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모 대학 후문가에 있는 한 플스방에서 알바를 하고 있는 한 청년입니다.
2011년부터 지금까지 일했으니 횟수로만 5년째네요...
한 곳에서 오랫동안 알바하는 것도 참 신기합니다.
제가 오랜 기간 일하면서 여러 부류들의 손님들을 봤는데요.
'게임은 게임이다'라는 마음으로 재밌게 즐기는 손님이 있는가 하면,
게임을 자신의 노예라고 생각하고 온갖 잡동사니 비매너 짓을 하는 성인군자도 계십니다.
제가 바라봤던 손님들 중에서 가게에서 보지 않았으면 하는 꼴불견과,
게임을 지지리도 못하는 허접들에 대해 몇 자 적어보려 합니다.
우선! 플스방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드리면,
'플레이스테이션'이라는 게임기 아시죠? 줄여서 '플.스'라고 말합니다.(소니에서 만든 게임기)
그 게임기를 즐기는 게임방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쉽게 말하면, 플스가 있는 PC방이죠.
무튼 제가 일하는 곳이 그런 곳입니다.
그리고 위닝일레븐이라는 게임은 축구게임의 한 종류인데요.
피파와 쌍벽을 이루는 축구게임의 대명사입니다.
전국의 플스방에서는 주로 하는 게임이 위닝일레븐이 되겠습니다.
자, 이제 저의 블랙리스트를 소개하겠습니다.
1. 나홀로 캐스터
축구 경기를 보시면 중계석에서 '슈~웃!' '꼬~~오올!!!' '들어갔어요!!' 등등,
고성량 고음역대로 흥분하는 캐스터들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위닝일레븐을 하면서도 그런 부류의 성인군자들이 있습니다.
골을 넣으면 '꼬오오오~~오올!!!' '크뤼스튀아뇨 로나르도!!' '리오넬~ 멧씨!!' 등등
그런 식의 고성방가를 부르는 분들이 바로 그 성인군자입니다.
일하는 입장에서 보면 짜증난다기 보다는 한심하다고 느껴질 때가 많네요.
그런 고성방가는 노래방에서 실컷 즐기시기 바랍니다.
2. 할미넴
게임을 하다가 잘 안 풀리면 짜증나실 때가 있지요?
그럴 때 나타나는 본능 중에 하나가 바로 욕이나 험한 말을 내뱉는 것입니다.
골이 안 들어가거나 골을 먹혔을 때, 혹은 옵사이드나 파울이 걸렸을 때 주로 나오는 말이
'아 ㅈ나.....' '옘ㅂ할!' '오 씨X!' 'X발!' 등등
그런 곱지 못한 말들로 게임 속에 있는 선수들을 탓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런 분들에게 고합니다.
"여러분의 입은 소중합니다."
3. 목수가 공구탓을 한다
게임을 할 때 조종기가 있어야 하죠?
플스에서 쓰는 조종기를 '콘솔' 혹은 '패드'라고 부르는데요.
자신의 경기가 안 풀릴 때, 꼭 콘솔 탓을 하는 분도 계십니다.
콘솔이 충전식인지라 배터리가 다 되서 조종이 잘 안 되면 어쩔 수 없지만,
제가 만져보고 조종해봤을 때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도 바꿔달라고 합니다.
자신이 진 게 쪽팔려서 그런 것일까요?
언제 한 번은 손님께 그런 이유로 콘솔을 10번 이상 바꿔준 일도 있었습니다.
"여러분의 의도대로 조종했을 뿐입니다. 그게 여러분의 실력입니다. 탓을 하지 마십시오!"
4. 사장님 방패
"아 사장님은 이렇게 해주시던데요?" "사장님이 있었어야 하는데..."
제가 일하면서 많이 들은 말들 중에 하나입니다.
정작 사장님 계실 때는 찍소리도 못하는 사람들이,
알바생이 있다는 이유로 사장님을 방패삼아 자신들 편한대로 게임을 즐기려 합니다.
"말 안해도 어련히 다 해 드립니다."
5. 광개토대왕
1:1 자리가 많이 있는 데도 불구하고, 자신은 항상 넓은 자리에서 해야 한다고 빡빡 우기는 분도 계십니다.
넓은데서 하면 실력이 늘어나나요?
가만히 지나가다 플레이를 보면 그렇게 잘하지도 않는 분들이 더 많습니다.
6. 갑질
요즘 매스컴을 통해 '갑질'이라는 키워드를 많이 접하시죠?
몇몇 단골 손님들이 알바생들에게 '갑질'이라는 고급 스킬을 시전하십니다.
자칭 VIP라는 아우라를 풍기는 분들이지요.
하지만 제가 일하는 곳은 그런 혜택이 저~~언~~혀 없습니다.
무슨 게임방에서까지 그런 것을 챙기시는 분도 있나요?
예컨대, "나 단골인데 음료수도 서비스로 안 주냐" "게임비 깎아달라. 나 단골이다" 등등.
심지어 반말을 하는 손님도 있습니다.
사실 이곳도 서비스업인지라 손님들에게 잘못 대하면 가게 이미지도 손실될 뿐만 아니라
서로 감정이 상해서 하던 것도 잘 안되는 것을 우려하여 제가 한번 숙이고 갑니다.
변을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죠. 추잡스러워서 피하는 것이지요.
참고로 저는 지금 일하는 가게가 오픈할 때부터(2002년) 자주 갔었던 단골 출신입니다.
차마 그런 말로 손님들에게 해명할 수는 없어서 가만히 있는 것입니다.
이상 제가 말씀드린 블랙리스트였습니다.
손님으로 오시는 분들 중에 저기에 하나라도 해당되는 분이 있다면,
한 번쯤은 생각해보십시오.
게임은 게임으로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인격은 소중하니까요.
전국에 게임업계에서 알바를 하시는 모든 여러분.
저와 같은 생각을 지니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힘든 일이 있다고 해서 좌절하지 마십시오.
분명히 여러분들 삶에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전국의 취준생 여러분!
해내십시다! 할 수 있습니다.
기나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