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서대문형무소에서 만난 무개념아이엄마

흥선이 |2015.03.16 09:54
조회 18,980 |추천 100

서울사는 25살 취준생입니다.
14일 토요일에 지방에서 올라온 사촌동생과 서대문형무소를 다녀왔습니다.

저는 사적지를 참 좋아합니다. 특히 궁을 참 좋아하는데, 서울에서 가장 큰 법궁인 경복궁은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중국인관광객들이 너~무 너무 많아서 발길 끊은지 삼년정도 되었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 재래시장보다 더 시끄러우니까요.

반면 서대문형무소는 아픈 역사를 간직한 곳이고 참으로 많은 독립투사들이 눈을 감은 곳이라서 비교적 조용한 편입니다. 외국인 관광객도 많지 않구요.

서대문형무소에 가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본관 건물에 지상은 전시박물관, 지하는 고문실로 되어있죠.

지상 전시박물관에 가면 독립운동에 대한 각종 자료도 많이 전시되어있기 때문에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소곤소곤하며 알려줍니다. 그 날도 어떤 아저씨가 딸아이에게 소곤소곤 퀴즈를 내서 뒤 따라가던 저와 사촌동생과 제가 입모양으로 정답 맞추면서 같은 동선으로 따라갔습니다. 보기 좋더라구요. 아빠가 소곤소곤하게 얘기하니까 아이도 소곤소곤 대답합니다.
지하 고문실에 가면 모두가 숙연해집니다. 손톱 밑에 뾰족한 바늘을 찌르는 고문을 설명한 섹션 바로 옆에 실제 고문을 경험한 독립운동가의 영상 증언을 볼 수 있는 구역이 있습니다.
거기서 동생과 영상을 보고 있었습니다. 동생은 눈물이 글썽글썽해서 영상을 보고 있고 외국인 몇명과 다른 우리나라 사람들이 열댓명정도 서서 영상을 감상하는 중이었습니다.

하, 어떤 아줌마가 아들 둘을 데리고 고문재현실 앞에서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로(지하라서 실외보다 더 크게 울림)
"어, ㅇㅇ아!!!! 일로와!! 이거 봐봐! 여기 이걸로 손톱 밑을 찌르는거야! 그러면 으악! 으악!하면서 아프겠지???" 하면서 아들한테 설명을 합디다.
그러면 유치원생,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 되어 보이는 아들들은 "헐!!" 이러고; 다음 섹션 이동할땐 반드시 뛰어서 이동함. 타다다닥 소리나게. 애새끼들 놀이터가 따로 없었습니다.

너무 기분이 나쁘고 싫어서 '뭐 저런 사람이 다있어'하는 눈으로 제가 계속 째려봐도 아들한테 설명해주느라 정신 없습니다. 누가 지를 쳐다보는지도 모르고 우렁차게 지새끼한테 설명해주고 난리입니다.

고문증언영상에서 코너 돌아가면 딱 사람 하나 겨우 들어갈 방이 있습니다. 일종의 고문이죠. 그걸 체험할 수 있게 해놓았습니다. 그 아새끼들 거기 들어가서 꽥꽥 소리지르면 그 애엄마 좋~다고 사진찍어줍디다. 진짜 그 지하감옥에서 그 아줌마 목소리밖에 안들렸습니다. 독방 재현해 놓은 곳에 음성스피커로 "대한 독립 만세!" 하는 방이 있는데, 그 소리가 아줌마한테 먹혀들어가서 아줌마 목소리만 들림.

어느나라 사람인지는 몰라도 외국인 두명도 계속 거기 쳐다보고, 저랑 사촌동생도 경건한 마음으로 관람할 마음 싹 사라져서 그냥 올라왔습니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욕을 욕을 했습니다. 무식해도 무식해도 저렇게 무식할 수가 있나. 여기가 어딘줄은 알고 와서 저러나 싶고, 저 애들도 커서 아비가 되면 지 애들 데려와서 똑같이 하겠다 싶더라구요.

서대문형무소라고 모두가 글썽글썽할 필요없죠. 이제는 담담하게 인정해야할 아픈 역사이고, 이미 일어나버린 일이니까요. 잊지 않는 게 중요한건데, 그래도 해도해도 너무하단 생각이 들더라구요.

카페 무개념, 백화점 무개념, 식당 무개념 등등 일부 무개념 엄마들에 대한 기사나 톡이 올라오면 '뭐 저런 사람이 다있나' 싶다가도 내가 애 안낳아봤으니 저사람과 내가 같은 사고를 할 수는 없겠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제 눈으로 직접 보니 기가 차더라구요.

애들이 너무 호기심이 왕성하고 엄마도 본인 데시벨을 스스로 조절할 수 없다면 서대문형무소처럼 숙연한 박물관보다는 민속촌이나 경복궁, 덕수궁처럼 좀 시끄럽게해도 티 안나는 곳에 데려가는 게 맞습니다(물론 덕수궁도 아픈 역사이지만, 현재 그곳 분위기는 그렇지 않죠)

글쓴이도 어릴 때 서대문 형무소를 갔습니다. 그땐 지금처럼 친절한 박물관은 아니었습니다. 지금보다 더 어둡고 더 쓸쓸했습니다. 엄마가 별다른 설명 안해주었지만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역사이기 때문에 기억에 오래남습니다. 흙 묻은 용수는 엄청나게 강렬합니다. 엄마가 그렇게 소리소리 질러가며 설명안해주어도 괜찮다는 겁니다.

그 아줌마는 외국에 나가서도 꼭, 반드시 꼭 그럴 것 같습니다. 나라망신 개망신아줌마.

이상, 못배워도 너무 못배워서 무식이 통통 튀는 아줌마를 목격한 목격담이었습니다.
추천수100
반대수6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