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제 고3이 되는 여고생입니다.
지금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말도 안 나오고 눈물은 커녕 화만 나네요.
당황스러워서 글을 깔끔하게 쓸 자신이 없지만, 읽어 보신 후에 많은 조언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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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집은 저, 유치원생인 여동생, 초등학생인 남동생, 엄마, 아빠. 이렇게 다섯 식구입니다.
그리고 저희 아빠는 정말 가정에 충실하시고 다정다감한, 제 18년 인생의 멘토같은 분이셨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다닐 적에 아빠께서는 중국에서 일을 하신 적이 있었는데,
매일 한번 씩 캠으로 연락을 하고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저희 집은 나름 화목했었어요.
비록 그 때는 집 형편이 많이 안 좋았었지만,
그래도 제 기억에 남은 저희 집은 그 때가 가장 따뜻하고 포근했던 집이었습니다.
그 후 저는 중학생이 되었고, 아빠는 한국으로 직장을 옮기셨습니다.
집과는 다른 지역이었지만, 가족을 보기 위해
금요일 저녁이면 2시간을 꼬박 달려서 오시고 월요일 새벽3시에 집에서 나가시곤 했습니다.
금요일 저녁에 아빠가 오실 시간 쯤이 되거나 자동차 엔진소리가 들리면
저희 네 명은 현관앞으로 달려가곤 했었죠.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꿈만 같은 따뜻한 집이네요.
그렇게 저희는 점점 자랐고, 사춘기를 겪게 되었습니다.
중학교 때 학교에서 열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공부를 잘했던 저는
어느 새 엄마아빠의 자랑이 되어있었습니다.
부모님은 그런 제게 최고보다는 최선을 다하라며 부담을 주지 않으시려고 노력하셨습니다.
어쩌면 그 때부터 저는 당연히 공부를 잘 해야 했던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사실 저는 그다지 열심히, 꾸준하게 계획을 세워서 공부하는 습관은 없었고
그저 성적이 잘 나왔을 뿐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당연하게도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 성적은 곤두박칠쳤고,
저는 하루하루를 작심삼일로 보낸 것 같습니다.
그때는 공부가 제게 간절하지도 않았고 제 습관도 그대로였던 게 이유인 것 같아요.
어쨌든 하락한 성적을 비롯해 제 생활에 대해 이것저것 이야기를 하다 아빠와 어색한 사이가 되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제가 아빠와 사이가 틀어지게 된 것도 성적하락이 큰 이유인 것 같아요. 제가 아빠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자 많이 실망하신 것 같습니다.
저도, 제 남동생도 사춘기를 겪으면서 더욱 무뚝뚝하고 차가워져갔고,
아빠는 그런 저희가 섭섭하셨던 것 같아요.
그래도 아빠한테 크게 잘못을 하거나 버릇없었던 일은 없습니다.
서먹하긴 해도 제겐 여전히 든든한 아빠였으니까요.
참, 아빠는 제가 고등학교 1학년 때 함께 살기 위해 저희 집과 가까운 곳으로 회사를 옮기셨습니다.
정말 행복한 마음으로 짐을 싸들고 오셨는데,
몇년 동안 떨어져산 탓에 적응을 못 하신 건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한달 전 쯤에 아빠께서 엄마와 잠시 떨어져 시간을 갖겠다며
갑작스레 짐을 싸들고 친할머니댁으로 가셨습니다.
(평소에 저희 아빠는 정말 효자셔서, 엄마한테는 소홀하셔도 할머니한테 만큼은 지극정성이시고 주말마다 할머니를 뵈러 가십니다.)
물론 아빠가 짐을 싸는 모습을 보고 제가 엄마한테 여쭤본 후에 겨우 들은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때부터 아빠한테 정말 불만이었고, 화가 났습니다.
아빠가 집을 나가신 이유는 엄마와의 사이가 좋지 않기 때문인데,
결국 엄마와 아빠가 불만과 서운한 감정이 서로에게 쌓인 게 근본적인 원인이에요.
하지만 저는 이게 화가 납니다. 물론 아빠도 화가 나고 섭섭한 게 있겠지만,
어렸을 때 슈퍼맨같았던 저희 아빠는 제가 커서 보니 정말 엄마한테 나쁜 사람이더군요.
