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또 다퉜고
다퉜다는 말로는 부족해 서로를 증오하듯 노려보았다
너는 왜 내 말을 들어주지 않니
너는 왜 내 마음을 이해해주지 않니
노력이 부족했다고는 생각치 않는다
다만, 나의 노력은 너의 기준을 미처 채우지 못했고
너의 노력을 알아주기엔 내가 버거웠던 것 뿐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다던 사람을
그 순간 세상에서 가장 하찮게 대하던 우리는
서로에게 또 다시 상처를 주고
아마도 깨달았겠지
안되는구나. 변함이 없구나. 끝으로 가야 하는구나.
싸움의 끝에 항상 내 자신에게 내리던 가혹한 벌-
이를테면 자책감, 자괴감, 반성 같은 것들-을 이제는 거두려 한다
서로에게 상처를 냈을 때 나의 주어는 '우리' 였으나
서로에게 좋은 때에만 너의 주어는 '우리' 였다
존중할 수 있고 존중해주는 사람을 사랑하라 했다
몇 번이고 믿음을 저버린 너를, 사랑이라는 명목하에
나는 여전히 다시 존중해 주었으나
너는 그렇지 아니하였다
단 한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못했고
단 한번의 기회조차 내겐 허영이었다
언제든 내가 놓으면 끝날 관계-그것이 너와 나의 사랑이었다
좋을 땐 좋은데 싸울 때가 너무 힘들어 나를 수없이도 놓으려던 너와
아무리 싸우더라도 너를 놓을 수 없기에 매 번 문을 두드렸던 나와의 사랑은 수평의 저울이 아니었다
나에게 왜 그렇게 가혹했니
너에게 묻고싶다
가장 소중하고 변함없이 사랑한다던 사람을
타인앞에서 꼭 그렇게 한없이 작아지게 만들었어야 했니
왜 나를 조금 더 존중해주진 못했을까,
술 기운이었을까, 이제는 이런 생각조차 무의미하겠지.
매 번 다툼마다 네가 말하기도 전에 나 혼자
'이런 이유로 그랬을거야'
만들어내던 너의 행동에 대한 변명들이
이해라고 불린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많은 이해의 과정이 있었기에 매 번 힘있게 너를 붙잡을 수 있었어
너보다 너를 더 잘 아는 나는
네가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이해했어
사랑했기에 이해할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묻고싶다
그렇게 네가 싫어하던 내 행동들을,
정말 단 한번이라도 진심으로 이해해보려 노력해본적이 있느냐고
너의 행동을, 너의 말을 차마 견뎌내지 못하고
자리를 박차고 가버릴 수 밖에 없던 나를 얼마나 이해했냐고 묻고싶다
이제는 정말로 헤어지자
나는 너를 원망하지 않는다
본래 여리디 여린 사람인데 나에게 준 상처가 어찌 의도된 상처겠니
300일 가까이 너를 만나는 시간동안 내가 했던 행동들이 억울하진 않다
너를 위해 한 것들이 아니었기에, 내가 좋아서 한 것들이기에
다툴 때 마다 네가 고쳐주길, 깨달아주길, 이해해주길 바랬건만
그 마음마저 들질 않고 네가 그저 행복하길 바라는걸 보니
이제는 정말 이별인가 싶다
차마 얼굴을 보면 또 무너질 내가 두려워
마지막 이별은 비겁하지만 도망가려 한다
세상 누구보다도 소중한 너를 세상 누구보다도 사랑했던 내가
이제는 소식조차 알 수 없는 타인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
몇 번을 곱씹어도 마음을 후벼파는듯 하지만
이것이 너와 나의 최선이라면 어쩌겠니...나도 이제 기력이 없는걸
그저 정말 네가 행복하길 바라
내가 아닌 누구와 있어도 빛날 수 있는 너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