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이혼을 했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원래 자영업을 했습니다.
사장님은 아버지, 사모님은 어머니였지요.
물론 아버지가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어머니 없어도 금새 망할 일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자존심만 높고 욱하는 성질이 있어서 대인관계가 서투르거든요.
아버지가 사고치면 어머니가 가서 사과하고 비는 일이 많았습니다.
어렸을 때는 남부럽지 않게 화목했지만
집안의 수입이 늘어나면서부터,
아버지는 본인이 번 돈이니 본인이 관리하시겠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사고 싶은 것 사고, 하고 싶은 것 하고, (심지어 다단계도 하려고 하고)
마음대로 하고 싶다 이거지요.
없는 살림에 월세방 전전하며 못살던 우리 가족
일궈 놓은 게 다 어머니가 일하고, 집안일하고, 돈관리해서 그런 건데
배가 부르니 그런 생각은 안 들고
마치 자기 돈을 어머니가 뺏어간양 생각하시더군요.
자기 주체가 안되는지,
일터에서도 집안에서도 폭력적으로 변해갔고 말도 함부로 했습니다.
줄이겠다던 담배가 다시 늘었고,
술은 중독자 수준으로 마셔댔습니다.
그리고 계속 이어져 온 소소한 불화들이 겹쳐졌고,
나중에는 싸울 때마다 가구를 부수거나 어머니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에
끝내는 이혼하게 되었습니다.
이 일은 제가 중학교 2학년 때의 일입니다.
사실 이혼을 한 것에 대해서는 별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이미 늦게 들어와 늦게까지 자는 아버지의 얼굴을 자주 보지 못한 지도 오래 됐고
아버지와 친가 사람들에 대한 실망들도 컸고요.
근데 문제는 외가 친척들입니다.
앞으로 계속 봐야 되는 분들인데
마치 어머니나 아버지 중 하나는 바람을 피웠을 거라고 생각하는 모습,
너무나 정 떨어집니다.
이 세상에 이혼 사유는 외도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안 들으려고 해도 가끔 친척들 모였을 때 듣게 되는 이야기들이 너무 속상합니다.
물론 가정을 망친 아버지를 옹호하고 싶진 않지만,
부모님 중 그 누구도 바람을 피우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어머니는 저와 매일매일 함께 했기에 바람을 피울 수 없었고
설령 아버지가 바람을 피웠다고 가정을 해도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지만;;)
어머니와 저는 그것을 알지 못했는데 그게 어떻게 이혼사유가 되나요?
근데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이혼을 했다니까
'그럴 리가 없다. 분명히 누가 바람을 피운 거야.'
이런 식으로 몰아갑니다.
아니라고 말씀을 드려도 믿지를 않아요ㅋㅋ 어처구니가 없어서;;
아니, 가정폭력이면 중대한 이혼 사유 아닙니까?
어느 정도의 가정폭력은 참고 사는 게 당연하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모습,
가정폭력으로 이혼하는 게 이상하다는 분위기로
어머니와 아버지를 바람을 피운 사람으로 몰아가는 모습에
친척들에 대한 실망감이 목끝까지 차오르더군요.
개인적으로 보면 나쁘지 않은 분들이고
나이 든 분들이라 사고방식이 굳었다는 걸 알면서도
혐오감과 한심함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나이 든 어른들은 원래 다 이런 건지......
가정폭력은 참고 사는 게 당연했던 건지......
이혼 후에 친가와는 연을 뚝 끊었는데
어머니가 외로우실 테니 외가와도 연을 끊을 수도 없고...
(자영업이라 직장도 안 다니는데.)
어른들의 세계의 더러움을 맛본 기분이네요.
너무 씁쓸해서 넋두리해봤습니다.
죄송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