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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첫사랑은.. #3

awesome |2014.09.16 22:59
조회 96 |추천 3

그냥 이어서 감.

 

&

그날 그렇게 밤 늦도록 틈날때마다 삐삐 음성을 주고 받으며 또 친구랑은 그때 한참 빠져있었던

문명을 플레이하면서 보냈고.. 꽤나 피곤한 상태였는데도 신기할만큼 잠이 오지 않아서

새벽 세시쯤 되어서야 겨우 잠들었었지..

 

그거 알지? 겨울 햇빛이 더 밝게 느껴지는거. 나만 그런가? ㅋㅋ

암튼 한참을 곯아떨어져있다가 쏟아져 들어오는 빛에 괴로워하며 뒹굴던 중..

어제의 약속이 생각나서 그대로 이불차기를 시전하며 벌떡 일어나보니 9시 반.

ㅇ ㅏ.. 망했어요..

11시 까지랬는데 11시까지.. 시내.. 아.. 집에가서 옷 갈아입고 다시 시내로..

패닉. 멘붕. 카오스. 땀삐질. 조급함이 어우러진 엄청난 아침이었다..

feat. 그 와중에 늦잠자는 친구놈.

.

친구집에서 우리집까지 택시로 20분정도 거리였고. 다시 집에서 시내까지 15분 거리였으므로.

정말 촉박했던 그 시간..

얼른 친구놈 귀에 물 부어서 깨우고. (정상적인 방법으론 깨울 수 없는 종족)

그 과정에서 발로 명치를 공격당한 결과, 답답해진 가슴을 부여잡고 난 집으로 향했지.

(그때의 기억으로 명존쎄때라는 단어를 들으면 아직도 움츠러들게 된다..)

.

진짜 난 내 행동이 그렇게 빠를 수 있을거라곤 생각 못했는데..

택시 타고 집 근처로 가자마자 전력으로 질주해서 집에 들어가서는 대충 샤워하고 나와서

드라이어로 머리 세우고(ㅎ ㅏ.. 촌빨 촌빨..) 무스 바르고.. 스프레이 뿌리고..

옷 고르는데 시간이 제일 오래걸렸던거 같다..

와.. 진짜 평소에 내가 옷을 좀 골라서 사둘껄..

맨날 엄마랑 누나가 골라서 사준 옷들만 입다보니 그날따라 입을만한 옷이 없는거야..-_ㅜ

시간에 쫓겨 그나마 어떻게 맞춰입고. 친구한테 지금 간다고 전화하고 캔디한테도 짐짓 여유로운척 삐삐 음성 남겨놓고 그렇게 출발을 했지. 물론 택시 타러 전력질주.

.

다행히. 늦진 않았어. 도착해보니 10시 55분 정도?

친구놈은 먼저 도착해서  땅 쳐다보며 발을 툭툭 차고 있었고.

막상. 오락실 앞에 서서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ㅇ ㅏ.. 왜 여기를 말한거지 나란 ㅂㅅ은 대체.. 생각이란걸 하고 살아온걸까.. 싶은거야..

뭔.. 첫 만남을.. 오락실에서 해 -_- 아무리 중딩때여도 그렇지 그건 좀 아니잖아?

하긴 뭐.. 워낙 교제 같은거랑 동떨어진 상태여서... 뭐 카페를 가본적도 없었고.. 그랬긴 했지..

친구들이랑 뭘 먹으러 가봐야 롯데리아 아니면 분식집이었을 때니까..

.

암튼 친구놈이랑 둘이 오락실 앞에서 잠깐동안 멍하게 있다가 시계를 보니 11시가 막 지난거야.

응? 아. 얘네 혹시 오락실 안에 있는건가? 싶어서 친구놈이랑 들어가보자 하고 들어갔지..

어둡고 소란한 오락실 특유의 그 분위기. 다들 알겠지?

그렇게 나의 캔디와 그놈의 쿠키를 찾아서 한바퀴를 돌았는데. 돌고나서 생각해보니..

우린 걔네가 어떻게 생겼는지. 옷은 뭘 입었는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거야 ㅋㅋㅋㅋㅋ

요즘에야 뭐 채팅을 한다든가 카톡을 한다던가 하면 프사를 보던지. 길호넷을 통해서 보던지.

