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6일, 개나리 피던 어느날>
봄도 아닌 한 겨울에 개나리가 피었다.
싹을 틔우고 꽃잎도 달렸지만 열매를 맺지 못한채 멈춰섰다.
산기슭 양지도 아닌 아스팔트 위에 개나리가 피었다.
차갑고 척박한 땅 위에 생명없는 뿌리를 내리고 숨결없는 꽃잎을 피웠다.
비도 햇볕도 없는데 개나리가 시들지 않았다.
저 먼 고요한 진도 앞바다의 물을 끌어올려 모든 땅에 이르렀다.
봄은 갔는데도 개나리가 시들지 않았다.
숨결없는 꽃잎에 말할 수 없는 염원과 소망이 담긴 듯 꽃잎은 떨어지질 않았다.
4월 16일 어느날에 핀 개나리여,
어이하여 너는 낱낱의 조각이 아닌 하나의 잎만 피어 꼬여있느냐
어이하여 너는 녹슬어가는 가지 위에 지지않는 생명을 내렸느냐
어이하여 너는 수 많은 누군가의 부름에도 침묵으로만 답하느냐
이제는 정적만 흐르고 누군가의 발길없는 진도 앞바다의 물 머금지 말고
양지로 들어가 냉혈을 풀고 한 줌 흙 되어 새 생명으로 다시 피어나라
그리고 저 너머 얼굴 알 수 없는 누군가의 부름에 꽃잎을 흔들며
못 다핀 열매를 맺어 이듬해 진정한 봄날에 숨결의 꽃잎을 피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