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생각이 많은데 표현하지 않는 성격이었고,
나는 생각이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티를 내고 다 말하는 성격이었다.
서로 좋은 모습만 보이고 싶어했고
무엇보다 나는 이 조건없는 사랑에 적극적인 태세가 되어있었고
예전에 비해 많이 무뎌지고 단순해진 자신에 고무된 나머지
'혼자 삭히지 말아라, 그때그때 말해주어라' 그의 방어기제에
망설이고 결국 잘 말하게 되었지. 그랬으면 안되었다.
너는 즉각즉각 바로 행동으로 바꾸어 주었다
자주 사랑한다고 말해주었다
집에 들어가기 전에 나를 리셋하는 슬픔도
공부를 해야하므로 그릇이 작고 멘탈이 유리인 네가
두 마리 토끼를 두고 고민하는 것도
사실 나는 그 당시엔 보이지 않았었다.
직업이 있고 나는 결혼적령기이고 너보다 마음이 강했지만
그런 것따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렇기엔 너는 너무 반짝거렸고 예쁘게 웃었고
나를 많이 걱정해주었고 안아주었고
가장 힘들었을 때 듣고싶었던 말을 정말 자기일처럼 해주었다.
- 계속 만나기는 어려울 것 같아.
네가 그렇게 운을 떼었을 때 차라리 나는 안도감이 들었다.
센척하는 거라고 생각할까봐 말하지 못했지만
나는 이 지지부진한 엇박자를 어떻게 해야하나 혼자 고민이었다.
나이만 연상이지 너보다도 훨씬 애였던 나.
그럼에도 나는 서운하였다 결과가 서운한 것이 아니었다.
만약 그 말이 나오게 될때면 니가 말하는게 맞다고 생각했었으니까.
그런데 너는
대화의 부족을, 소통의 부재를, 두 연애관의 차이를,
바로바로 이야기해주라는 너의 말을 그때그때 바로 투정으로 푸는 나를,
혼자서 이해했고 혼자서 질문했고 혼자서 결론을 내렸다.
우리의 문제였는데, 나에게는 고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너에게는 그때그때 기회가 주어졌었는데
나는 내 촉으로 스스로 알아낼 뿐.... 노력할 기회조차 없었다.
나는 그게 서운했다, 그래서 헤어지던 날 그렇게 이야기했다.
결론을 내달라는 나에게
니입으로 '이정도면 무슨 말인지 알수있지 않아?'라고 해놓고선,
내 입장이 무슨 소용이겠느냐 너는 너 혼자 내 대답을 예상하고
또한 그걸 기반으로 한 니 생각까지 최종결론지었는데.. 라고 하자
아니다 오늘은 그냥 내 입장을 말한 날이다
니 입장을 말해달라, 그렇게 말하더라
그 것이 사무치게 서러웠다.
마지막까지 자기만 방패속으로 숨는 네 비겁함..
니가 매일밤 집 앞에서 나를 리셋하더라도 괜찮았고
군 미필에 졸업은 한참남아있는, 그래서 당연한 취준생이어도
그걸 헤어짐의 명분으로 들이대지 않았었다.
나에게는 6살 연하라는 것이 그나마 가장 문제가 안될 정도로.
그런데 너는 내 직장있음과 결혼적령기를 부담스러워했고
모든 과정이 끝나서 좋겠다며, 자긴 이제 시작이라며 막막해했지.
그래서 되려 내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갔던 것 같아.
다른 사람과의 연애에 있어선 항상 소극적이었던 내가.
많이 고마웠고
많이 사랑했고
스킨십에 담백한 내가 강렬히 생각할만큼 너를 원했고
비밀연애따위 얼버무릴 정도로 덤벼들었고
(그것이 너에게 성취감, 승부욕 따위를 못주었을 수도 있지만.)
많이 슬펐고 많이 아팠고
많이 부담되고 많이 너무많이 집중해버렸다.
그래도 나는 너를
참 많이 사랑했다.
사랑, 이라는 단어를 제대로 써본 것은
니가 처음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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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맞아 싸이 일기 정리하다가
헤어지고 일주일 뒤에 쓴 일기가 발견되어 그냥 끄적여본다.
너와 달달했던 것들이 무수히 많은데,
어느 판 글에 달았던 댓글이 공감을 많이 받아 헤어진 후 느낌만 그냥 날려본다.
니가 이 사이트 자체를 접속하지 않는걸 나는 아니까.
행복하지마
나 없이는.
아프지도 말고.
이제 몇 달뒤면 넌 내 눈앞에서 사라지겠지.
니가 있던 그 공간을 난 또 어떻게 메워가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