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반하고 혼자 좋아하고 혼자 설레고 아파하다가
길다면 길었을 제 짝사랑을 오늘 끝내려고 해요.
친구들이랑 얘기할까. 생각도 했지만
모두들 축하하고 응원해줬던 첫 연애 상대에 크게 상처받고 데였던지라
누군가를 좋아하고 만나는 것에 있어서 더는 불쌍해보이고 싶지 않아서요..
누가 읽어주지 않더라도 인터넷 상에서나마 이렇게 글을 써서 얘기하고 싶었어요.
그친구는 저랑 동갑이에요.
처음 봤을 땐 키도, 외모도, 목소리도 제 이상형이랑은 정 반대였어요.
저랑 비슷한 키에 똥글똥글한 얼굴에 제가 좋아하는 동굴목소리도 아니었어요.
첫눈에 반한건 더더욱 아니었어요.
보통은 첫눈에 반하지 않았더라도, 반하는 포인트가 있다고들 하잖아요.
그친구는 포인트라는게 없었던것 같아요.
노래를 부르면 같이 피아노치며 놀았던 기억이 나고
같이 불렀던 노래가 들리면 그때의 목소리까지도 기억이 나고
누가 저한테 똑같은 장난을 치면 그 웃음이 보였다가
그렇게 한번씩 한번씩 문득문득 생각이 나다가.
그친구가 공부때문에 미국에 가게 됐었어요.
2년정도 미국에서 지내다가 한국에 들어오면 바로 군대를 가야 하는 나이었고, 그때 전 취직을 했을 나이었죠.
저는 그친구에게 그냥 좋은 친구일 뿐이었으니까 아무렇지도 않은 척, 잘 가라 갔다와서 군대나 가라 미국에서 까불다가 어디서 총이나 맞지 말아라 그러면서 웃으면서 배웅했었어요.
비행기 타기 하루 전날에, 그 친구를 알고지낸 1년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제가 너무 한심하고 속상하고 답답해서 엉엉 울기만 했어요. 1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저 친구인 척 지냈던 아무것도 안했던 제가 너무 한심했어요.
마음으로는 벌써 열번도 백번도 고백하고 남았을텐데 아무것도 못하고 그냥 평소처럼 장난치며 배웅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도 인연이면 다시 만나게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그친구를 보냈어요.
그런데 그친구가 집안 사정으로 1년만에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게 됐어요.
인연이면 다시 만나게 되겠지.
이 생각이 계속 맴돌았는데
다시 만나서 너무 반갑고 그동안 계속 생각나고 걱정되고 보고싶었는데
몸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전 그동안 마음이 두배 세배로 커져있었어요.
아무것도 못했고 티도 못냈던걸 엉엉울며 후회했던 기억에
이번엔 표현해야지. 이젠 말해줘야지. 하고 마음먹었었는데
이미 그친구는 미국에서 만난 한국인 친구와 교제 중이었어요.
친구인 저에게 여전히 편하게 손을 잡고 하이파이브를 하는 그친구는 그럴때마다 제 마음이 얼마나 아픈지 몰랐을거에요.
혼자 반하고 혼자 좋아해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제 잘못이에요
상대방은 당연히 아무말 아무행동 하지 않는 저를 모르는데
혼자서 아파하고 슬퍼하고
...
내일은 그친구 생일이에요
평소에 사진찍기를 엄청 좋아하는 친구라, 생일이 되기 한참 전부터 봐뒀던. 정말 잘어울릴거라 생각한 카메라 가방을 선물하고 짝사랑을 끝내려고 해요.
그거 주면서 제 마음까지 다 보내져서 저한테는 그 마음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