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30대 후반 결혼 6년차 워킹맘입니다. ^^;;;
남편과는 연애 7년하고 결혼했구요. 결혼한지도 벌써 6년이 지났네요.
간만에 시간이 남아도는 날이어서 판에 놀러왔습니다.
어젯밤에 자다가 잠결에 살짝 반쯤 깼었는데요. 배 훌렁 까고(^^;;) 자고 있는 제 윗도리를 남편이 내려주고 어깨 토닥토닥 해주고 자더라구요. 저도 잠결에 그걸 느꼈는데요. 정말 별거 아니지만 참~ 따뜻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는 밤마다 우리 애기 옷을 그렇게 내려주면서 자거든요.
저희 남편은 정말 특별한 사람입니다.
누구에게나 남편은 그 부인에게 특별하겠지만, 저희 남편은 요즘 세상에 흔치 않은 사람임에는 틀림 없어요.
우선 저희는 13년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하루도 안빼고 만난 사이입니다.
정말 한결같이 잘해주고, 중간역할 잘하고, 애정표현 서툴지만 충실하게 노력하고, 세심하게 배려하고, 주변까지 살필 줄 아는 사람인데요. 그걸 13년째 변함없이 하고 있거든요.
7년간 연애하다 결혼할 때도 보통 남자들은 절차를 솔직히 귀찮아한다고 들었는데, 저희 남편은 제가 바쁘다고 혼자 뛰어다니며 다 준비를 했습니다. 시간이 없다고 청첩장 샘플도 직접 공장에서 받아오고, 식장이며 뒷풀이 장소며, 심지어 스드메까지 검색해서 정리하고 저랑 상의를 해줬어요. 안귀찮냐고~ 남들은 요맘때 많이 싸운다던데 넌 왜이렇게 신나보이냐고 물으니 남편이 한마디 하더라구요. 7년간 비정규직이었는데 이제 쉽게 짜를 수 없는 정규직이 되는거지 않냐며 이게 왜 귀찮냐고 하더군요. >.<
그렇게 항상 주변 사람들한테도 눈을 높여라~ 의외로 나처럼 내 수준보다 잘난 여자를 만날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말하고 다녔어요. 근데 사실 남편이 저보다 훨씬 잘생기고 똑똑하고 능력도 있는 사람이거든요.
자~ 이제 고만 자랑할게요. ^^;;;
제가 왜이렇게 침이 마르게 남편 자랑을 하고 있냐면요.
처음에는 남편이 정말 저한테 절절 매주고 다 해주고 그런거에 고마움을 느끼고 그만 못하면 서운한 마음이 들 정도로 욕심이 과했었어요. 오죽하면 농담으로 공정거래 위원회에 신고해야된다 그럴 정도로 불공평한 연애였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남편도 당연히 조금씩 표현이 줄어들기도 하고, 바쁘면 덜 챙겨주기도 하고, 억울하면 억울하다 얘기도 하고 그렇게 되겠죠? ^^;; 근데 보통 여기서 조금씩 연인들이 삐딱선을 타기 시작하는거 같더라구요. 아직도 결혼 안한 친구들이나 동생들 보면 남자들이 처음같지 않고 소홀해지고 사랑받는 느낌이 안들고 등등의 이유로 서운함이 쌓여서 남자들한테 틱틱대다보면 남자는 또 그만큼 멀어지고의 반복이더라구요. 반대의 경우도 있구요.
생각해보면 저도 어렸을 때는 그런 적이 많았던거 같아요. 제가 먼저 서운함을 느끼기도 하고, 상대방한테 서운하게 하고도 내가 못느끼기도 하고...
결국 연애 감정의 사이클이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나면 그냥 쉽게 헤어졌던거 같아요.
그런데 누구나 그렇듯 제짝을 만나니 이 만나는 타이밍도 중요하고 사이클도 중요하더라구요. 아무리 사랑했던 사람도 코흘리개 시절이면 결혼이 안되고, 불같지 않은 사랑이라도 때가 되면 이정도면 됐다 싶어서 결혼하기도 하니 결혼만큼은 진짜 타이밍이 중요한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인들 얘기 들어보면 다~ 정말 신기할 정도로 딱 그 타이밍에 그 사람을 만났다!! 하더라구요. 그래서 인연은 따로 있는거다라고들 하시나봐요. 불타는 사랑도 적당히 식어서 미지근하게 오래 가는 사랑도, 싸운 뒤 기분이 풀리고 화해하는 순간도 타이밍과 사이클이 어느정도 맞아야 하더라구요.
누구나 변하잖아요. 처음처럼 두근거리고 불타는 사랑을 죽을때까지 할 수는 없으니까요. 근데 그게 같이 변해가면 꽤 괜찮은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아주 똑같지 않다면 조금씩은 맞춰주고 그러다보면 또 어느샌가 비슷해져가더라구요. 사실 남편이 13년째 변함없진 않을거예요. 그런데 제가 그렇게 느끼는 것 또한 비슷하게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어요.
얘기가 길었는데요.
어제 잠결의 기분이 참~ 따뜻하게 느껴져서 글 남겨봤습니다.
남편의 잠결 행동이 백송이 장미와 비싼 선물을 준비한 이벤트 보다도 훨씬 행복하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이젠 더이상 남편이 화장실 앞에서 제 가방을 들어주지 않지만
남편이 못질할 때 공구함 들고 옆에 서있는 지금이 훨씬 더 행복하고
이젠 더이상 남편이 횟집에서 메추리알을 까서 입에 넣어주지 않지만
남편이 낚시가서 지렁이만 바늘에 꿰어줘도 감사하고
이젠 더이상 옆에서 자고 있어도 불같은 성욕이 들끓진 않지만 ^^;;;;
옷 내려주고 토닥토닥해주는 남편이 그때보다 더 섹시하게 느껴집니다.
이것저것 풀리는 일도 없는데 이건 왠 개드립이야!!!! 싶어서 짜증나는 분들도 계실텐데요. ^^;;
그냥 비슷하게 변해갈 수 있는 사람과 결혼 결심을 했으면 하는 마음에 적어봤습니다.
당장 좋아죽겠어도 이런게 잘 맞지 않으면 꼭 크게 부딪히더라구요.
최소한 상대방 스타일에 내가 맞출 수는 있겠나~~ 고민해보면 답이 좀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쪼록 많이들 사랑받으시고, 올 하반기는 연애든 일이든 다 좀 잘 풀리셨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