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와 잎새의 터키 자유여행기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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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 따사로운 안탈리아
밤 11시 네브쉐히르를 출발한 버스는 밤새 달려
아침 7시 무렵 안탈리아 인근에 도착했다.
우리가 틴 메트로 suit 버스는 우리나라 우등버스처럼
3열로 돼 있어 널찍했지만 목 부분이 반듯하게 펴져 있어서
잠을 자기엔 영 불편했다. 졸다 깨다 졸다 깨다 그렇게 8시간을 달려왔다.
헌데 이 버스, 안탈리아에 다 와서는 기관고장으로 멈춰섰다.
10분, 30분, 1시간이 지나도 묵묵부답.....
무려 2시간이 지나서야 복구를 마치고 오토가르로 향했다.
헌데 승객 중 누구도 불만을 드러내지도 않았고 기사도 아무 말 없었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난리가 났을 텐데..
버스가 고장난 덕분에 숙소 체크인 시간에 딱 맞춰 갈 수 있게 됐으니
전화위복 아니냐며 말도 안 되는 위안을 하는 우리.
따스한 햇볕이 좋았던 안탈리아
전날까지 머물렀던 괴레메가 내가 살던 강원도의 날씨를 연상케 하는
매서운 겨울이었다면 안탈리아는 막 봄을 맞이하는 느낌이 들었다.
아직 바람은 차지만 내리쬐는 햇살의 포근함이 어깨너머로 느껴졌다.
터키에 온지 10여일이 넘었는데 처음 느껴보는 따스함과 포근함이었다.
칼레이치 구시가지에 내려 하드리아누스 문까지 너댓명에게 길을 물어물어 도착했다.
이 문을 기준으로 안과 밖의 세계가 확 바뀐다.
◇로마시대 황제 하드리아누스가 이곳을 방문한 것을 기념해 세워진 하드리아누스의 문. 2층 구조였는데 현재는 1층만 남아있고 세개의 아치와 아름다운 기둥 양식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밤이 되면 문 안쪽에 있는 클럽의 음악으로 시끌벅쩍해진다.
우리 숙소는 이 문을 통과해 구시가지 골목에 들어가야 나오는데 찾는데 꽤 애를 먹었다.
구시가지 골목은 오스만 스타일과 파스텔톤의 포근한 건물들이 들어서 있었다.
골목 자체가 꽤 멋진 공간이었던 셈.
우여곡절 끝에 숙소에 가니 직원이 대뜸 괴레메? 라고 묻는다. 우리는 씩 웃으며 그렇다고 답했다.
다행히 우리의 짧은 영어 메일을 온전히 이해해준 직원은 별도 비용 없이 예약을 하루 미뤄줬다.
안탈리아 숙소는 비수기임에도 비교적 센 편이었는데 우리가 머문 숙소는 평균의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혹시나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외관은 작고 낡아 보였는데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이런 비경이!!!
창 너머로 지중해와 저멀리 눈 덮힌 산이 한 눈에 보였다. 이런 방을 이렇게 싸게 내주다니!!!
짐을 풀자말자 과일까지 선물하는 센스!!!
햇볕 따라 구시가지 한 바퀴
짐을 풀고 칼레이치 구시가지와 항구를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터키 여행지 대부분이 중심가에서 도보로 다닐 수 있듯 안탈리아도 걷기 딱 좋았다.
우리는 점심을 먹고 트램 길을 따라 시계탑, 공원, 항구까지 걸었다.
중간에 있는 공원에 노천카페에 앉아 차이를 마시며 둘러본 모습이 포근하다.
◇왼쪽 이블리 미나레(뾰족하게 솟은 첨탑)와 마을의 모습.
◇독특한 형태의 이블리 미나레
◇항구 쪽 모습, 투어용 보트가 많이 들어서 있다.
◇지중해의 따사로운 햇볕을 즐기는 냥이.
나중에 별도로 포스팅하겠지만 개와 고양이가 참으로 자유롭게 뛰노는 나라다.
이곳 노천공원도 여러 마리의 고양이가 제집 드나들 듯 테이블 곳곳을 넘나들었다.
사람을 경계하지 않는 고양이라니...
아래쪽으로 내려 가면 이렇게 초미니 자미도 볼 수 있다.
하늘을 찌를 듯, 주변을 쥐어삼킬 듯 어마무시한 성전을 짓는다고 신이 기뻐할까?
이 사원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잎새 잎새, 멈춰봐
우리 그림자로 하트 만들어보자
이렇게 이렇게
옳지 조금만 더
재미 없다, 유치하다 나 안 할래
-_-;;;;
살포시 한 바퀴 돌고 왔을 뿐인데 기력이 뚝 떨어졌다.
