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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을 당한 소녀와...

검객 |2014.09.23 12:10
조회 98,381 |추천 144



그로부터 한 주일 후.

상담을 다시 받으러 온 은희를 향해 상담 교사는 

문득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이었다. 

"혹시 자동차 사고를 당해 본 적이 있니?"

 

 

상담 시작부터 웬 뜬금 없는 질문일까? 

은희는 대답할 말이 별로 없는 듯 말 없이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상담 교사는 질문을 고쳐서 다시 던졌다.


 

"그래? 그럼 이렇게 가정을 해 보자. 

만약 횡단 보도를 건너다가 네가 차에 치었다고 생각해 봐. 

너는 교통 신호도 다 지키면서 길을 건너고 있었는데, 

어떤 차가 신호를 위반하고 들어왔던 거야. 

그럼 그건 누구 탓이겠니?"

 

 

질문의 의도가 무엇인지 생각하느라 

은희는 우물쭈물 대답을 망설였다. 

그러자 선생이 다시 한 번 답변을 재촉했다. 

"대답해 봐, 누구 잘못인지. 운전자니? 너니?"


 

은희는 조그맣게 입을 열어서 우물거리듯이 말했다. 

"운전자." 

상담 선생은 그 대답을 기다렸다는 듯 

시원스럽게 응수했다. 

"잘 대답했어. 맞아, 네 말대로야. 

그건 운전자의 잘못이지 네 잘못이 결코 아닌 거야"

 

 

은희는 어쩐지 오늘따라 상담 교사의 태도가 

부담스럽게 생각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가만히 눈을 피하여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상담 교사는 그런 은희를 나직하지만 

힘이 들어간 어조로 부르는 것이었다. 

"은희야, 고개를 들어 봐."

 

 

상담 교사가 은희의 이름을 부른 것은 

상담이 시작된 이후로 처음 있는 일이었다. 

깜짝 놀란 은희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상담 교사 쪽을 쳐다봤다. 

그러자 상담 교사는 은희의 얼굴을 자신의 양손으로 감싸서 

상담 교사의 눈을 쳐다보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진지하면서도 또렷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마찬가지로 네가 당한 성폭행 역시 네 잘못이 아니야. 

그건 너에게 그 짓을 저지른 가해자의 잘못인 거야.

그러니 이제 그만 네 탓을 하도록 해. 

너를 미워하는 일도 그만두는 거야.

이제는 그런 일을 당해서 놀라 있는 네 자신을

사랑해 주고 소중히 해 주어야 해.

그리고 새로운 미래를 만드는 거야.

힘든 과거 따위 잊을 수 있을 정도로 밝고 아름다운 미래를."

 

 

네 잘못이 아니라는 말, 그건 어쩌면 '그 일'을 당한 후 

은희에게 가장 절실했던 말이었다. 

은희에게는 그런 말을 해 줄 누군가가 정말로 필요했다. 

그러나 정작 그 말을 듣는 순간, 

은희는 뭐가 부끄러운지, 

아님 무얼 망설이는지 한사코 고개를 흔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상담 선생이 감싼 양손으로부터 

자신의 얼굴을 벗어나려고 애를 쓰는 것이었다. 

마치 상담 선생이 한 그 말을 받아들일 준비가 아직 안 된 것처럼.


 

그러나 상담 선생은 단단하게 감싼 자신의 양손으로부터 

은희의 얼굴을 놓아주지 않았다. 

"알아. 그 모든 것을 잊고 새롭게 출발하기엔

그 날의 기억이 너무도 생생하게 너를 짓누르고 있겠지.

그 짓을 저지른 놈들에 대한 분노도

아직 너를 괴롭히고 있을 거고.

 


하지만 이런 말이 있지. 

'최고의 복수는 내가 잘 되는 거다.'라는 말. 

오히라 미쓰요의 경우처럼.

아직 늦지 않았어. 

지금부터라도 새롭게 너만의 아름다운 인생을 만들어 보는 거야.

지금부터 노력해서 그들에게 보여주는 거야. 

그들이 저지른 그 잘못된 행동들이

너란 사람의 아주 조그마한 부분조차도 파괴할 수 없다는 걸."

 

 

어느덧 은희의 눈은 젖어있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을 보이기가 부끄러운 듯 

은희는 계속해서 고개를 숙이는 것이었다.

