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옥같았던 취업전쟁을 끝내고 드디어 승리의 깃발을 꽂은 26살 남자입니다. 지난 달 신입사원 연수를 마치고 인사발령까지 끝내고 나니 이제야 직장인이 됐다는게 조금 실감이 납니다. 다음달이면 신입수습기간이 끝나는데, 그 전에 뭔가 아쉬운 소리 한번 남기고 싶어 이렇게 글을 쓰고 있네요.
취업이 힘들다는거야 이젠 고등학생마저도 어렴풋이 알 정도로 고착화된 사회문제라지만, 막상 현실로 부딪쳐보니 이만큼 사람 피말리는 게 있을까 싶을정도로 힘들었습니다. 저는 운이 좋았던 경우라 3개월정도의 취준기간으로 취준생 생활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었지만 그 3개월마저 너무 고된 시간이었습니다.
자소설쓰고 면접을 준비하고 이런 실질적인 준비시간때문에 힘들다기보다 기업에 입사지원을 하면서 '내가 고작 이정도밖에 안되는 보잘 것 없는 존재'라는걸 깨닫는게 참 힘들고 버거웠던 것 같아요. 그 동안 나름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었는데, 우수수 떨어지는 서류전형과 면접에서 느껴지는 상대적 박탈감을 겪으면서 나는 참 별볼일 없는 사람이라는 걸 절감하게 되더라구요. 그렇다고 지금까지 논것도 아닌데, 1학년때부터 죽자살자 공부해서 매학기 성적장학금도 받고 군대에 가서도 자격증따고 공모전입상하고 그랬는데, 내가 열심히 산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것 같아 많이 괴로웠습니다. 하나씩 발표나고 면접보고 느낌이 좋지 않을 때마다 이번에 취업 못하면 어떡하지, 다 떨어지면 이짓을 반년을 또 해야하나, 부모님께는 뭐라 말씀드릴까 등등... 많은 고민들때문에 너무 우울했습니다. 주위엔 나빼고 다들 잘들 하고 좋은 회사가는 것 같은데 나는 왜 이러고 있는지...
그 와중에 생활비도 벌어써야 해서 월수금마다 알바나가고 마지막학기 학점도 채워야 하니 절대적인 시간 자체가 부족했어요. 취업이라는게 참 웃긴것 같습니다. 돈벌려고 취업하는건데 취업하려고 돈을 엄청 쓰게되더라구요. 정장사고 사진찍고 스터디도 하러 다니다보면 부모님께 손벌리기엔 금액이 커지다보니 알바를 안할수가 없게됐어요. 덕분에 하루에 못잘때는 한두시간밖에 못자기도 했고 맘편하게 푹 잤던게 다섯손가락에 꼽힐정도였습니다. 심신이 너무 지쳐서 좀 쉬고 싶어도 매일 뜨는 공채소식에 그럴 수도 없고..
눈이 높아서 취업못하는거라고 눈을 낮추라며 청년들을 나무라던 사회는 정작 눈낮춰 인지도없는 회사 가면 우습게보고 실패한 취업이라 생각하는 것도 너무 야속했고요. 취업해서 좋기도 하지만 취업이 뭐길래 청년들을 이렇게 몰아세우나, 하는 생각에 씁쓸하기도 한 요즘입니다.
그래도 참 운좋게 몇몇 회사들로부터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었고 그 중 하나를 가기로 결정해서 이 자리까지 왔네요. 열손가락에 꼽히는 그런 대단한 회사는 아니긴 해도 나름 다 알만한 업계선두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제가 원하던 일을 하게되어 만족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취업난에 제 자리 하나 찾았다는게 기쁘기도 하구요. 저번주까지 학생이었다가 다음주부터 직장인이라니 뭔가 아쉽기도 하네요.
비록 취업에 성공은 했지만 스스로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면접질문도 운좋게 준비한 것들이 잘 나왔고 어려운 질문도 순간의 임기응변으로 때웠을 뿐, 평소에 그만한 실력을 갖춘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저보다 잘난 분들도 긴장해서, 실수해서, 면접 당일날 운에따라 떨어지고하는게 취업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 모두 자책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취업을 위해 노력하고 준비해왔고 공들였다는 전제하에, 여러분들이 떨어진건 여러분이 못나서가 절대 아니거든요. 이 나라가 이상한겁니다. 너무 자괴감갖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여러분들은 충분히 열심히 했고 또 충분히 자질있는 사람들입니다. 기업들이 알아봐주지 않는다고 나까지 나 자신을 외면해버리면 끝간데 없이 자존감이 낮아져요. 그리고 제 시덥잖은 경험으로는 취업을 위해서는, 특히 면접에서는 뻔뻔해지는게 필요한 것 같습니다. 내가 잘난거 아닌거 나도 잘 아는데 그래도 뻔뻔하게 들이대는 모습이 잘 먹혔다고 생각합니다. 자책은 내려놓고 뻔뻔해지세요.
마지막으로 취업하신 직장인분들, 취준생에게 직장다니면 더 힘들다, 지금 학생일 때 즐겨라 같은 말은 삼가주시면 좋겠습니다. 제가 꼬인 사람인지도 모르겠으나, 그 힘든 직장인이 되기위해 밤낮으로 고군분투하는 사람에게 내가 더 힘들다같은 말은 위로도 안되고 공감도 안되요. 힘드니까 그럼 직장 그만두고 취업준비 하라고 하면 안할거잖아요. 취업 이후의 고충은 그 때까서 얘기하고 진짜 격려를 해주세요.
두서없이 쓴 글이라 내용이 뒤죽박죽이네요. 지금도 취업때문에 잠못이루고 계실 취준생들,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