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평범한 26살; 1년된 유부녀입니다~
사실 판글 읽을때 뭐 이런 일이 있나해서 신기했는데 저 한테도 재밌는 일이 있어서 그냥 올려보려 합니다 ㅋㅋㅋ
저는 지금 9살 연상 남편과 작년 2월에 혼인신고후 신혼을 즐기고 있습니다. 지금 제 남편은 저희 언니 흔히 말하는 부랄친구였습니다 (그래서 인지 우리 언니만 결혼 반대를 잠깐 ㅋㅋㅋ). 태어나기 전 부터 중학교 1학년 때까지 오빠를 봤었는데, 언니가 장학금으로 유학을 가서 고등학교 2학년 때 다시 만나게 됐어요... 우와... 제가 그때 반했어요 ㅋㅋ 공부하다가 쇼파에서 곯아떨어지던 오빠가 아닌 되게 깔끔하신 성인남자분이 계셨거든요~ 어쨌든 그때 부터 제 짝사랑이 시작되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오빠랑 어쩌다보니 똑같은 대학의 같은 법대를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언니가 맨날 저를 좀 챙기라고 오빠를 부추겼습니다. 처음엔 저를 아가 시절부터 봐오셨던 분이라 제가 여자보이지 않으셔서인지 정말 꺼리낌없이 대하시더군요. 그때 당시 여자친구 분도 있으셔서 저 또한 제 마음을 숨기기 급급했고요. 그러던 언제인가 여자친구와 혜어진 오빠한테 실수로 취중고백을 해버렸습니다. 그때 부터 확 철벽을 치기 시작하더라고요, 네가 태어날 때 부터 봤는데 여자로 보이면 그건 변태아니냐고요 ㅋㅋㅋ 결혼까지 하셨으니 변태이신가봐요... 어쨌든 제 오랜 팬심근성 때문인지, 철벽을 오랬동안 견디다가, 제가 17살때 시작한 짝사랑을 21살때쯤 마음을 주섬주섬 다시 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제 또래이신 동아리 선배님이랑 사귀게됬습니다. 그래도 가끔 오빠한테도 연락을 했는데, 철벽이 되게 말랑말랑해지더라고요, 아마 제가 남친이있어서이구나 했죠. 근데 그 '전남자친구'분과 크게 싸우고 힘들어 할때 고백을 하더라고요..제가 그때 또(!) 알딸딸해서 기억이 잘 안나지만... 저한테 제가 좋아하는 젤리봉지 하나 주면서 사과하면서 고백을 했었던거 같아요.. 좋아하는 그 마이*미 젤리를 주면서 너 아직도 이거 좋아하면 나랑 사귀자라고 했는데... 그때 제가 그걸 다 쳐 먹었요. 그리고 3년 연애하고 결혼하자는 무미건조하지만 가장 행복했던 말을 듣게 됬죠..
그때였습니다, 성격 급한 저희 오빠가 살짝 맛이간게. 저희가 언니 눈초리 때문인지 항상 속도를 준수하게 달리던 오빠가, 속도위반도 한게 아닌데 결혼 준비를 막 장난 아니게 했습니다, 마치 애가 막 태어날 것처럼. 그리고 그 어렵다던 결혼 준비가 2주 정도 결렸습니다 ㅋㅋㅋ 전 한게 없고, 대체적으로 오빠가 "너 이거 할래... 이거 할래"에 "음...이거"로 어떻게 됬죠. 결국 순서 뒤죽박죽으로 결혼 한달만 남기고 상견례를 했습니다. 사실 제가 이모들이랑 친해서인지 아주머니들과 할머니들을 상당히 좋아합니다. 하지만 제 어머니는 제게 단단히 이르셨습니다, 시어머니는 다르다고, 마치 자신의 남편을 뺐어가는듯 며느리를 본다고. 그러고 보니 오빠가 아버님에 대해 많이 얘기해도 어머님 얘기는 어색한 미소와 "도덕적이신분이다…"라고 밖에 안했더라고요. 그리고 후덜덜한 마음으로 상견례에 갔는데 어머님빼고는 우리 시누이랑 아버님 모두다 있었어요. 알고 보니 저희 어머님이 봉사활동으로 캄보디아에 가셨는데, 승질 급하고 맛이간 저희 오빠는 그걸 까먹었더라고요. 그래도 어머님이 없는 결혼식은 아닌것 같아서 청첩장을 거의 완성했던 우리는 식은 취소하고, 혼인신고 부터하고, 예약된 신혼여행 ㅋㅋㅋ 준비한 신혼집에 가서 결혼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저번달에 어머님이 한국에 돌아오신다는 소식에 정상적인 결혼식을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저희 어미님을 긴장하는 마음으로 만나뵈러 갔습니다. 저희 아버님 말씀으로는 저희 언니외에 이 결혼을 탐탁치않게 여기신 딱 한분은 저희 어머님이라고, (저희 부모님은 오빠를 참 언니 보다 좋아합니다, 딸을 9살 많은 아저씨한테 도둑맞든 관심이 없었어요..) 9살 연하가 뭘 알겠냐고 하셨다고... 딱히 제 건강에 도움이 안되는 말씀이셨습니다. 근데 어제 어머님이 공항 자동문에서 나오시는데.. 오빠가 막 인사하는데..제가 가장 존경하신 분이 나오시는 겁니다. 정말 놀랐습니다, 물론 저희 어머님도요. 사실 제가 고등학교 때 제가 공부를 살짝 잘 하는 편이여서인지 저희 부모님은 항상 저한테 의사가 되라고 하셨서요, 저한테 뭘하고 싶은지 물어보시지도 않고요. 저도 딱히 꿈은 없어도 피를 보면 힘도 빠지고 그래서 의사는 하기 싫었어요, 그때 저한테 지금의 제 꿈을 심어주신 담임쌤이 있었어요... 저한테 세상은 많이 넓은데 네 앞 조금만 보지 말라고하신 분이기도 하고요. 항상 제가 고민있을때도 먼저 물어보던 사람이 저희 언니랑 선생님이였을 정도로 담임이 바뀌어도 친하게 친하게 지내주셨습니다. 물론 연락이 뜸해지신지 몇년되도 추석 문자는 보내드렸는데... 근데 그 선생님이 제 시어머니라니 기분이 굉장히 좋아졌습니다. 다리 풀리려고 했던게 굳건해지고. 왜 오빠는 어머님 사진이 없을까요? 아니 진작 알았다면 제가 제 소개를 그렇게 열심히 안 짜가도 되는건데. 막상 보니 둘은 되게 많이 닮았더라고요, 서로 되게 어색해 하는 것도요. 그러고 나서 어머님과 밥먹었죠 뭐... 원래는 어린 며느리 트집 많이 잡으시려 했는데 안 그래도 되겠다면서 빈말도 하시면서 제 긴장도 풀어주시고. 세상이 좁은데 선생님이 남편 어머니인거 같고 뭐 그리 호들갑을 떨어서 쓸데없는 글을 읽게 했느냐고 하시겠지만... 저는 제 인생에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친 두사람이 가족이란게 정말 신기했습니다. 이젠 진짜로 한가족이 되는 건만 남았네요~
이상으로 실없는 글을 마무리 짓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