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가 이런 글을 올리게 될 줄 몰랐는데,
너무 답답한 마음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냥 푸념이라고 흘러들어주셔도 감사하고
결혼 선배들의 조언은 더욱 감사히 생각하겠습니다.
결혼한 지 2년 차 입니다. 남편과 저는 집안 사정이 매우 다릅니다.
어느 집안이나 안 그렇겠냐만은 남편은 특히 더 애지중지 귀하게 키운 맏아들입니다.
하나에서 열까지 서포트 해주는 어머니와 안정적인 집안 형편, 고생을 모르고 자랐어요.
저는 그 정~반대로 부모님 이혼하시고.. 아버지 돌아가시고.. 가정형편도 좋지 않고.
그래도 열심히 살아서 대학도 좋은데 졸업하고, 번듯한 직장생활을 하다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을 했어요.
그런데 이 두 집안은 달라도 너무 다른겁니다.
저희 엄마는 전형적인 어머니 상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자존감도 낮고, 열등감도 많고, 딸자식들이 워낙 고생을 안 시켜서 그런지 본인의 감정이나 생활을 더 우선시 하시고, 엄청 무신경하세요. 그 덕분에 제가 더 독립적일 수 있었던 것도 있지만. 누가 보면 너무 섭섭할 정도로 무심하신 부분이 있어요. 사돈 대하는 것도 어려워하시고, 그냥 좀 피하시려고만 하시고 .. 그래요. 시부모님은 전혀 반대십니다. 사실 저희의 결혼을 엄청 반대하셨어요 처음에. 결혼은 가족과 가족의 결합인데, 제 사정 아시고는 아들 넌 견디기 힘들거라며 반대하셨다고 합니다. 또 저희 엄마 만나시고 부터도 이거 영 우리랑 맞지 않다. 라는 느낌 받으셨고요. 막말로 수준이 너무 안 맞는다는 겁니다. 남편도 저희 집안에서 풍기는 묘하게 쌔한 분위기를 느끼긴 했지만 각오하고 결혼을 했죠. 그런데 해가 갈 수록 그로 인한 외로움에 너무 괴롭나 봅니다.
남편은.. 그동안 귀한 대접 받으며 자랐고, 아무것도 없는 여자 좋아서 결혼은 일단 했는데.... 연애때처럼 모든지 똑부러지지 못한 아내가 아쉬운 점도 한두개가 아니고.. 여자 집안에서도 무시당하는 느낌이 든대요. 날 대놓고 무시하는 건 아닌데, 기피하는 느낌. 너무 어려워만 하는 느낌. 자기 딸을 위하는 것 같지도 않고..
(특정 상황을 예로 들면.. 명절날 자기 엄마한테 선물만 보내고 전화 안하는거? 딸을 생각해서라도 사돈이랑 친하게 지내려 노력해야 되는거 아니냐.. 나중에 나이 들어 혼자 사시기 힘들어지면 딸한테 의지해야 하는데 나중 생각하셔서라도 지금 이렇게 막 살으시면 안되는거 아니냐.. 난 사위지 너네 집안 셔틀버스가 아니지 않냐, 너네 큰 이모는 왜 나를 이름으로 부르냐 같은, 어떻게 생각하면 쉽게 넘길 수도 있는 작은 부분들 까지. 나쁘게 생각하기 시작하니 전부 다 밉보이네요.)
그런 섭섭한 마음이 지금까지 쌓여서 결국 폭발했네요.
너도 이제 내가 너네 집안 욕하는 거 듣기 지겹지 않니.
이렇게 서로 괴롭게 사는게 맞는거냐. 이렇게 애쓰며 맞추려 살 만한 가치가 있을지 진지하게 생각해보자 라고 하네요.
저도 저 나름대로 힘들었습니다. 이 집안의 높으신 기준에 맞추랴 제가 힘들어도 참고 견디고 바뀌려 노력하는데도 하루 아침에 바뀌는 건 아니더라구요.
저랑 살아온 환경이 너무 달라서 노력해도 티도 안나요ㅎ 18평 살다가 35평 살려니 집안 인테리어 부터, 돈 쓰는 범위부터, 모든 것이 새로 배우는 것 처럼 어색했습니다. 집안일도 원체 안했어서 요리도 청소도 잘 못하구요. 시어머니한테 남편한테 구박도 많이 듣지만 그런건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이면, 또 내가 게으르지만 않으면 극복할 수 있는거니까 잘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가족간의 문제는 제가 친정과 최대한 거리를 두던지 아님 중간에서 다리 역할을 잘해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이 후자가 정말 하기 어려운 것이더라구요. 남편이 느끼는 감정들까지 제가 차단시킬 순 없는거니까요.. 이렇게 말하니 저희 집안이 정말 막장같은데 그정돈 아닙니다. 처가 살이의 어려움, 뭐 이를 테면 대놓고 면박을 준다거나, 내 딸 힘들게 한다며 은근히 핀잔을 준다거나, 같은 건 전혀 아닙니다. 남편이 생각하는 도리, 예의 등 매~우 기본적인 것에 우리 집안이 너무 어긋난다는 겁니다. 접점이 전혀 없다는 거에요. 전 그 기본이란 게 집안 마다 다른데 그걸 어떻게 맞추냐 오빠가 좀 참아줄 수 있는 부분도 있어야지 하는건데 이젠 참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거에요.
원래 남자 가진 집안들은 다 그런가요?
오히려 무심한 장모가 사사건건 참견하는 장모보다 낫지 않나요.
결혼은 다른 무엇보다 부부가 잘 맞으면 되는거 아닌가요?
이런 부차적인 것들이 근본을 흔든다? 정말 너무 섭섭하면 이렇게 될수도 있는건가요.
전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앞으론 좀 오빠가 섭섭해 할만한 상황들을 미리생각해서
엄마한테 언질도 좀 주고, 그래야 하는 방법 밖엔 없다고 생각합니다. 엄마도 좀 느끼시는 거 같아요.
제가 몇번 엄마 이럴때 오빠한테 수고했다고 한마디 더하구 그래 그랬더니 넌 이런거에 굉장히
예민하구나 그러시더라구요. 제가 그렇다는 게 아니라 사위가 그렇구나. 그래서 너가 좀 힘들구나 사이에서. 라는 뒷말이 숨겨져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쓰렸습니다.
전 사실 저희 엄마 불쌍해서 이런거 겪게 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건 어느 딸아이나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답이 없는 이 숙제. 끝까지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