뭐 확인을 하고 만나겠지만 그땐 통신 수단이 삐삐 아니면 집전환데 어쩔 ㅋㅋ

.

거기까지 생각을 하고선 둘이서 그냥 멍해졌던거 같아 ㅋㅋ

그러다 친구놈은 자연스레 앉아서 오락을 시작하더라? ㅋㅋ

삼국지. 그놈이 그걸 참 잘했거든.그 막 중간에 미니게임으로 만두 먹고 고기 뜯는 그거.

그놈은 그거 하고. 난 뒤에 서서 만두 처묵처묵하는거 구경하면서 오오.. 이러고 있었거든?

.

근데 그 순간. 정말 거짓말같은 일이 일어난거야. 진짜. 이건 진짜 팩트야.

내 오른쪽. 그러니까 오락실 입구 쪽에서 뭔가 밝은 기운이 느껴졌어. 정말로. 아 진짜야. 믿어줘.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지. 그리고 흘러나오는 탄성. ㅇ ㅏ...

빛이였어. 진짜 빛이 보였어 후광. 응? 그 왜. 절에 벽화보면. 부처님 뒤에 빛 묘사해뒀잖아 둥글게.

딱 그느낌. 아닌가 좀 다른 느낌이었나.. 암튼 빛. 분명한 빛을 난 봐버린거지.

와.. 나인걸 알아본건지 생긋 웃으면서 다가오는데. 와 나.. 진짜 두근거림의 절정을 맛봤지.

.

손에 닿을 정도로 가까워졌을때 난 거의 무의식중에 ' 너야..? ' 라고 말을 걸었고

걔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걸로 대답을 대신했지. 그 모습은 또 얼마나 예쁘던지.. 크..

그 옆의 친구도 꽤 예뻐 보였는데 진짜 캔디에 비하면 오징어가 되고도 남을 정도의 격차가.. 크..

.

나한테 그런 엄청난 사건이 일어나는 중에도 내 친구는 만두 처먹고 적장들 때려부수느라 정신없다가 쿠키가 뒤로 다가가서 눈을 가리는 바람에 비로소 게임이 중단되었는데.

그때 친구 반응이 가관이었지.. 진짜 눈치가 어쩜 그리.. 에휴.. 눈 가리니까 '아! 뭐야 ㅅㅂ'

나의 바보스러움을 감춰주려 한 희생이었겠지.. 정말 눈물나게 고.. 아니 그냥 웃겼다 ㅋㅋㅋ

.

친구놈의 희생덕분인지 우린 걱정과 달리 어색함은 없었고 정말 자연스러운 첫만남이 될 수 있었던거 같아 ㅋㅋ 캔디는 오락실에 들어와본건 처음이라며 신기해했고 한번 해보고 싶었다며 보글보글을(요즘 애들은 버블버블.. 아 이래도 모르려나..?;) 나란히 앉아서 참 재밌게도 했었는데 ㅋㅋ

나중엔 그 BGM이 너무 인상적이었다면서 틈만 나면 휘파람으로 불러달라고 했었다는 ㅋㅋ

.

그렇게 30여분 정도를 오락실에서 각자 커플끼리 놀다가. 난 아침도 안먹고 나왔으니. 배가 얼마나 고팠겠어. 그럴 정신이 없을만도 했겠지만.. 난 워낙에 먹는거에 민감해서.. 배가 참 고프더라고..

그래서 일단 너무 시끄러우니까 오락실 밖으로 나왔는데 대뜸 이제 어디로 갈까? 하고 물어보는거야. 어디가긴 뭘 어디가 아무 계획도 없는데 ㅋㅋ 그래서 또 패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당최 여자애를 만나면 뭘 해야될지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조차도 전혀 못했던거지 그때의 난 ㅋㅋ

또 다시 우물쭈물하고 있는 바보같은 나..

그런 날 보고 캔디는 우리 뭐 먹으러 갈까? 라며 자기가 좋아하는 돈가스집이 있는데 그리 가자고,

어차피 좀 있으면 점심때니까 먹으면서 이야기 하자며 먼저 이끌어 주는거야ㅋ 최고-_-b!