가장 충격받았던 일화 한 가지만 적을게요.
사실 엄마는 아빠께서 직장을 옮기기 전에 공황장애를 비롯한 정신질환을 앓으셔서,
숨이 잘 안 쉬어져 새벽에 응급실에 실려갈 정도로 아프셨던 적이 있습니다.
증상이 조금 호전되었다가 아빠께서 직장을 옮기실 즈음
엄마는 가까운 요양병원에 입원하셨었어요.
치료를 꾸준히 받으신 후에 증상이 많이 완화되어 퇴원을 준비하시던 엄마는
병원비가 보험이 안된다는 걸 그 때 아셨고, 아빠께 그 사실을 말하셨죠.
그리고 아빠는 화를 내시며 병원비가 아직 없다며
퇴원하지 말고 계속 입원해 있으라고 하셨어요.
하지만 알고보니 통장에는 병원비를 훌쩍 넘는 돈이 있었습니다.
이왕 적은 김에 간단히 한 가지 더 적을게요.
평소에 저희 엄마와 아빠는 생활비 문제로 많이 다투셨습니다.
저희 엄마는 명품백은 커녕 본인의 옷 한벌 안 사고, 미용실 한 번 안 가시며
저희들을 키우셨습니다. 아빠는 넉넉히 주신다고 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현실적으로
그다지 넉넉하게 쓸 수는 없었습니다.
(아빠는 생활비를 정말 칼 같이 지키십니다. 장 볼 때 참기름 한 병을 본인 돈으로 사도 , 꼼꼼히 생활비에서 다시 받아가십니다. )
그런 탓에 엄마는 예전에 부족한 생활비를 차마 아빠한테 말씀하지 못하시고
카드로 충당하시다가 카드빚이 커지게 되셨습니다.
제가 장담할 수 있는데 엄마는 자기자신에게는 지나칠 만큼 저희들을 위해 그 돈을 쓰셨습니다. 나름 꼭 필요한 최소한의 부분에만 썼어요.
물론 카드빚을 만들게 된 건 저희 엄마 잘못이지만,
그래도 엄마입장에서는 저희들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제 생각엔 굳이 말하자면 엄마의 잘못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빠한테 기댈 수 없게 만든 아빠의 잘못인거죠.
아빠는 엄마의 카드빚을 갚아주실 수 있었음에도 돈 한푼 보태주시지 않으며
그 모든 짐을 엄마한테 떠넘기셨고, 엄마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갚으셨습니다.
저희 아빠는 제가 생각하는 것 만큼 따뜻하고 이해심깊은 사람이 아니었나봅니다.
지금 저는 배신감을 넘어선 분노를 견딜 수가 없습니다.
집을 나가셨던 아빠는 오늘 저녁에 엄마한테 홀로설 준비를 하라고 하셨다고 합니다.
문제는 저희 엄마는 아빠와 결혼하시면서 전업주부가 되셨고,
딱히 대학을 나온 것도 아니셔서 저희 세 명을 키울 생활비를 마련하시기가 어렵습니다.
엄마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저희 셋의 의사를 반영해서 누구와 살지 결정한다고 하셨다는데,
저희 셋은 엄마와 함께 살기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문제는 저는 고등학생이고 동생들도 이제 커갈텐데 학비와 생활비를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합니다. 엄마는 일자리를 구하시겠지만, 그래도 큰 딸이다보니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네요. 엄마와 함께 산다면, 아빠는 생활비를 한푼도 안 주실 생각이신 것 같아요.
정말 섭섭하고, 너무너무 화가 나고 두렵습니다. 제 든든했던, 멋졌던, 자랑스럽고 그 누구보다 사랑했던 아빠는 이제 없습니다.
힘들 때면 항상 힘이 되주는 아빠도 이제 없습니다.
정말 황당하고 뭘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겠어요.
이런 사람이 제 아빠라는 게 부끄럽고 얼굴을 마주하는 것 조차 끔찍하네요.
토요일에 막내동생을 데려가서 하루 재우신다는데,
그럴 자격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는 건지도 정말 화가 나요.
생활비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법적으로는 방법이 없나요?
혹시 있다면 많이 복잡한가요?ㅠㅠ 도움 부탁드립니다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