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목을 너무 자극적으로 쓴거 같긴 한데요. ^^;; 그 누구의 얘기도 아닌 저 자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제 나이는 37살이구요. 3살 남아 키우는 워킹맘입니다. 남편이랑은 7년 연애하다 결혼했구요. 세상에 둘도 없는 좋은 남편입니다.
아이 낳은 이후로 친정엄마아빠가 주중에 와서 아이를 봐주셨고 주말이면 친정집으로 가셨습니다. 지금은 아이가 어린이집 다니기 때문에 등하원만 시켜주고 계시고 낮시간에는 볼일 보세요.
여기서부터 제가 드리려는 말씀은 부정적으로 들으시면 한없이 한심하게 들리실 수도 있고, 조금 철은 없지만 귀엽게 봐주시면 한없이 사이좋은 가족으로 보이실 수도 있습니다. 그건 읽으시는 분들의 몫이라 생각합니다.
우선 가족들의 특성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거칠기로는 어디가서 빠지지 않는 식구들이지만 정이 많은... 많아도 너무 많은 가족입니다. 저희 남편은 그게 우리집 매력이라고는 하지만 거기서 생기는 문제점들이 이 글의 요점입니다.
고등학교 다닐때도 제 학교가 집에서 좀 멀었는데요. 사립이라 스쿨버스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새벽부터 일어나서 준비하다보면 스쿨버스를 놓치기 일쑤였어요. 성격 자체가 좀 아슬아슬 약속시간 잘 어기는 좀 그런 스타일이기도 한거 같습니다. ^^;;;;; 그래서 아침마다 아빠가 차에 시동걸고 기다리고 계셨어요. 스쿨버스와 추격전을 벌이기 위해서죠. 매일아침 스쿨버스 타는데까지 바래다주셨다가 코앞에서 놓치면 미리 지름길로 달려가서 버스 앞을 딱 막고 버스를 태워보내시곤 했습니다. ㄷㄷ
항시 풀던 문제집이 있는데 시험전날까지 다른거 하다 그거 못풀면 시험 못본다며 떼쓰는 딸을 위해 청계천 헌책방을 다 돌아 구해오시기도 하고, 오빠는 제가 도시락을 두고가기라도 하면 자기는 문제아라 지각하나 안하나 똑같다며 동생 학교까지 도시락을 갖다주고 자기 학교를 가곤 했습니다. 엄마도 사업을 하셨었는데 제가 한참 공연다닐 때(참고로 음대 나왔습니다. >.<) 사업은 뒷전이고 의상들고 따라다니며 제 메니저 역할을 자청하시던 분입니다.
그냥 가족간에 대화도 많아 저희 엄마는 아직도 제가 초등학교(저때는 국민학교 ^^;;) 몇학년때 몇반이었고 선생님 이름이 뭐였고 그때 제 단짝 이름은 뭐고 어떻게 생기고 어디 살던 애였다는 것까지 다 기억하고 계십니다. 기억력이 좋으시기도 하지만 관심이 그만큼 많고 저 역시 조잘조잘 식구들하고 많이 떠드는 케릭터였거든요.
대학교에 들어가서도 엄마아빠는 한번도 집에서 다녀와라~ 하신 적이 없습니다. 언제나 바깥까지 쫒아나오셔서 버스타고 가는 제 뒷모습을 보며 손을 흔드셨고, 제가 안보일 때까지 손을 흔들다 들어가셨습니다. 그때 당시 pcs폰이라는게 처음 나왔었는데 전화하면 미리 버스정류장까지 마중나오시기도 했구요.
여기까지만 들으면 너무 오냐오냐 키운것 같겠지만 얻어맞기는 또 거의 가정폭력 수준으로 ^^;;;; 집에 몽둥이가 남아난 적이 없습니다. 그렇게 얻어맞으면서도 또 놀라다니기는 어찌나 놀러다녔는지 ㄷㄷ
여기까지는 그래도 평범한 얘기일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제 나이가 37살인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 지금도 회사 출근하려고 씻고 준비하고 있으면 아빠는 같이 일어나 씻고 커피 한잔 마시고 차에 시동을 걸러 가십니다. 회사까지 바래다주기 위해서죠. ㄷㄷ 엄마도 삶은 계란이라도 하나 멕이려고 가스불을 켜십니다.
그동안에도 차로 바래다주시지 않을 때는 항상 버스정류장이나 전철역까지 나와서 제가 안보일 때까지 손을 흔들다 들어가셨습니다. 다만 두분다 이제는 나이드셔서 예전보다는 일찍 집으로 들어가시죠. 그만큼 눈이 나빠지셔서 제가 예전보다 빨리 안보이나봅니다. ㅠㅠ
최근 손주 봐주신다고 오신 뒤로는 다시 차로 바래다주시고 아침 챙겨주시고를 반복하시기 시작했습니다. 직장 동료 얘기를 맨날 눈을 똥그랗게 뜨고 들으시고 마치 유치원생 딸이 집에 와서 얘기하는걸 하나라도 놓칠까 집중해서 들으시는 모습입니다.
저랑 사이가 나쁘던 동료가 있는데 최근 직설적으로 자기 할말 딱딱 하는 직원이 새로 들어오더니 그 둘이 부딪혀서 제가 할말을 대신 해주는 꼴이 된적이 있는데 손안대고 코풀었다고 두분이서 그날 밤에 기분 좋다며 방에서 두분이 건배를 하시더라구요 ㄷㄷ 진짜로 술을 사다가 건배를 >.<
제 인생에 그만큼 깊이 관여하고 계시고 두분의 인생에도 제가 반은 차지하는 느낌입니다. 사실 저 역시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열심히 한 이유도 악기를 열심히 한 이유도 다 부모님을 행복하게 해드리는 게 목적이었을 정도로 제 인생의 목표 역시 부모님이었습니다.