상담 선생이 가만히 손을 내밀어 그런 은희의 손을 잡았다. 

사람의 손이란 것이 이렇게 따뜻한 느낌이었나? 

그건 어쩌면 상담 교사의 마음이 담겨 있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상담 교사는 은희의 한 손을 가만히 쓰다듬으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망각이라는 치료제를 선물로 주셨어.

덕분에 아무리 고통스런 일을 당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차츰 희미해지고 견뎌갈 힘을 얻게 되는 거야. 

하지만 망각이 자신을 치유해 줄 때까지

가만히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돼.

현재를 열심히 살면서

네 아픈 과거에 강펀치를 날릴 만큼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야 하는 거야.

그렇게 할 때까지 진정한 치유는 일어나지 않아.

 

 

잊지 마. 넌 절대 더러운 사람이 아니란 걸.

넌 귀하고 소중한 존재야. 

사랑 받아야 하고 존중 받아야 할 사람이야.

과거의 상처 때문에 네가 가진 가치를 깎아내려서는 안 돼.

네 자신이 충분히 행복한 삶을 살 가치가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절대 절대 잊지 마."

 

 

은희는 놀랐다. 그 일이 벌어진 후, 

너무도 냉소적으로 변한 자신의 성격 탓에 

눈물이 다 말라버린 줄 알았었다. 

그런데 지금 자신의 두 눈에서는 쉴 새 없이 물줄기가 쏟아지고 있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이렇게 울음이 솟아나오는 걸까? 

조금씩 밖으로 나오던 은희의 흐느끼는 소리는 

곧 통곡하는 듯한 음성으로 바뀌었다. 



은희는 그날 목이 쉬도록 울었다. 

상담 선생이 그런 은희의 등을 가만히 두들겨주는 것이었다. 

마치 몸 속의 독한 물질을 전부 토해내도록 돕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러나 그렇게 한참을 울고도 은희의 마음 속은 

여전히 혼란스럽기만 했다. 

은희는 잔뜩 자신이 없는, 

마치 모기 만한 목소리로 상담 선생을 향해 묻는 것이었다. 

"새로운 미래...정말...제가 할 수 있을까요?"



상담 선생은 그런 은희를 향해 다시 한 가지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전체 내용 보기: 

http://novel.naver.com/best/detail.nhn?novelId=175742&volumeNo=79





추천수144
반대수11
베플365|2014.09.24 05:00
정작 주변인들은 내 잘못이라더라. 울 엄마.. 왜 하필 많고 많은 여자중에 니가 당한거냐고 나를 힐난하시고 나를 조사하던 형사들 역시 몸에 딱 붙는 옷을 입은것도 어느정도 원인제공을 한거라고 봐야한다고 했고.. 나를 목졸라 기절시키고 강간했던 가해자는 결국 너도 즐기지 않았냐더라. 가해자의 보호자는 어차피 하게 될 거 남자가 좀 그럴수도 있지 어디 신고질을 하냐며 내게 남의 자식 앞길 막는 꽃뱀 창.년이라고 욕하더라.. 나는 그저 5시에 집에 들어가던 길이었는데 초저녁에 여자가 cctv도 없는곳에 왜 혼자 다니냐고, 딱 붙는 쫄티에 긴 바지 입고 봉사활동 마치고 집에 가던 내 잘못이라 비난하더라. 내 잘못이라더라.
베플ㅇㅅㅇ|2014.09.27 22:04
많은 분들이 성폭행 피해자인 여성에게도 어느정도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 같음. 뭐 피해당시의 복장이나 시간 등을 이유로요. 근데 그건 다 개소리죠. 피해여성은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밤 12시에 핫팬츠를 입고 인적이 드문 장소를 걸어가다 성폭행을 당한 거더라도 말입니다. 참나, 무조건 성적으로 흥분하면 강간을 해서라도 욕구를 해소해야함? 그런거면 초중고딩 땐 어떻게 참으며 살았는데? 지 욕구를 조절 못해서 범죄를 저지르는 놈들을 왜 이 사회는 어느정도 감싸주는 걸까? 이해불가ㅠㅠ 그리고 피해여성을 가해자로 몰고가는 사회분위기에 이미 익숙해진 많은 사람들이 난 안타까움ㅠㅠ
베플|2014.09.24 12:27
성폭행하고 교도소나와서 잘살고 있는 쓰레기같은 놈들이 잘못이지 니잘못이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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