.

와.. 양 많더라.. 어지간한 돈가스의 두배정도의 양이었는데 심지어 맛있어.

내 입맛이 좀 싸구려거든? 와.. 진짜 내입맛의 고향을 찾은 느낌이었어.. 조미료 범벅! 크으..

어찌나 맛있던지 난 친구놈이 남긴것까지 싹쓸이 하는 폭풍흡입을 보여줘버렸지..

먹는거 보면서 엄청 신기해하더라고ㅋㅋ 진짜 잘먹는다며ㅋㅋ 어디로 다 들어가냐고 ㅋㅋ

지금 생각해보니 동물원 원숭이 같았겠다 하..하하..  ㄱ-...

그렇게 전투적으로 돈가스를 흡입하고. 아이스크림을 한컵씩 퍼와서 깨작거리며 노닥거렸는데

그때 무슨 이야길 했는지는 기억이 잘 안나. 뭐 그냥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의 향연이었겠지 ㅋㅋ

 

그러고는 나와서 둘둘 찢어져서 각자 놀기로 했는데.

솔직히 뭔. 데이트를 해봤어야지. 그리고 그때의 중딩이면 솔직히 할 수 있는거라고 해봐야

산책밖에 없었던 때라서 무작정 걸었어 한시간 정도를 ㅋㅋ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간이 세시정도 되었었나.. 공원 벤치에 앉아서 우리 앙팅할때 서로 했었던 말들..

서로에게 했던 질문과 그에 대한 대답들을 곱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거든

그러다가 문득 자리를 털고 일어나길래 으응? 하고 쳐다보니까

' 오늘 우리 오빠야 생일이라 케잌 사가지고 다섯시까지 들어가야 되니까 다음에 또 놀자^^ '

이러는 거야 그래서 나도 응. 그러고 따라서 일어났는데 내가 엉덩이 턴다고 고개를 살짝 돌리고 있었거든? 그 순간 날 따라서 고개 숙이고 살짝 올려다 보면서 ' 데려다주고 갈래?^^ ' 눈웃음.

심쿵. 와.. 계속 옆에 붙어서 이야기하고 놀았는데 그 순간 또다시 설렘.. 너란 여자. 와..

 

그렇게 빵집을 가서도 빵과 케익을 고르는데도 이런이야기 저런이야기 난 이게 좋은데 난 저게 좋은데 이러면서 한참을 알콩달콩하다가 내가 계산해주려는데

'아니야. 그러지 마' 이러고 딱 막는거야.

근데 또 그 모습이. 아랫입술 지그시 물고 짐짓 엄한 표정으로 도리도리... 크.. 미치지..

(아. 지금 생각해도 상당히 개념찬 애였네.. 요즘 그런 여자 만나기 참 드물던데..)

 

한손엔 빵 꾸러미, 한손엔 케잌을 들고 빵집을 나서는데 빵봉투는 자기가 들고 간다며 달라더라고

그래서 자연스레 난 왼편에 서서 왼손에 케잌을 들고 걔는 내 오른쪽에서 오른손에 빵꾸러미를 들고 걸어갔지.. 바래다 주는 길.. 하늘은 조금씩 붉은 빛이 되어가는 중이었고..

그때를 상상해보면 난 굉장히 달콤하게 느껴지는데 ㅋㅋ 그건 내 추억이라 그런건가 - ?

그러다 자연스레 손을 잡게 되고.. 는 희망사항이었고.. ㅋ 사실 용기가 없어서

그냥 오른손은 주머니에 꽂아넣고 계속 걸었어 ㅋㅋ 가끔 움찔 거리면서 말이지 ㅋㅋ

 

걔네 집으로 이어진 골목길 입구에서 아쉬운 인사를 했지. 걔도 아쉬웠는지 올라가는 중에 몇번을 뒤 돌아보았고 ㅎ 멋쩍게 또는 멋없게 웃으면서 난 누가봐도 굉장히 아쉬워하고 있었을거야 ㅋㅋ

 

- 1997년 12월 13일 첫 만남의 기억. 추억.

 

 

2014-09-16 오후 10:59

 

 

 

 

 

추천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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