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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안녕 |2015.01.24 23:57
조회 186 |추천 1

그냥 문득 생각이 났어.

당장 중요한 시험을 앞둔 상태라, 급히 시계를 찾고 있었는데

평소 악세사리 같은걸 좋아하지 않는 내가

시계를 잘 찾을 수 있는 곳에 두었을 리가 없지.

이 상자, 저 상자 다 열어보다가 나도 모르게 그만 네 물건들이 담겨있는 상자를 열었어.

그 안에 들어 있던

네가 준 시계를 꺼냈는데

이상하게 그날의 네 모습이 생각나더라.

 

가벼운 입맞춤이 전부였던 우리 사이에 가장 먼저 찾아온 건 내 생일이었어.

사실 생일이라면 남자친구와 하루 종일 보내도 모자랐을 텐데

내 생일이라며 네가 저녁을 사주겠다고 했음에도

난 이미 내 친구들과 배부르게 먹고 난 참이었지

당연히 저녁은 얼마 먹지 못했어.

남자임에도 나와 양이 비슷했던 너는 당연히 얼마 먹지 못했고.

비싼 곳이었어. 게다가 저녁타임이라 사람이 많기도 했고, 그만큼 더 아까운 곳이었어.

밥을 먹고 입가심할 겸

편의점에 들러 가벼운 맥주 한 캔 하며 공원을 걸을 때

내게 내밀었던 상자.

그냥 뭔지 알 것 같았어.

유명 악세사리점의 상표가 붙어있는 상자.

문득 시계가 필요하다 했던 지난날의 나.

부끄러운지 계속 나를 놀리며 선물을 주는 걸 미루던 너.

결국 선물이 내 손에 들어오고,

사실 시계인줄 알았음에도 난 짐짓 모르는 척

‘우와! 시계다! 나 시계 필요했었는데.’

나는 사실 그때까지도 내가 시계가 필요하다 했던 그 말을

네가 기억하고 선물을 샀을 줄은 몰랐어.

그냥.. 그랬어.

시계를 내밀며

내게 키스해달라던 너는.

너는 왜.

 

이상했어.

우리는 이미 헤어졌잖아.

근데 이상하게도 우리가 헤어지기 일주일 전쯤부터 시계가 약이 닳아 멈췄었지.

마치 우리가 끝날 것처럼.

그때 나는 너뿐만이 아니라

다른 것들 때문에도 너무나 힘들어서

네가 준 약이 닳아버린 시계 따윈 차고 다니지도 않았어.

가장 이상한 건,

그럼에도 이 시계를 그 악세사리점에 가져가 맡기고

다시 찾아온 나야.

찾아온 이후로 한번도 껴 본적은 없어.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빌려준 적은 있어도.

그냥 문득 난 오늘 이 시계를 발견했고

그냥 문득 네 생각이 났어.

다른 시계는 아무리 찾아도 없더라.

차라리 내가 그때 고치지 않았다면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면

다시 네 생각이 나

이렇듯 추억에 잠겨있진 않을 텐데.

 

이상하게도

시계는 아직 잘 가.

우린 잘 가지 못했잖아.

아마 날 많이 원망했을 것 같아

사실은 나도

나도 널 많이 원망했거든

원망했다가도

너랑 갔던 장소에 가거나

네가 같이 극장가서 보자고 했던 영화를

다른 친구와 다시보기로 보고 있거나

너랑 먹고 싶다고 했던 음식들을 다른 친구와 먹고 있거나

외롭거나

네 생각이 나거나

네가 보고 싶을 때.

그런 때가 왜 이리 많았는지 몰라.

오늘도 그런 날들 중에 하나겠지.

 

있잖아

내가 시계에 다시 약을 넣고

그 시계를 찾아온 것처럼

네게 다시 사랑한다 말하고

네가 다시 돌아온다고 해도

아마 또 약이 떨어져 시계가 멈추는 것처럼

그렇게 우린 또 헤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

그래서 여지껏 너에게 연락한번도 못해봤어.

 

그냥 지금 와서

이런 말 저런 말 다 소용 없겠지만

나는 네가 참 좋았고

너랑 했던 모든 일들이 다 행복했고

네가 있던 시간들이 참 소중했어.

 

미팅에 나가서 너랑은 딴판인 사람하고 어떻게 만나게 됐어.

웃는 게 정말 귀여운 사람이야.

너는 키가 정말 커서

내가 너에게 귀엽다고 하면

주변 애들이 못들을 것을 들었다는 듯 행동하곤 했지.

내가 정말 귀여웠던 건

귀엽다 말했을 때

부끄러워하는 네가

얼굴이 빨개지는 네가

남자라 귀엽다는 말 별로 안 좋아할 텐데

그럼에도 싫은 소리 하지 않는 네가

그런 네가 귀여운 거였어.

 

그냥 지금 이상하게 눈물이 나는데

사실은 오늘 뿐만이 아니라

벌써 혼자 있던 어느 날 몇 번 운적이 있어.

네 생각이 날 때.

그날 그렇게 말하지 말걸

그렇게 대하지 말걸

헤어지지 말걸

사귀지 말걸

너를 좋아하지 말걸

너와 만나지

말걸.

 

다만 바랄뿐이야.

내가 다시 약을 채워 넣은 지

이미 세 달이 훌쩍 지난 이 시계가

다시 약이 닳아 멈출 때

너랑 함께했던 내 추억도

모든 회상도

눈물도

멈췄으면 좋겠어.

너를 다시 만날 일은 아마 없을 테니까.

 

거짓말해서 미안해.

사실 정말로 바라는 건

 

네가 돌아오는거라는거

너는 내가 애칭으로 불렀던 것만큼

정말 바보라서

아마 모를 거야

그래도 알아줬으면 좋겠어.

 

그냥...

그냥 네가

 

추천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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