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자다
여느 남자들이 그렇겠지만 어디가서 징징대지 못한다
끙끙 앓기를 6개월만에 속 시원하게 여기다 풀어본다
네가 그렇게 좋아하던 판이고
내가 그렇게 중독이라 구박하던 판이다
필력이 썩 바람직하지않아
네가 보지는 못하겠지만..
12년 여름 무더운 여름 가장 무더운 그곳에서 투어 한번으로 생겨난 잔잔한 호감이 시작이었지
직급 말고 오빠라고 부르라며 내가 먼저 끼를 부렸지만ㅋㅋ
6월 27일
소박한 카페로 불러내서 좋아한다고 사귀자고 고백하고 숙소까지 더운 날인데도 함께 걸어왔잖아
조명 켜진 다리가 정말 예뻐서 와 진짜 예쁘다 라고 내가 감탄사를 내뱉을 때
넌 영혼을 어디에 두고 왔는지 응 이쁘네 라는 상당히 소울리스한 리액션을 했고 3년간 난 그걸 두고두고 구박했지ㅋㅋ
같은 직장에다가 집도 5분거리라 날마다 얼굴을 보고 날마다 데이트 하면서 발도장은 다 찍은것 같다
달콤에서 먹던 커피, 쫑포에서 먹던 소주와 낙지볶음이 제일 생각난다
계약이 끝나서 우린 다시 집으로 돌어왔고 연애 70여일만에 가는 첫 여행지는 제주도로 잡았지
3박 4일 여정인데 하필 태풍이 두 번이나 연속되는 덕분에 6박 7일이 되긴 했지만 잊을 수가 없다.
각자 한 대씩 하루만 스쿠터를 빌려서 앞서거니 뒷서거니 길치인 내 뒤를 달달달 거리며 따라오던 너였지
길을 잘못 들어서 왔던길을 몇번이나 다시 돌아오고.
나 사실 그거 살면서 처음 타본거얔ㅋㅋㅋ
타다가 비가 오는데 너는 멈추는 대신 신나하는 나를 위해 편의점에서 비옷을 사입고 다 젖을 때까지 신나게 해안도로를 달렸지
그게 왜 그렇게 신나고 재밌었는지ㅋㅋㅋ
그 여행을 끝으로
나이는 먹었는데 스펙은 없고 내가 취업 준비랍시고 놀다가 옷가게에서 알바를 하고 계속해서 떨어지는 이력서에 상처받아 그냥 이 옷가게에서 매니저나 할까 털어놨던 내게 너는,
감히 대학생 주제에 지가 쓰기도 모자란 돈으로 때가 되면 지갑에 몰래 현금을 넣어주고 떨어질만하면 언제 알고 기름종이며 스킨로션이며 립케어며 네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내 필요한 물건들을 선물해주고 더 힘내라고 해보자고 응원해줬잖아
그 덕분인지 13년 3월에 나는 대기업에 입사했고 차를 샀지 물론 애칭까지 붙여가면서 말이지ㅋㅋ
넌 누구보다 더 좋아하고 축하해줬고
그때부터 원없이 돌아다닌 것 같다.
드라이브를 좋아하는 너를 위해 시간만 나면 담양, 여수, 전주, 영광, 변산, 광양, 순천 근교는 물론 경상도에 대전까지 쭉쭉쭉 돌아다녔었지ㅋㅋㅋ 앗참 그 때 통영 브런치 가게에서 먹은 커피는 참 끝내줬지? 도깨비 언덕도 재밌었고 장성에서 네가 내 차를 운전할 땐 정말 심장이 부들부들하기도 했고, 카페만 가면 액션퍼즐이다 모두의 마블이다 몇 시간을 부여잡고 키득거리고 300일 땐 같이 케익 만들다가 투닥거리고 오락실 총쏘기 게임에 자존심도 걸고 하고싶다던 인형뽑기 말리느라 아주 혼났지 둘이 트럭으로 노점 장사할때는 또 얼마나 더웠던지.. 아 맨날 디비디방가서 보던 일본 대만 애니메이션 영화들도 잊을 수 없지ㅋㅋㅋ
스튜디오에서 커플 사진 찍은게 네이버에 뜨기도 하고 구찌 매장에서 쇼퍼백을 사준다고 호기부리다가 등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기도 하고ㅋㅋ
여튼 우리 함께보낸 그 시간에
가장 힘든 시기와 가장 빛나던 그 시절을 함께 보내던 그 때
너와 나는 사진과 추억과 사랑과 미래를 차곡차곡 쌓아두었지
그러다가 여름이 오고 함께 보낸 여름 휴가는 또 제주도였지
내 제주앓이 때문에 너는 주저없이 따라주었고 더욱 넉넉해진 주머니를 들고서 배타고 도착한 제주도는 역시나 그대로고 해산물을 못먹는 네 덕에 또 흑돼지를 잔뜩 먹었지ㅋㅋ
지난번에 가지못한 우도에 들러서 또 스쿠터를 빌렸고 이번엔 내 뒤에 네가 앉았지. 하필 그 날 비가 엄청나게 왔고 우리는 또 다시 흠뻑 젖었지만 너무 좋아하는 나 때문에 너는 같이 웃어주었지
그렇게 대단한 우리도
지금 생각하면 헤어진 이유가 뭔지
내가 그렇게 삶이 버거웠는지도 모르는
가장 소중한 너를 잠시만 내려놓는다는 핑계로
헤어졌지.
