 정중하게 사는 입주자 입장에선 싸게 하는 게 좋지만 일하고 있는 근로자의 입장도 있으니까 찬반투표 자체를 하기는 좀 어렵다. 무효표를 내겠다는 말씀을 전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도장을 받으러 오신 분은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수긍해주시면서 가셨구요.
문제는 다음날 그걸 추진하는 분들 중 한분이 제 조카의 친구 엄마입니다.
그 엄마라는 분(편의상 A라고 하겠습니다.) A가 아버지가 도장을 안찍을 걸 알고 조카를 시켜 다시
도장을 받아오라고 시킨 겁니다. 조카는 무슨 일인지 모르고 할아버지께 들고 갔고 아버진 조카에게 자세히 설명은 못하고 "할아버지가 이걸 찍어줄 순 없다 할아버지 입장을 어제 다 전달했으니 그냥 죄송하다고 하고 가져다 주라"고 하신 거죠. 조카는 알았다고 하고 다시 A에게 "할아버지께서 못 찍으신대요. 죄송합니다." 인사드리고 나오려는데 그 A가 제 조카 면전에 대고 "왜 쫓겨날까봐 못찍는대? 그자리가 어쩌고 저쩌고~" 한 겁니다. (그자리엔 조카의 친구도 있었고 다른 친구의 엄마도 계셨다네요--)
그 말을 듣고 제 조카는 충격을 받아서 집에 와서 할머니께 "어른이 말씀하셔서 참고 오긴 왔는데 화난다 할아버지는 뒤에서 사람들이 이렇게 얘기하는 거 모르실텐데 걱정이다" 그러면서 울었답니다. 그리고 조카 생각엔 할아버지 입장이 있어서인지 자기부모님한텐 얘길 안하고 지나갔고 제가 엄마한테 들어서 새언니한테 전달했는데 처음엔 새언니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가 조카에게 다시 물었답니다. 그런 일이 있었냐고 . 그랬더니 조카가 대성통곡을 하면서 어른들은 그렇게 얘기해도 되는 거냐면서 엄청 울었다는 얘길 오늘 들었습니다.
네 자기들 하는 일 반대하면 뒤에선 얼마든지 아니 어른들끼린 직접적으로 자기 의사 표현을 해도 되겠지만 자신이 직접 도장을 받으러 간 것도 아니고 애 시켜서 받아오라고 한 행동부터 잘못된 거 같은데 그 뒤에 애 앞에서 어떻게 그렇게 얘기할 수 있는지 언니가 조카 잘 달래긴 했지만 마음에 상처가 커지고 이젠 할아버지 하는 일이 부끄러운 일이 돼 버릴까봐 아이가 건강하게 일하시는 할아버지를 자랑스러워하는 생각 자체가 잘못이라는 인식이 생길까봐 걱정하는데 마음이 너무 아프더라구요. 처음엔 따지러 갈까 했지만 괜한 조카만 엉뚱한 애로 몰아버리고 자긴 빠져나가버리면 조카가 더 상처 받을까봐 같이 막 나가지는 못하겠다고..언니가 그러네요.
어떻게 시원하게 아니 소심하게라도 A에게 그말을 돌려줄 수는 없을까요?
많은 분들의 조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