제가 결혼하자마자 시댁에 8개월 정도 들어가서 살다가 독립하게 됐는데, 그러다보니 자주 들르시지 못해서 허전하셨던 모양입니다. 친정에 놀러가니 어느날은 강아지 고양이가 생기고 어느날은 물고기가 생기고 어느날은 새가 생기고 하더니 나중엔 물고기가 500마리까지 늘어있더라구요. 물론 새끼손가락 두마디만한 물고기가 대부분이었지만 어항이 방마다 그득그득~ 하루종일 아빠가 어항을 보면서 이름을 지어주고 싸우면 떼놓고 알을 품으면 분만실로 옮겨주고, 나중엔 하다하다 알을 낳다 어미가 죽으면 빼서 배를 갈라 손으로 살살 눌러서 알을 빼고 계시더라구요. ㄷㄷ 손가락만한 물고기 배를 쪼그리고 앉으셔서 알다칠까 살살 누르고 계신 아빠의 모습은 귀여우시다 못해 측은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렇게 서로에게 깊이 관여하는 우리 가족에게 당장 닥친 가장 큰 문제는 엄마아빠의 병환입니다. 아빠가 5년 전에 대장암 말기 판정 받고 온몸에 전이되어 큰 수술을 두번이나 받으셨는데 그때 처음으로 이 두분이 내 인생에 평생 같이 할 수 없을 수도 있다는걸 깨달았습니다. 제 나이 서른 넘어서요 ㄷㄷㄷ
다행히 병을 잘 이겨내시고 지금은 건강하신데 이번엔 몇달 전에 엄마에게 급성 백혈병이 왔습니다. 1차 항암 때 폐렴이 와서 의사에게 위험하다는 얘기를 들으니 제 몸까지 아프더라구요. 숨만 쉬어도 울렁거리고 구역질이 나고 심한 두통으로 눈을 제대로 뜰 수조차 없었습니다. 다행히 폐렴을 이기셔서 지금은 4차 항암까지 마치셨지만 얼마전 넘어지는 손주 다칠까봐 몸을 던지신다는게 다리에 작은 스크래치가 생기셨는데 워낙 백혈구가 없다보니 그 상처가 깊어지고 깊어져서 종아리 전체가 썩다시피 하셨습니다. 그래서 이틀전에 썩은 살을 파내고 허벅지 살을 떼내 이식수술을 하셨습니다.
누구나에게 그 부모는 절대적인 존재이고, 아프시고 힘들면 같이 무너지는게 정상일 겁니다. 하지만 저는 뭐랄까 너무 깊이 관여하고 사는게 이젠 너무 힘이 듭니다. 아프시니까 더욱 그런 생각이 드는건지 아니면 무서운건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부모님이 나이드시는것도 받아들이고 아프실 수 있다는 것, 심지어 돌아가실 수도 있다는 것을 어느정도 예상할 수 있어야 하는 나이임에도 아직도 퇴근하면 유치원생처럼 쫑알쫑알 회사 얘기를 하고, 또 하루종일 그 얘기 듣는 시간만 기다리시는 부모님...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전혀 독립하지 못한 채로 살아가고 있는 제가 한심하기도 하고 부모님이 안스럽기도 하고 죄송스럽고 그렇습니다.
가족간에 사이가 안좋거나 냉랭한 친구들은 우리집을 부러워합니다. 정이 넘쳐난다며... 친구들이 자기 엄마보다 우리 엄마를 더 따르고 좋다고 말하기까지 합니다. 엄마가 어렸을 때부터 머리핀을 하나 사더라도 제 친구들것까지 사셨거든요.
오빠 친구중에도 불쌍한 오빠가 있는데 학비 다 대주고 공부 못하는 오빠들은 기술 가르쳐서 취직시켜주고 심지어 호적에 올려준 오빠도 있습니다. 지금도 그 오빠들한테는 엄마가 거의 사이비종교 교주 수준입니다. ㄷㄷ
물론 사위한테도 정이 넘치셔서 거의 물고빨고 하시죠. 입만 열면 우리 잘생긴 권사위~ 우리 똑똑한 권사위~ 하십니다. 이게 입장이 바뀌면 며느리 입장에서는 끔찍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다행인지 저희 남편은 무뚝뚝한 어머니와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 때문에 저희 엄마아빠를 역시 교주처럼 믿고 따릅니다. 저희 아빠랑 걸을 때도 아빠랑 같이 걷겠다며 왼발 오른발 맞춰 걷는 사위죠. 매일 밤 아빠 꼬셔서 당구치러 가자고 하고 진 사람이 엄마가 좋아하시는 아이스크림을 사옵니다.
저도 낼모레면 마흔이고 이제 둘째 준비를 하는 중인데다 엄마아빠는 몸이 성치 않으신 낼모레 일흔이십니다. 이런데도 여전히 서로에게 독립하지 못하고 사는 저희 식구...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엄마아빠 건강을 위해서라면 제 영혼이라도 팔고 싶지만 사람이 순리대로 살아야하는건데 저희 식구들은 여전히 서로에게 너무 깊이 관여하고 온정을 다 쏟아붓고 서로 의지하며 살아갑니다.
이래저래 문제가 많은 가족이지만 전 오늘도 절룩거리는 엄마와 아빠의 배웅을 받고 출근을 했고,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엄마의 건강이 걱정되어 눈물이 납니다. 이제는 조금씩 철이 들고 어른스러워지는 저를 기대해봅니다. 품안의 자식만 자식이 아니니까요. ㅠㅠ 철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효도라고 생각하며 조금씩 노력해보려고 합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