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빛이자, 모두의 별이었던 그 사람 2
S
|2014.09.16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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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오늘 힘들다며 '소환!!'을 외치기에 함께 밥을 먹고 노래방에 끌려갔다왔다.
글을 쓰려다 보니 그때나 지금이나 여기저기 끌려다니는 게 특기인가보다.
한참 기억을 더듬어 옛날 노래들을 열창하던 와중에 그가 있었던 그룹의 뮤직비디오가 나왔다.
나도 몰래 웃음이 터졌다.
그때는 참 멋있었는데, 지금 보니 심하게 촌스럽고 심하게 오글거린다.
저 멋있는 척 하는 표정, 손짓.... ㅋㅋㅋ 아우 부끄러워.
뭐 어쨌든, 그때는 나도 그 사람들도 참 어리고, 풋풋했었는데.
흠, 벌써 늙은이 같은 소리를 하는 내가 불쌍하다.
-글에 나오는 모든 성과 이름은 실명과 관계가 없습니다.
*
"어... 안녕하세요...... 누구....?"
큰 키에 어울리지 않는 노란 머리와 어린아이 같은 얼굴을 하고 있던 그가 물었다.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답을 하지 못하던 나를 보며 그가 대화형 혼잣말(?)을 하기 시작했다.
"오디션 보러 오셨어요? 오늘 오디션 없는데..!"
"연습생? 못 보던 얼굴인데..."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그가 대답을 강요하는듯한 혼잣말(?)을 하던 와중에 앞서 있던 남자가 갑작스레 몸을 돌렸고, 중얼대던 그의 팔을 붙잡고 계단을 올라 가기 시작했다.
"올라 가자!"
"엥? 나 말하고 있잖아!"
"됐고, 빨리 올라 가자. 연습이나 마저 하게."
"뭐야~ 어, 혹시 팬이에요, 우리 팬?"
그가 물었고, 그 순간 그를 끌고 올라가려던 남자가 계단 위에서 몸을 홱 돌리며 말을 던졌다.
"날도 추운데, 이런 데까지 쫓아 오지 말고 빨리 집에 들어가요. 학생 같은데, 부모님 걱정하시겠네."
날도 추운데 빨리 집에 들어가라는 걱정과는 다르게 그의 말투와 표정은 차가웠다.
뭘 쫓아왔다는 건지, 처음 보는 사이에 갑작스런 그의 태도 변화에도 어리둥절했던 나는 그가 타박타박 계단을 올라가는 광경을 멍하니 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궁시렁대는 이 키 큰 남자를 두고 그는 혼자 쿵쾅거리며 계단을 올라가 버렸다.
그리고 뒤이어 위에서 들려오는 소리.
"김OO, 빨리 안 올라오면 문 잠궈버린다!"
그 소리에 이 노란 머리 남자가 위를 향해 또 소리를 지른다.
"아, 형! 치~사~해~! 간다! 지금 간다고!!"
그리고 여전히 한 마디 못하고 멀뚱히 서있는 내 앞에 그가 다가왔다.
그렇지 않아도 큰 키에 나보다 위쪽 계단에 서있는 그를 올려다보려니 목이 아플 지경이었다.
"오늘 날씨 되게 춥죠? 여기 있어봤자 우리 새벽까지 안 나올거니까 빨리 집에 가요~ 좀 있다 무!서!운! 실장님 오실건데 그럼 그쪽 쫓겨나요! 그리고 우리 좋아해주는건 너무너무 고맙지만, 이렇게 사무실, 연습실 앞까지 쫓아오면 우리도 힘들어요. 우리 서로 좋은 모습만 보고 서로 생각해줘요. 알겠죠? 다음에 봐요! ^-^"
예의 그 소년같은 미소를 지으며, 그는 순식간에 내게 말을 쏟아냈다.
그리고 덥썩 내 손을 잡아 무언가를 꼭 쥐어주고, 앞서 가버렸던 남자를 따라 허둥거리며 계단을 올라가 버렸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당황스러웠지만, 순간 그가 보여준 미소와 잡아 준 손이 설렜다.
손을 폈다. 그가 내 손에 꼭 쥐어주고 간 것은, 작은 요구르트 하나.
뭐야 이게.
하면서 어쩐지 비실비실 새나오는 웃음을 어쩔 수가 없었다.
20분쯤 후에, 나는 그 차갑게 돌아서던 남자와, 요구르트를 꼬옥 쥐어주고 떠난 남자와 마주앉아 있었다.
친구의 삼촌이셨던 '김 실장님'이 떡볶이를 사서 복귀(?)하시다 건물 주위를 배회하던 친구를 만나 올라오시면서 계단에서 배회(?)하던 나를 만나 함께 사무실로 올라오게 된 것이다.
"아, 그러니까.. 실장님 조카분 친구...?"
낯선 남자들에 둘러싸여 떡볶이를 먹으면서,
민망한 듯 고개를 숙이는 앞서 만났던 남자가 이 아이돌 그룹에서 가장 노래를 잘하는 '한OO'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가 갑자기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며 쌀쌀한 태도를 보였던 것도, 뒤이어 요구르트남(?)이 역시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했던 것도, 나를 아이돌의 사무실이고 녹음실, 연습실, 숙소까지 쫓아다닌다는 '사생팬'으로 오해했기 때문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친구 삼촌이셨던 김 실장님은 얘네 곧 신곡 발매라 정말 바쁜 시기이고, 원래 이러면 안되는 건데 이 녀석이 목숨 걸고 귀찮게 졸라대서 결국 데려오고 말았다며 오늘의 만남은 '비밀'임을 당부하셨고,
학교에서는 복도를 휘젓고 다니던 여장부였던 친구가 온몸을 배배 꼬며 오빠들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생경한 광경도 처음 보게 되었다.
그리고,
어쩐지 마주보고 있기 부끄러워진,
그 예쁜 웃음을 가진 요구르트남이 그룹의 막내 '김OO'라는 것도,
그날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