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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과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결혼하신 선배님들께 의견을 듣고 싶어 조금은 무거운 마음으로 글을 써내려갑니다.

 

전 3년의 연애 끝에

결혼한 지 5개월 된 20대 후후반 여자 입니다.

 

현재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고

남편은 회사원입니다.

 

저는 번역과 관련된 일을 주요로 하고 있어 재택 근무가 많고

남편은 해외 업무와 관련된 파트에 소속되어 있어서

프로젝트가 생기면

2달에 2~3번 정도, 기간은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보름 가까이도

해외에 체류해야 할 만큼 출장이 잦은 편입니다.

 

연애때부터 남편의 잦은 출장은 충분히 인지한지라

출장 자체는 저에게 큰 불편을 끼치진 않아요.

 

문제는, 남편의 출장 중에 어머님이 오셨을 때...인데요.

 

결혼하고 1달 정도는 저희집에 어머님의 출입이 거의 없다시피 하셨어요.

이사하고 짐 정리가 어느 정도 된 후에 한 번. 그게 전부였던 것 같아요.

 

결혼하고 1달 쯤... 지나고

회사에서 남편이 속한 팀이 새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는데

현지에서 일이 복잡해지는 바람에 자주, 길게 해외에 있게 되었어요.

 

이때부터 어머님의 출입이 잦아지셨어요.

 

처음에는 '너도, 나도 있는 남편 얼굴도 못보는 생과부 신세구나.ㅎㅎ' 라고 하시며

부담없이 놀러(?)오셨어요. 1주일에 두어번 정도?

(덧붙이자면, 아버님은 꽤 큰 중견 기업에 임원이세요.

집에 계시기도 하지만, 밖에 계신 시간이 더 많으세요.

어머님은 평생 주부로만 사신 분이시구요.

 

마침 그 당시에 큰 일이 없었고,

속된 말로 단타용(몇 시간 정도면 끝날 일)이 대부분이어서

어머님이 오신다 해도 제 일에 차질이 생기거나 하지 않았어요.

 

그렇게 지내다가 7월 초경부터 일이 많아지기 시작했어요.

아는 언니가 외국분이랑 결혼을 하면서 해외로 가게 되었는데,

언니가 하던 통역 일을 제게 소개시켜 주셨거든요.

감사하게도 그 곳에서 예쁘게 봐주셔서

언니 하던 자리에 제가 들어가게 됐고,

그 즈음이 선거가 끝나고 안타까웠던 세월호 사건이 정리될 무렵이어서

선거, 세월호 등으로 인해 하지 못했던 행사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어요.

 

겉으로 보면 통역은 하루나 이틀에 끝나긴 했지만,

번역을 주되게 하고 있는 저로서는 통역을 하려니

그 하루를 위해서 준비해야하는 시간도 만만치 않았고

제가 원래 하고 있었던 번역일도 큰 건이 들어왔던 터라

바로 지난 주까지만해도 이래저래 눈코뜰 새 없이 바빴던 시간들이었어요.

 

자연스레 집안일은 전보다 소홀해졌고

제가 쓰는 작업방은 온갖 종이들로 엉망이었어요.

밥을 해먹는 시간보다 시켜먹는게 여러모로 경제적인 것 같다는 생각에 시켜먹기도 했었구요.

 

처음에는 그냥 별 말씀 없이 넘어가셨거든요.

오늘 오후에 저희 집에 오셨다가 어머님이 참고 참고 참으신 듯이 몇 마디 하시는데...

울컥하더라구요.

 

기억나는 대로 가감없이 적어보자면

 

'넌 집에만 있는 애가 집안일도 하고 하면서 일을 해야지.

먼 길 갔다오는 남편이 집에 들어왔는데, 집이 엉망이면 기분이 어떻겠니.'

 

전 당황스럽고 놀라고 억울해서

'어머님, 저도 일해요.

일 하다보면 집안이 엉망이 될 수도 있지만, 일이 정리되면 저도 깨끗히 치워요.

그리고 제가 일하는 스타일을 그 이도 이해해줘요.'

이런식으로 말한것 같네요.

 

그랬더니 어머님이

'환경이 어지러운데 일이 되느냐. 일을 하더라도 치우면서 해야지.'

'집안일이 뭐 어렵다고 널려놓고 있냐. 니 일 하다가도 잠깐씩 하면 끝나는 건데.'

'니 일이 당장 오늘까지 다 해야하는 것도 아니고 기간안에 끝내면 되는거라던데

집안일도 좀 하고 나서 열심히 하면 되는거 아니니.'

'집에 있으면서 밥을 왜 시켜먹니.'

 

 

어머님이 제가 싫어서 하시는 말씀은 아니라는거 알아요.

'좀 더 집안일에 신경쓰거라.'라는 의미인 건 백번, 천번도 알겠고 이해하는데

알고 이해하면서도... 억울하고 짜증나고 우울해 지네요.

 

제가 집에 있는 시간이 많긴 하지만 집에서 노는 사람도 아니고

어머님처럼 전업주부도 아니고

 

또 다르게 생각해보면

어머님 입장에서 어머님이 하시는 말이 틀린말이 없는 것 같기도 해요.

 

 

어머님 말씀 듣고 어머님 가신 후에 도저히 일이 손에 안잡히기에

집 쓸고 닦고 빨래 돌려서 널어놓으니 깨끗하긴 하더라구요.

다 해놓고 '깨끗하긴 하네.'라고 생각하는 제 자신이 너무 어이없고

한 없이 짜증나고 괜히 억울하고 우울해서

그냥 소파에 멍하게 앉아있는데

남편으로부터 스카이프 화상 전화가 와서 얼굴 보며 한참을 울었네요.

 

남편은 어머님 오시지 말라고 바쁘다고 말하라 하는데

통역할 때 빼고 제가 거의 집에 있는거 어머님이 아시는데

집에 사람이 없다고 할 수도 없고

 

요즘엔 예전처럼 그렇게 자주 오시는 것도 아니고

일주일에 한 번, 길면 열흘에 한 번. 정도 오시는데

일 하느라 바쁘니 오시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어머님 오실 때마다 맞춰서 집을 치우자니

남편이 집에 있으면 제가 바쁠 땐, 남편이 집안일을 거의 해주는데

저만 있을 땐, 제가 하는 일 자체가 너무 랜덤이라 시간에 쫓기면 그 마저도 얼마 못 갈 것 같아요.

 

어머님과 껄끄럽지 않게.

현명하게.

방법이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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