내가 회사일에 치여 스트레스가 심해지면서 지치고 예민한 모습들을 많이 보이면서 너도 상처를 많이 받았고 자존심도 상했을텐데도 너는 항상 웃어주고 안겨주고 손잡아주고 응원해주었다. 나는 그게 고맙고 미안한데 화도 났다. 나를 돌볼 시간이 필요하다고 시간을 좀 갖자고
아니. 사실 그 때 우린 처음엔 헤어진게 아닐꺼다.
시간이 달랐지 서로가 사는 시간이.
네가 나를 필요로 할 땐 내가 없었고
내가 너를 필요로 할 땐 네가 없었고
그런 어긋난 타이밍에 정말 헤어짐이 되어버렸고 나는 헤어짐을 실감하고부터 너를 잡았던 것 같다.
하지만 지친 너는 나를 받아줄리 없고 다른 사람이 생겼다며 연락을 끊어버렸지.
네 집 앞에 자주 갔어
벤치에 앉거나 차에 앉아서 창문만 보다오거나
네가 아장아장한 걸음걸이로 계단을 걸어나오는 모습을 상상하기도하고
시내도 학교도 자주 가고
집 앞 엔젤리너스랑 케냐도 자주 가고
흔적이 있던 그 모든 곳에 자주 갔다
그리고 네가 없는 그 자리에서 혼자 궁상을 떨었어
몇 시간을 카페에 앉아 편지도 쓰고
지우지 못한 우리 사진을 어루만지면서
떨어진 고개만큼 떨어지는 눈물도 참...
내일이면 서른인데 별 짓을 아줔ㅋㅋ
회사 로고송으로 바꾸라는 컬러링은
혼나면서도 네가 선물해준 토끼송을 고집하고 말이지ㅋㅋ
미리 준비한 크리스마스 선물도 사다가
연애할 때처럼 현관문 앞에 두고
4년에 한번인 네 생일 땐 받고 싶어하던 꽃과 케잌도 몰래 두고오는 나는 참 트루 호구 짓을 보여줬지
나 아직도 그렇게 산다
헤어진지 이렇게나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
너는 이미 다른 사람과 사랑하고 있을텐데
순수한 사랑의 마지막 시절을 보냈고
살면서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보냈다
가장 내가 나 다울 수 있었고
사귀는 내내 네가 예쁘지 않은적이 없고
한번도 사랑하지 않은적이 없다
그러나
너보다 더 좋은 사람들은 있을지 몰라도
이제 너는 없기에
소개팅에 나가도 시큰둥하고 마음이 열리지 않으니 썸이 탈리 없고, 그냥 항상 너에 맞춰 비교하고 정리해버린다.
맞춰주는 사람이 있어도 그게 너만큼 좋아지거나 고맙거나 미안해지지가 않는다.
지오디 콘서트 같이 못가줘서 미안하다
좋아하는 야구장도 같이 못가줘서 미안하다
내가 좋다는건 다 해준 넌데
네가 좋다는걸 다 해주지 못한 내가 참 밉다
언젠가 우연히라도 마주치면 좋겠다
네 옆에 누군가가 있다면 행복하게 웃는 너를 볼 수 있을테고 아무도 없다면 나는 물어보고싶다
비오는 날 다시 한번 스쿠터 타주면 안되겠냐고..
다른건 모르겠다. 집안일을 많이 해줄지, 아들을 보고 딸보다 좋아할지, 지오디 콘서트를 보러 가줄지,
하지만..
그때는 보고싶다는 말을 좋아하는 네게 매일 보고싶은 사람이 되어주고싶다. 이제는 비가와도 달리는 대신, 잠시나마 멈춰서 젖은 네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사람이 되어주고싶다.
아토피랑 비염은 괜찮니
여전히 예쁘겠지 넌
차마 용기가 안나 네 페북에 들어가지를 못한다
보고있냐
보고싶다
아주많이
오랫동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