이제 심야버스 1번만 타도 지칠 나이가 된 것인가....
첫날 안탈리아 여정은 아쉽지만 휴식으로 대체!!
클레오파트라가 신혼여행 왔다는 아름다운 도시 시데
둘째날 우리는 숙소를 인근으로 옮기고 정오 무렵 시데를 가기 위해 나왔다.
안탈리아 인근엔 아스펜도스, 페르게, 시데 등 고대 도시들을 둘러볼 수 있는 곳이 많다.
우리는 일정상 그중 일몰이 아름답고 아폴로 신전이 있는 시데만 둘러보기로 했다.
시데를 가기 위해선 안트라이를 타고 오토가르로 가 마나브가트 행 버스를 타야 한다.
마나브가트에서 다시 시데로 가는 돌무쉬를 타야 하는데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걸렸다.
마나브가트 가는 길에 잔다르마(터키 군 경찰)의 검문검색이 있었는데 탑승객의 신분증을
모두 수거하는 모습이 이채로웠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도 예전에 검문 많았는데...
시데에 도착하니 곳곳에 유물 잔해들이 좋게 말하면 지천에, 나쁘게 말하면 방치돼 있었다.
돌무쉬 내린 곳에서 원형극장 걸어가는 길 양옆 모두 로마시대 집터였다고.
시데에는 보존상태가 비교적 좋은 원형 극장을 볼 수 있다.(아스펜도스만큼은 아니지만)
원형극장은 산 비탈을 수직으로 깎아 그 면을 벽면으로 삼은 양식이 보편적이고
그 후에 좀더 기술이 발달해 평지에 축대를 세우고 짓기도 했다고 한다.
시데의 극장은 기술이 발전된 후자의 양식을 따랐다.
시데는 안탈리아가 도시로 세워지기 전 일대에서 제일 번성하던 항구도시였다.
알렉산드로 대왕이 직접 원정대를 끌고 이곳까지 찾았을 만큼 해상교역의 중심이었다.
아직 해독되지는 않았지만 고유의 언어와 문자를 사용했으며 시데라는 이름은 석류를 뜻하는
원주민들의 말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10세기 이전까지 줄곧 번성하던 시데는 에페스처럼 항구 바닥에 퇴적물이 가득 쌓이면서
항구 기능을 상실하게된 후 서서히 몰락하게 된다.
이 도시를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석양 지는 아폴론 신전에 반해서 온다.
우리도 석양 시간에 맞춰서 식사를 하고 신전 쪽으로 향했다.
겨울철 비수기라 그런지 우리가 가기로 한 식당은 죄다 문을 열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찬 바람 그대로 들이차는 야외식당에 앉았다. 바닷바람은 어딜가나 매서웠다.
한창 밥을 먹고 있는데 멀리 구름에 가려 살포시 석양이 지고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섰을 땐 이미 그 절정도 지난 뒤였다.
신전을 뒤로 석양이 걸린 사진을 찍고 싶었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신전의 기둥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지만 예사롭지 않은 풍채를 품긴다.
(썰이긴 하지만 클레오파트라가 남편 안토니우스와 목욕을 하고
석양을 바라봤다는 신전이기도 하다.)
고대 조각의 모든 것, 안탈리아 박물관
다음날 짐을 다시 꾸려 다음 행선지로 갈 준비를 마친다.
오전 시간이 남아 우리는 안탈리아 박물관을 찾기로 했다.
우리가 머물렀던 숙소는 독일 출신 아주머니와 그 아들이 운영하고 있었는데
말은 잘 통하지 않았지만 친절한 사람들이었다.
이날 마침 내 생일이었는데 센스 넘치는 아들은 전날 체크인 하면서 생일 케익을
준비해 아침 식사 때 깜짝 이벤트로 선물했다.
타지에서 맞는 생일상이라니, 생각지도 못한 호사에 고마워 어쩔 줄 몰랐다.
감사 인사를 전하고 나와보니 햇볕은 포근하다 못해 따사롭기까지 했다.
박물관을 가기 위해 옛 트램을 기다리는 중.
이스탄불의 노스텔지어 트램과 비슷하게 생겼다.
안탈리아 박물관에는 인근에서 출토된 유물과 함께 페르게 등 주변에서 가져온
조각상들로 가득했다. 우리가 갔을 땐 헤라클레스 관련 특별전이 열린 모양.
아래 두 조각상은 하드리아누스 황제상인데 조각상의 섬세함이 보통이 아니다.
페르게에서 가져온 아프로디테상
사냥하는 아르테미스상
제우스상
방패를 쥐고 있는 아프로디테상. 방패의 문구는 조각상 제작을 후원한 사람의 이름.
헤르메스
알렉산더 대왕
헤라클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