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쯤 이야기인데 갑자기 생각나서 적어봅니다.
강원도 낙산사에 모처럼 들렀습니다. 화창한 날씨에 깨끗한 공기, 휴일인데도 관람객이 그리 많지 않아 기분좋은 산책을 즐길 수가 있었습니다.
기념품 파는 곳 옆에는 '마음을 씻는 물'인가 하는 안내표지판이 있는 음수대가 있습니다. 어린 아이들이 손도 씻고 가끔 장난도 치곤 하는데, 이날도 몇몇 어린이들이 약간의 물장난을 치고 있었지요.
그런데 어떤 아주머니의 앙칼진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초등학교 4~5학년쯤 돼보이는 남자아이를 앞에 놓고 엄마인듯한 아주머니가 큰 소리로 채근을 하는 겁니다.
"누구야! 재야? 말을 해, 이 바보같은 놈아!!"
그러더니 음수대 앞에 있는 남녀아이 서너명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가는겁니다. 아들인듯한 아이는 뒤에서 작은 목소리로 "걔네가 아닐지도 몰라..." 하며 안절부절 못하는 사이,
아이들 앞으로 간 그 아주머니는 물을 떠먹는 바가지를 높이 쳐들었다 밑으로 내려쳐 큰 물탕을 아이들에게 튕기더니, "바보같은 놈아, 이렇게 하는거야, 왜 어린애들에게 당하고 있어!!" 라고 소리치는겁니다.
아마도 자기 아들에게 아이들이 물장난을 하다가 물을 좀 튀긴 모양입니다. 엄마가 나서서 그 복수를 한 셈이지요. 아닌밤중에 홍두깨라고 웬 사나운 아주머니로부터 물벼락을 맞은 아이들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젖은 옷을 털어내느라 애쓰는 모습입니다.
그 아주머니 인상도 참 못되게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니고, 젖은 옷은 금방 마를수 있는 날씨인데 꼭 그렇게 빚지고는 못산다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줬어야 했는지... 어른이 아이들과 다른게 무언지, 자신의 아들에게는 뭘 가르치려 하는 것인지, '마음을 씻는 물' 표지판을 무색하게 했습니다.
물벼락 맞은 자기또래 아이들에게 미안했는지 자꾸만 뒤를 돌아보는 그 남자아이... 엄마의 행동 닮지 말고 부디 손해보는 듯 너그러운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