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어이없게 헤어지고 주변 사람들이 다들 어이없어 해주더라고.
워낙 내가 너한테 열심히 했었잖아. 그건 너도 인정하지?
내 할 수 있는만큼 다했다고 장담할 수 있고 또 그만큼 많이 좋아했어. 감히 다신 나만큼 널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할 수 있을만큼.
헤어지잔 말은 내가 먼저 했는데 왜 꼭 내가 차인 것 같은지... 나도 문제가 많았겠지만 넌 정말 날 많이 힘들게 했어. 내가 이렇게 눈물이 많은 사람인 줄은 처음 알았다, 덕분에.
잘해준 것 하나 없고 늘상 무뚝뚝한 사람이 뭐가 그리 좋았는지. 이상형은 다른 거 다 필요 없고 다정한 거 하나면 된다고 떠벌리고 다니던 내가 무안해질 만큼.
내가 많이 좋아했어. 맞아.
고백은 먼저 받았지만 시작부터 내가 더 좋아했었지. 내가 널 너무 좋아해서 내가 널 좋아하는 만큼 날 안좋아해줘도 되니까, 어느 정도만 좋아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지금 와서 생각하면 정말 안일했던 것 같다. 그게 얼마나 외로운 일인줄도 모르고...
물론 너도 나를 많이 좋아했었지만. 표현 못하고 수줍음 많고 무뚝뚝한 니 성격치곤 노력 많이 했단 거 알아.
그렇지만, 나는 사귀면서도 늘 외로웠어. 표현이 없으니까 자꾸 나만 좋아한다는 느낌이 들고, 나는 사랑 받고 싶어서 더더더 내가 노력하고 신경 썼어.
니가 마지막에 했던 말 기억나?
자기는 테스트 받는 것 같다면서, 후회 하지 말라는 내 말에 후회 안한단 장담은 못하지만 계속 사귀어도 너랑 나는 똑같을 거고, 힘들 거라던 말.
내가 사랑 받고 싶어서 하던 행동들이 널 힘들게 했구나 싶었어.
그 말을 들으니까 뼈 저리게 느껴지더라. 너랑 난 정말 안맞는다는 걸.
그렇게 내가 먼저 헤어지자고 하고 네가 대답 없이 프로필 사진이었던 내 사진을 내리고, 나도 정리를 시작했어.
프로필 사진을 내리고 카톡 배경을 내리고 널 숨김하고 배경화면을 바꾸고 잠금화면을 바꾸고 번호를 지우고 페북 프사와 배경을 지우고 연애중을 지우고 친구를 끊고 친구공개로 돌리고 글들을 정리하고 디데이 어플을 지우고...
폰에서 할 수 있는 정리를 어느 정도 하고 나니까 네가 준 것들을 정리해야겠다 싶었는데, 네가 나한테 준 게 없어서 정리할 게 없더라. 우습지 않아? 헤어질 때 편하라고 네가 신경 써준 건가봐. 너는 안 편하겠다. 내가 너한테 해준 게 한 둘이어야지. 부디 그걸 정리하면서 너는 후회하길 바래. 우리 관계를 끊은 것, 내 손을 놓은 것.
헤어지고 나서는 화가 좀 많이 났어.
나는 우리가 얘기하고 풀릴 줄 알았는데 너는 그동안 이별을 생각했던 거지?
만나는 사람들마다 우리가 사귀던 걸 알고 있으니 헤어졌단 말을 했어.
그러니까 다들 충격 받더라고. 내가 열심히 하던 모습에 우린 더 오래 갈 줄 알았대. 내가 너무 지극정성이더래.
난 그 말에 엄청 웃으면서 말했지. 맞아, 나도 그럴 줄 알았어 하고.
어이가 없으니까 그냥 화만 나고 별로 슬픈 것도 모르겠더라고.
널 마주칠 때마다 속이 쓰리고 씁쓸하긴 한데 단지 그것 뿐이지 그저 화만 나고...
그래도 다들 내 입장에서 많이 어이 없어해주고 화 내줘서 새삼 그게 위로가 됐어. 내 화를 대신 내줘서 내가 내야할 게 안 남은 느낌?
어제는 커플티를 자르고 찢고 버렸어. 내 돈 주고 샀으니 정당하게 찢었지, 뭐.
오늘은 카톡 숨김을 풀고 그냥 차단했다가 풀어서 아예 내 카톡에서 널 없앴어. 차단을 하려니까 미친 사람처럼 계속 찾아볼 것 같길래 그냥 아예 없앴다.
그리고 프사를 바꿀까 해서 앨범에 들어갔는데 무심결에 캡쳐 폴더를 봤어. 그랬더니 너와 했던 카톡들을 캡쳐해둔 게 수두룩... 많더라고. 다정한 말을 잘 안하는 네가 그런 말을 해줄 때마다 기뻐서 캡쳐해둔 게 우리가 사귄 시간동안 쌓이고 쌓여서...
그래서 지우려는 데 딱 망설여지는 거 있지.
톡방도 나왔으니까 내가 이 사진들까지 지우면 정말 우리가 연락했던 추억이 남는 게 없잖아. 그러니까 자꾸 망설여지는데, 지우긴 지워야겠는데 너무 아쉬워서... 이유 모를 눈물이 나려고 하더라. 헤어지고 분해서라도 한번도 안울었는데... 울기 싫어서 꾸역꾸역 참았어.
그 많던 사진들을 지울 때도 커플티를 내 손으로 찢을 때도 고민 안했는데 왜 어이없게 여기서 고민되는지.
결국 아직도 못 지우고 있다.
네가 그립다기보단 이 캡쳐 속의 서로 좋아하는 우리가 그리워서인 것 같은데... 이게 결국 너도 그립단 소린가.
근데 후회는 안해. 나는 정말 너에게 열심히 했으니까.
주변 사람들한테 호구 등신 소리 들을 정도로 잘했으니까ㅎㅎ
근데도 너가 힘들었다면 그건 정말 너랑 내가 안맞는다는 거겠지. 내가 너에게 투정부리다싶이 했던 행동들이 너에겐 싫었다는 거니까.
아쉽지도 않고 이젠 널 좋아하는 것 같지도 않아.
서로 좋아하던 우리가 조금 그립긴 한데, 헤어진지 며칠 안돼서 이러는 거겠지. 아마 괜찮아질거라고 믿어.
네가 괜찮아보이긴 하는데 크게 웃지 못한다는 얘기는 들었어.
지금은 네가 괜찮더라도 점점 아프고 후회했으면 좋겠다.
내가 연애중에 늘 흘렸던 눈물을 이제는 네가 흘렸으면 좋겠어.
나는 사귀면서 늘 아팠으니까 이젠 네가 많이 아팠으면 좋겠다.
후회하고 또 후회해서 네가 날 그리워했으면 좋겠다.
네가 나한테 못한 점만 떠올렸으면 좋겠다. 근데 그건 많으니까 뭐. 그치? ㅎㅎ
못해준 게 많은 남자들한테 온다는 후폭풍, 꼭 너한테도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